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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Mar 30. 2023

도깨비시장에 가면 생명력 넘치는 <사람들>이 있다


요즘 전통시장엔 사람이 너무 없어 힘들다는 얘기가 많이 들린다. 하지만 전통시장이라고 해서 다 사람이 없는 건 아니다.


전주남부시장 옆 전주천 맞은편에 위치한 새벽시장만 봐도 그렇다. 어둠이 채 가시지도 않은 새벽 5시 전후면 장이 시작되는 이곳은 매일매일 사람들과 물건들이 넘쳐난다.


새벽 일찍 열렸다가 출근시간 전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 일명 <도깨비시장>이라고도 불리는 이곳 시장의 매력은 싱싱한 농산물 등 가성비 좋은 물건들을 싸게 살 수 있다는 것.


직접 농사를 짓는 농부님들이 중간 유통상을 통하지 않고 직거래에 나서는 경우가 많고, 노점상 형태라서 따로 가게세 등 고정비가 나갈 일이 없다 보니 상대적으로 물건값을 낮게 책정할 수 있어서다.


그러다 보니 이곳에는 음식점을 운영하는 사람들이라든가 살림비를 아끼려는 알뜰 주부 등이 새벽부터 줄을 지어 몰려든다. 카트를 끌고 룰루랄라 돌아다니며 원스톱 쇼핑을 즐기는 대형마트보다야 좀 불편한 면은 있지만, 좋은 물건을 싸게 살 수 있다는 건 소비자 입장에선 최고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새벽 일찍부터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 모습이 보기 좋아 신선한 새벽공기도 즐길 겸 일부러 산책 삼아 구경 나오는 사람들도 많다. 돌아다니다가 시장 한 편에서 고소한 냄새를 폴폴 풍기는 갓 튀긴 찹쌀도너츠 등 군것질거리를 한 입 베어무는 것도 새벽시장을 즐기는 묘미 중 하나다.


쇼핑을 모두 마친 뒤엔 바로 옆 전주남부시장 먹거리골목으로 들어가 맛있는 아침식사를 즐길 수도 있다. 이곳엔 먹거리에 관심많은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이름을 들어봤을 만한 맛집들이 여럿 포진돼 있다. 피순대로 유명한 조점례 피순대, 콩나물국밥으로 널리 알려진 현대옥과 운암집 등이 그곳이다. 도깨비시장 구경을 가는 날이면 나는 운암집을 즐겨찾곤 한다.


참고로 맛의 고장 전주 하면 떠올리는 대표음식 중 하나인 전주 콩나물국밥엔 크게 두 개의 유파가 있다. 삼백집식이 그 하나요, 전주남부시장에 뿌리를 둔 남부식이 다른 하나다. 삼백집식은 뜨겁게 뜨겁게 끓여내는 담백한 국물이 일미이고, 남부식은 토렴 방식으로 많이 뜨겁지 않은 국물 온도에 매콤한 국물맛이 일품이다.


맛집 많기로 유명한 전주에서도 많이 알아주는 대표선수급 맛집들이라 점심시간이나 주말 같은 땐 줄을 서서 밥을 먹어야 하는 집들이다. 그런데 도깨비시장이 열리는 새벽시간 대엔 줄을 서지 않고도 맛볼 수 있으니 그냥 지나치기엔 아까운 기회가 아닌가 싶다.


<삶이 힘들다고 느껴질 땐 새벽시장에 가보라>는 말이 있다. 새벽시장에 넘쳐나는 펄떡대는 활기와 한번 살아보자는 강한 생명의 의지를 직접 눈으로 보고 느껴보라는 얘기일 거다. 그러니 이 세상에서 가장 싱싱하고 가성비 좋은 물건을 사고 싶거나, 삶이 힘들다고 느껴진다면 내일 아침 당장 전주남문 도깨비시장으로 달려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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