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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Mar 22. 2023

네가 해야 할 효도는 3살 때 이미 다했다


김제 원평시장에 놀러갔다가 <치명적인 매력>을 온몸으로 뿜어내는 어린 소년 하나를 만났다. 그저 바라보고만 있어도 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기분이 좋아지는 아이였다. 아기 천사가 있다면 딱 이렇게 생기지 않았을까 싶었다.


직업병인진 몰라도 뭔가 마음에 드는 걸 발견하면 손이 먼저 반응하는 터라 나도 모르게 카메라를 잡았다. 그러자 아이 부모는 "○○아, 아저씨가 사진 찍어주신대. 아저씨한테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해야지!" 하고 권했다.


이에 아이는 90도 각도로 허리를 꺾어 폴더 인사를 했다. 머리가 거의 땅에 닿을 지경이었다. 그 자세로 한참동안을 꼼짝도 하지 않고 멈춰 있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여웠던지 팬클럽이 있다면 당장 가입하고 싶을 지경이었다.



엄마 아빠 역시 그런 아이가 너무 사랑스러워 죽겠는지 연신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보고 있어도 또 보고 싶고, 같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없이 그리워지는 표정이라고나 할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는 표현은 아마 이럴 때 쓰라고 누가 만들어놓은 게 아닌가 싶다. 


몇 살이냐고 물으니 올해 세 살이라고 했다. 이에 나는 우리 딸들 어릴 때가 생각나서 "지금 이 순간 누릴 만큼 충분히 누리세요. 올해 반 오십을 넘긴 우리 딸들이 뭔가 마음에 안드는 행동할 때면 아내가 늘 그럽디다. '쟤들이 할 효도는 3살 때 이미 다 했어'라고요, 하하" 하고 말해줬다. "나머지는 팁"이라고 덧붙이자 젊은 부부는 깔깔대며 재밌어했다. 참 좋을 때고 부러울 때다.


<품 안의 자식>이라는 말이 있다. 바꿔 말하면 자식은 내 품 안에 있을 때까지만 내 자식이라는 얘기다. 그걸 미처 깨닫지 못하는 <부모>라는 직업을 가진 동종업계 종사자들이 많아 안타깝다. 그분들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짜식들이 아닌 자식들은 이미 3살 때 평생 해야 할 효도를 다 했습니다. 더 바라는 건 욕심이고 미련입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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