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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Mar 21. 2023

40년이 지나도 이를 갈게 만드는 <우리들의 선생놈>

학폭 이어 교사폭력까지 소환하는 <더 글로리>



4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내가 한번씩 이를 가는 <선생놈>이 있다. 지금은 초등학교라 불리우는 국민학교 시절, 자신이 신고 다니는 냄새나는 슬리퍼로 학생들 목덜미를 찰싹찰싹 때리곤 하던 <전○○>이란 선생이다.


아내는 그 시절 얘기만 나오면 "아팠던 것보단 수치스러운 마음이 더 컸다"며, 만일 우리 딸들이 그런 폭행을 당하고 돌아왔으면 자신의 모든 걸 걸고 그놈을 천참만륙 내버리러 학교로 쫓아갔을 거라고 씩씩대곤 한다.


나 역시 교사폭력 하면 생각나는 선생들이 꽤 여럿 있다. 야구방망이보다 타격감이 좋다며 아이스하키 스틱을 잘라 특별제작한 몽둥이를 자랑스레 들고 다니면서 틈만 나면 학생들 엉덩이를 두들겨 패던 선생은 차라리 양반이었다.


<인민군>이란 별명을 가진 한 선생은 수틀리면 교실 나무의자로 어린 학생들 머리를 사정없이 내리찍는 만행도 서슴지 않았다. 학생들을 때릴 때면 "이건 귀한 롤렉스 시계니까 일단 좀 풀어놓고..." 하며 시계부터 푸는 선생도 있었다. 그깟 시계값이 아무리 비싸다 한들 사람값보다 비쌀리는 만무하건만...


요즘 같으면 이 모든 게 신문에 날 <큰 사건>이었지만, 그 시절엔 사회 분위기가 그걸 당연시 여겼다. <선생님 그림자도 밟지 마라>는 말이 마치 대단한 진리인양 지켜지던 시대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부모들은 사랑하는 자식들이 선생한테 심하게 맞고 돌아와도 "네가 맞을 짓을 했으니 맞았겠지"라며 오히려 선생을 두둔하기 일쑤였다. 기합이나 좀 받고 왔다면 몰라도 <맞을 짓>이라니 학생들 입장에선 정말 피가 거꾸로 솟을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해 선생들은 더더욱 브레이크 고장난 전차처럼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하곤 했다. 그런데 한 가지 신기한 건 그 와중에 부잣집 애들만큼은 그 선생들한테 항상 열외조치를 받았다는 거였다. 단체기합을 받을 일이 있더라도 "넌 몸이 약하니까 빠져 있어" 하는 식으로 열외를 시켜주곤 했다. 세끼 밥도 제대로 못 챙겨먹어 그들보다 훨씬 비실거리는 가난한 집 애들이 수두룩 빽빽했는데 말이다.


최근 장안의 화제가 된 드라마 <더 글로리>가 학폭 전과가 있는 사람들에 이어 이번엔 그런 <교사폭력 전과자들>까지 소환하고 있다고 한다. 40년 넘게 지났음에도 그 시절만 생각하면 몸서리가 쳐질만큼 가혹한 교사폭력을 겪으며 자란 나나 아내 같은 보통사람들 입장에선 정말 반갑고 통쾌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인과응보라 했으니 뒤늦게나마 범죄자에 가까운 선생들이 제발 혼 좀 나고 깊이 반성도 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요즘 선생님들 중에는 "교권이 너무 추락해 선생질 해먹기가 힘들다"며 혀를 끌끌 차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혀를 끌끌 차기 전에 그 교권이 왜 그렇게 <너무 추락했는지> 한번 곰곰히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아무런 인과관계도 없이 요즘 갑자기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단체로 싸가지가 없어져서> 교권이 추락한 걸까? 존경받을 만한 삶을 살아온 선생님들껜 정말 죄송하지만, 세상에 원인 없는 결과란 없는 법이다.


학생들에 의해서건 교사들에 의해서건 앞으론 학교 안에서 폭력행위가 일체 근절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세상에 <맞을 짓>이란 건 없는 법이고, 그 누구에게도 사람이 사람을 함부로 때릴 권리 역시 없다.


#학교폭력 #교사폭력 #더글로리 #용서받지못한자 #글짓는포토글래퍼 #사람이있는풍경 #세상에맞을짓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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