brunch

매거진 소소잡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짓는 사진장이 Mar 20. 2023

어쩌면 범죄에 연루될 뻔한 아찔했던 해외여행



치약 안에 마약을 숨겨 들여왔다가 체포된 베트남 항공기 여승무원들 기사를 읽다가 문득 10여년 전 아내와 함께 해외여행을 다녀왔던 때가 생각났다. 그때 어쩌면 범죄와 연루될 뻔한 아찔한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패키지 여행이었고, 며칠간 별 문제없이 기분좋게 여행을 잘 마쳤다. 그런데 귀국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에 도착했을 때 아내가 머뭇거리는 기색으로 내게 고민을 털어놨다. 가이드 부탁으로 일행 중 누군가의 캐리어 하나를 대리로 싣기로 했는데, 기분이 영 찜찜하다는 거였다.


쇼핑을 너무 많이 하는 바람에 일행 중 하나가 개인당 주어진 탁송물 무게 한도를 초과했으니 일행끼리 서로 돕자는 취지였다. 취지야 좋았지만 나는 단호하게 "미안하지만 안 된다고 말합시다" 하고 잘라 얘기했다. 앞서 몇 차례의 해외출장을 다녀올 때 받았던 교육이 생각나서였다.


마약범들이 체포 위험을 피하기 위해 즐겨 사용하는 수법 중 하나가 자기 가방을 누군가에게 맡겨 대신 운송하는 거라고 했다. 이를테면 패키지로 해외여행을 같이 떠난 일행 중 만만한 누군가를 구슬러 이런저런 명목으로 자기 가방을 대신 운반하게 한 뒤, 한국 공항을 무사히 빠져나오면 되찾아가는 식이었다.


이렇게 하면 수사당국으로부터 어쩌면 주목받고 있을지도 모를 자신이 안전하게 입출국을 할 수 있고, 만약 마약 든 가방이 중간에 적발되더라도 자기는 상관없다며 빠져나갈 수 있다는 거였다. 선의로 가방을 대신 운반해 준 사람만 졸지에 마약범으로 몰려 곤욕을 치루게 된단 얘기다.


이같은 설명을 해준 뒤 나는 가이드에게로 가서 미안하지만 캐리어는 대신 맡아줄 수 없다고 단호하게 얘기했다. 문제의 캐리어를 맡기려던 일행이 마약범까진 아닐  가능성이 높았지만, 그 안에 뭐가 든지도 모르는 가방을 겁도 없이 내 것인양 들고 공항 게이트를 통과할 수는 없었다.


가이드로부터 내 말을 전해들은 일행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며 노골적으로 불쾌하단 기색을 내비쳤다. 돈 드는 일도 아닌데 그까짓 거 좀 해주면 어떠냐는 심산일 거였다. 하지만 불과 며칠 함께 관광을 다녔을뿐 서로 잘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그런 위험부담을 감수할 수는 없었다.


여행을 다녀온 뒤 나는 딸들에게도 신신당부를 했다. 엄마 아빠가 이번에 여행갔다가 이러이러한 일을 겪었는데, 너희도 어디 여행갔다가 혹시라도 누가 가방을 대신 운반해 달라고 하면 절대 응하면 안 된다고.


선의를 악의로 갚는 못된 인간들이 문제긴 하지만, 하도 기상천외한 범죄수법들이 많다 보니 누군가에게 함부로 선의를 베풀기도 힘든 세상이 돼버렸다. 갈수록 사람이 사람을 믿기 힘들어지고 있으니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매거진의 이전글 "인공지능아, 이거 니가 생각하는 그거 아니거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