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소소잡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짓는 사진장이 Apr 13. 2023

우리 개는 안 문다구?도그 껌 씹는 소리 좀 하지 말자

개는 상황에 따라 맹수가 될 수도 있다


직접 키워보고 싶단 생각이 들 만큼 개를 좋아하진 않는다. 하지만 길을 가다가 순둥순둥하게 생겼거나 귀염귀염하게 생긴 개를 보면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싶단 생각이 들곤 한다. 버릇없고 사나운 개를 만나면 그 주인 녀석 엉덩이를 발로 한 대 차주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게 문제일 뿐.​

얼마 전 동네 뒷산으로 산책을 갔을 때도 그랬다. 몸집이 크고 작고를 떠나 사람들 많이 다니는 산책로에서 목줄 없이 개를 데리고 다니는 개주인들을 나는 평소 매우 싫어하는데, 그날도 목줄 없이 칠렐레 팔렐레 뛰어다니는 개 한 마리를 마주쳤다. 개주인은 10~20미터 뒤에서 스마트폰에 코를 박은 채 <스몸비족> 모드로 걸어오고 있었다.


마침 재채기가 나와 제법 소리나게 재채기를 했는데, 그 소리에 개가 놀랐던 모양이다. 비껴 지나쳤나 싶은 다음 순간 갑자기 내 등 뒤에서 나를 향해 맹렬히 짖어대기 시작한 걸 보면 말이다. 재채기를 해 놀라게 한 건 미안했지만, 목줄 풀린 채 내 주변을 맴돌며 짖어대는 개를 보자 화가 났다.


"저리 가지 못해, 이 도그 베이비얏!" 하고 발을 굴러봤지만, 개는 짖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한 10초 남짓 서로 팽팽하게 대치를 했을까? 뒤늦게 상황을 알아차린 개주인이 그제서야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며 우리 쪽으로 걸어왔다. 급한 일 하나 없다는 듯 아주 느긋한 걸음이었다. 그러더니 "우리 개는 안 물어요!" 하고 아주 천하태평하게 말했다.


자연 그를 바라보는 내 눈빛이 고왔을 리가 없었다. 아마 눈으로 "이런 도그 껌 씹는 소리나 지껄이는 베이비 녀석아, 어서 너네 도그 베이비 안 치우니?"라고 외쳤을 거다. 그러나 개주인은 내가 그러거나 말거나 실실 웃으며 다가와서는 "우리 개는 사람 안 문다구욧!" 하고 여전히 목줄 잡을 생각도 안 하고 있었다.


화가 난 나는 "얼른 개 목줄이나 잡아요. 사람들 많이 다니는 산책로에서 이게 뭐하는 짓이에요?" 하고 재촉했다. 그러나 개주인은 별 대수롭지도 않은 일로 화를 낸다는 듯 여전히 실실 웃으며 "글쎄 우리 개는 순해서 절대 안 문다니까욧!" 하고 개 역성만 들었다. '안 문다는 개가 저렇게 사납게 짖어대냐? 너네 개는 너나 안 무시겠지'란 말이 욕지기와 함께 목구멍까지 치고 올라왔다.


세상에 물지 않는 개는 없다. 훈련과 학습 등을 통해 지금 현재는 물지 않는 개처럼 보일 뿐이다. 자신이 생명의 위협을 당하고 있다고 느끼거나 어떤 계기로 혈관 속에 잠재돼 있던 야성이 폭발하면 그 개는 언제든 무는 개로 돌변할 수 있다. 개 성격이 개차반이어서가 아니라 원래 개란 동물은 늑대과에 속하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 개는 안 물어요 따위 도그 껌 씹는 소리는 제발 좀 안 했으면 좋겠다.


최근 뉴스를 보던 중 목줄 풀린 개가 사람을 공격해 큰 부상을 입혔다는 소식을 접했다. 아마 그 개도 평소 주인이 목줄을 잘 안 채우는 나쁜 습관을 갖고 있었을 거다. 그 나쁜 습관으로 인해 개주인은 형사처벌 받을 위기에 처했고, 개는 안락사 당할 위험에 빠졌다. 잘못된 습관 하나가 사람과 개 모두에게 잘못된 운명을 만든 거다. 이렇게 습관 한 번 잘못 들이면 <개가망신> 당하는 수가 있다.



#우리개는안물어요 #안무는개는없다 #오수의견제 #개를올바로키우는방법 #동네산책중생긴일 #너네개는너만안문다 #나쁜습관 #습관은운명을만든다 #전북임실오수 #글짓는사진장이 #사람이있는풍경

매거진의 이전글 "초보가 교통사고 좀 낸게 <사랑고백> 받을 일이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