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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Apr 19. 2023

짜장면이 싫다던 어머니는 누구네 어머니셨을까?


짜장면 한 그릇이 참 <귀했던> 시절이 있었다. 중학교 혹은 고등학교 졸업 같은 집안에 큰 기념행사가 있을 때나 비로소 한 그릇 얻어먹을 수 있을 정도였다.

그렇게 모처럼 짜장면 한 그릇을 먹게 되는 날, 그룹 GOD의 노래 가사처럼 어머니는 "짜장면이 싫다"고 말씀하시곤 했다. 당신은 당최 그게 무슨 맛인지도 잘 모르겠다며, 혹은 "밀가루 음식을 먹으면 속이 더부룩해져 싫다"며 반 넘게 푹 덜어 자식들 그릇에 얹어주곤 하셨다.


아이러니 한 건 그렇게 곱배기쯤 되는 짜장면을 먹다가 먹다가 다 못 먹고 우리 자식놈들이 남겼을 때였다. 그러면 어머니들은 열에 여덟아홉은 "아이고, 이 아까운 걸 남기면 쓰겄냐?"며 그릇째 가져다가 바닥까지 다글다글 긁어 드셨다.


어찌나 열심히 드시던지 양파 한 조각 남기는 걸 보지 못했다. 무슨 맛인지도 모르겠다던 분은 도대체 누구네 어머니셨던 건지, 밀가루 음식 먹으면 속이 더부룩해져 못 드시겠다던 어머니는 어딜 가셨는지 모르겠다. 정말 마법처럼 짜장면 한 그릇이 어머니 입 속으로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동안의 눈부신 경제발전에 힘입어 이젠 그때와는 비교가 안될만큼 여유로운 세상이 됐다. 어머니도 짜장면 한 그릇쯤은 온전한 당신 몫으로 '누려도' 되는 세상이 됐다. 하지만 세 살 버릇 여든 간다고 아직도 우리 어머니들 중엔 옛 습관을 못 버리는 분들이 많다.


우리 어머니만 해도 그랬다. 어쩌다 한 번씩 중국집에 같이 가 짜장면을 먹을 때면 어머니는 또 "난 밀가루 음식은 통 소화가 안 돼서..." 하며 당신 몫을 덜어주려 하셨다. 그러면 나는 "어머니, 개들도 먹고 살게 좀 남기고 그러세요" 하고 농담을 던지곤 한다.


그런 추억이 있는 까닭에 나는 중국집에서 맛나게 짜장면을 드시는 어머니들을 뵐 때면 그때 그 시절이 문득문득 생각나 가슴이 짠해지곤 한다. 짜장면이 됐건 뭐가 됐건 이젠 우리 어머니들이 제발 그만 좀 양보하시고, 그만 좀 배려하셨으면 좋겠다. 좀 이기적으로 얼마 남지도 않은 당신 인생을 마음껏 <누리고> 사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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