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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Mar 24. 2023

시골마을에서 우연히 만난 20년 짜장면 맛집


나는 개업한 지 5년을 넘긴 음식점은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맛집이거나 집안에 돈이 많은 사람이 소일 삼아 운영하는 집이거나. 기업형 레스토랑급이나 된다면 모를까 중소 규모 음식점을 소일 삼아 운영할 사람은 거의 없을 테니 5년 넘은 집은 일단 맛집으로 볼 수 있단 얘기다.


우리나라에서 음식점을 개업해 5년 후 생존율은 약 20%란 사실에 비춰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지인들 중 음식점을 개업한 이들이 여럿 있어봐서 아는데, 안면 때문에 가서 팔아주는 것도 처음 몇 번이지 맛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서로 입장만 곤란해진다. 몇 개월 정도는 몰라도 5년 간이나 단골이 돼주는 건 쉽지 않다는 거다. 그러하니 5년이 지난 뒤 열 집 가운데 두 집이 돼있다는 건 나름 맛을 인정받았다는 얘기에 다음 아니다.


​전북 김제에 있는 원평5일장을 보러 갔다가 그 입구에 있는 <신풍각>이라는 한 중국음식점을 찾았다. 입구를 들어서면서 보니 일견하기에도 연륜이 제법 돼보였다. 짜장면 한 그릇을 주문하면서 사장님께 "꽤 오래된 집 같은데 문 연지 얼마나 되셨어요?" 하고 여쭈니 "20년 됐다"고 말씀하셨다. "와우!" 하는 탄성이 절로 입에서 튀어나왔다.​


주변환경 때문이었다. 행정구역상 김제시에 속해있다곤 해도 면 단위 작은 동네였다. 그리고 주변엔 온통 문닫은 가게들로 넘쳐났다. 과거엔 우시장까지 있을 만큼 성업을 누렸던 원평5일장도 대형 슈퍼마켓들이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손님이 크게 준 상태였다. 이렇듯 유동인구가 별로 많지 않은 곳에서 20년을 장사했다는 건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아침식사도 건너뛴 채 달려간 길이라 일단 배부터 채워야 했기에 짜장면 한 그릇을 주문했다. '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 20년을 버텨온 힘이란 어떤 걸까?' 하는 맛에 대한 궁금증과 함께였다. 그 집 시그니처 메뉴가 뭔지 물어보고 시킬 걸 하는 후회가 잠시 들었지만, '맛집은 원래 주요 메뉴에선 기본 이상은 할 거다'란 믿음이 있었다.


오래지 않아 주방으로부터 갓 요리한 따끈한 짜장면 한 그릇이 나왔다. 면은 일반 중국음식점과 비교해 굵기가 반이나 될까 싶은 가는 면을 썼고, 짜장 양념은 원재료인 춘장 농도가 좀 짙게 느껴졌다. 요즘 양파값이 비싸져 짜장면 한 그릇 시키면 2~3조각을 내놓는 집도 있다고 하던데, 양파 인심도 무척 후하다. 눈으로 먹는 부분은 일단 5점 만점에 4.5 이상은 줘도 좋을 듯싶다.​​


잘 비빈 뒤 짜장면 한 젓가락을 입 안으로 밀어넣었다. 순간 짭쪼롬한 느낌이 밀려 들어왔다. 장터에서 잔뼈가 굵은 장터짜장집에 가면 흔히 맛볼 수 있는 옛날짜장 느낌이다. 일반 중국음식점 짜장면에서 달달한 느낌이 나는 것과는 차이가 나는데, 굳이 편을 가르자면 애들 입맛보단 <으른들> 입맛에 가깝다.


짜장면을 좋아하다 못해 매우 진심인 편이란 소릴 듣는 내 관점에선 '충분히 20년 동안 장사를 이어올 만한 맛'이라 판단됐다. 맛이라는 게 원래 개인취향에 속하는 영역인지라 다른 사람 입맛에도 맞을 거라고 장담은 못하겠지만 말이다. 다만 본인 입맛이 애들보다는 <으른> 편에 속한다고 판단된다면 근처 지날 일이 있을 때 한 번쯤 가서 맛을 보라고 추천은 하고 싶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이 집 시그니처 메뉴는 짜장면이 아니라 물짜장과 간짜장이라고 한다. 참고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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