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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Mar 26. 2023

짜장면 전쟁을 잠재운 <쫌> 밉살맞은 토끼


짜장면에 대해 얘기를 나누던 중이었다. 나는 A식당이 맛있다고 주장했고, 지인은 B식당이 더 맛있다고 주장했다. 평균나이 50도  넘는 인간들이 짜장면 갖고 이렇게 다툴 일인가 싶었지만, 인간은 가끔 나이와는 상관없이 한없이 유치해질 때도 있는 법이다.

모든 유치한 싸움의 진행경과가 그러하듯이 양측 주장은 한치의 물러섬도 없이 팽팽히 대립했다. 나중엔 누가 옳고 그르냐를 떠나 일종의 기싸움이 돼버렸다. 이때 문득 지인이 '쫌' 밉살 맞고 건방지게 생긴 토끼 녀석 하나가 영혼없는 표정으로 "네 네" 하는 모습을 담은 이모티콘을 날려왔다.


'어절씨구리, 이 인간이 지금 나랑 한번 해보자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든 나는 곧바로 "이 토끼, 주먹을 불끈 쥐게 만드는 매력이 있네요 ㅎㅎ" 하고 메시지를 날렸다. '만일 옆에 앉아있었더라면 널 한 대 쥐어박고 싶다'는 의미였다.


그 순간 지인으로부터 웬 기사 링크 하나가 날아왔다. <"나 대신 들어줘"... 귀 큰 토끼 '베니' 그린 청력장애인 작가>라는 제목이었다. 링크를 클릭해 보니 구경선이라는 청각장애인 작가 얘기였다. 청각장애를 가진 자기 귀가 안타까워 사람이 못 듣는 소리까지 듣는다는 토끼를 통해 누군가의 소리를 들어주는 캐릭터로 탄생시킨 게 문제의 토끼라고 했다.


그 기사를 읽고 난 뒤 다시 바라보니 문제의 토끼 이모티콘이 달리 보였다. 여전히 '주먹을 불끈 쥐게 만드는 매력'이 넘치긴 했지만, 일반 토끼들보다 유난히 커보이는 귀 모양이 참 많은 메시지를 담고 있단 느낌이 들었다.


공연히 주먹을 쥐었던 내 뒷통수를 후려갈기는 느낌으로 나는 바로 베니 이모티콘을 구매했다. 그리고 녀석을 알게 해준 지인에게 인증샷 비스무리한 느낌으로 슬그머니 이모티콘 하나를 날렸다. 앞으로 이 베니 이모티콘을 쓰는 매 순간마다 남의 말을 듣기보단 내 얘기만 앞세우려 들었던 나를 반성하며 살아가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쫌 밉살 맞고 건방지게 생긴 베니 덕분에, 구경선 작가 덕분에, 그런 그들을 알게 해준 지인 덕분에 참 많은 걸 배우고 느낀 하루였다.


아래는 베니 탄생 배경과 관련한 구경선 작가 인터뷰 기사 링크입니다.

https://v.daum.net/v/20200419150050124


#귀큰토끼베니 #베니이모티콘 #구경선작가 #청각장애인 #소통하는삶 #주먹을불끈쥐게만드는매력 #글짓는사진장이 #사람이있는풍경 #짜장면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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