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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 14. 2023
허영만보다 내가 먼저 찜한 콩나물국밥 맛집 <운암집>
한동안 내가 못 가본 사이에 허영만 화백님이 다녀가신 유명 맛집이 돼버렸다. 맛집이지만 다른 콩나물국밥집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좋았었는데, 앞으론 이 집도 줄을 서서 먹어야 할 모양이다. 오늘 글은 몇 년 전 썼던 걸 리뉴얼 한 거다 <글쓴이 註>
전주 하면 비빔밥과 함께 <콩나물국밥>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이름난 맛집들도 하나둘이 아니다. 하지만 누군가 전주 사람인 내게 딱 한 곳만 콕 찝어 추천해 달라 하면 나는 전주남부시장 골목에 자리잡은 운암집을 추천하곤 한다.
사실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기준으로 따진다면야 전국적으로 체인점까지 거느린 이름난 콩나물국밥집들만 해도 여럿 있다. 또 현재 많은 맛객들이 앞다퉈 줄까지 서가며 즐겨 찾고 있는 맛집들이기도 하다. 하지만 내 기준으로 맛은 물론 분위기까지 두루두루 마음에 드는 곳은 오직 운암집 한 곳뿐이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취향이긴 하지만.
운암집이 마음에 드는 이유는 맛집이면서도 맛집이랍시고 거들먹거리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 거다. 마치 고향집처럼 처음 만남 그대로 늘 있던 그곳에서 편안하게 나를 맞아주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맛집으로 방송 좀 탔답시고 대뜸 어깨에 힘부터 들어가는 다른 집들과는 좀 차별되는 느낌이다.
관광객들보단 여전히 인근 시장 상인들이 한 끼 밥을 해결하기 위해 즐겨찾고 있는 시장 국밥집이고, 식당 안에 들어서면 그런 분위기가 고스란히 잘 살아 있는 것도 좋다. 체인점까지 거느린 맛집들과는 달리 1회용 포장김 대신 큰 봉투째 아낌없이 내주는 넉넉한 인심도 여전해서 좋다. 뿐만 아니라 과거 콩나물국밥집들에서 즐겨먹던 기름기 자르르한 큼지막한 대짜 김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것도 고맙다. 물론 개인취향에 따라 비위생적이라며 아주 질색할 사람들도 있긴 하겠지만 말이다.
주인 아주머니의 손맛이 살아있는 깊고 시원한 국물맛은 물론 기본 중의 기본이다. 또 갈 때마다 이 골목인가 저 골목인가 헷갈려하며 좁은 시장 골목을 헤매게 만드는 것도 나름 매력적이다. 골목골목 꺾고 돌아서 오래된 맛집을 찾아갈 때면 느끼게 되는 특유의 가슴 설렘 같은 게 느껴진다고나 할까.
한 가지 아쉬운 건 코로나 사태를 핑계로 내가 운암집에 가본 지 몇 년 지난 사이 여러 가지로 상황이 변했다는 거다. 전주남부시장 새벽 도깨비시장 구경갔던 길에 밥 먹으러 들렀다가 수해를 당해 같은 골목 내 다른 가게들과 함께 임시휴업을 하고 있단 소식을 접한 게 마지막이었는데, 그 사이 맛객으로 유명한 허영만 화백께서 <백반기행> 촬영팀과 함께 다녀가셨다고 해서다.
<백반기행> 프로그램의 파급력으로 미뤄볼 때 덕분에 앞으론 줄 서서 먹어야 하는 맛집이 된 거 아닌가 걱정되는데, 어쨌거나 저쨌거나 콩나물국밥 한 그릇이 생각날 때면 내겐 언제나 1순위로 떠오르는 그리운 맛집이 바로 운암집이다. 운암집을 머리에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진한 국물맛이 혀끝에 아른거리면서 갑자기 콩나물국밥 한 그릇이 땡기는 느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