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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Apr 23. 2023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이미지 출처 : 픽사베이


건방지게도 난 글 쓰는 게 뭐시가 어렵냐 생각했었다(이렇게 말하면 쫌 재수없어 보일 거다. 나도 안다). 어려서부터 글쓰는 걸 좋아해 <국문학과씩이나> 전공한 데다가, <글=말>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그냥 일상생활에서 친구에게 말하듯이 자연스럽게 내뱉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나의 착각이었다. 편성준이라는 제법 웃길 줄 아는 작자가 쓴 <살짝 웃기는 글이 잘 쓴 글입니다> 책을 읽다가 난 비로소 그걸 깨달았다. 말이라 씨부린다 해서 다 말이 아닌 것처럼 글이라 써갈긴다고 다 글이 아니었다. 말도 그렇지만 글 역시 그걸 접하는 사람까지 배려해야 비로소 말이고 글인 거였다.


특히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독자님들께선 무척이나 바쁘시다. 바빠서 짧은 수필 한 편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을 시간도 없으실 정도다. 그것도 모르고 난 지금까지 정말 미련하고 답답한 글쓰기를 이어왔다. 본의는 아니었지만 독자님들을 대하는 기본 자세가 통 안 돼있는 <예의없는 놈>이었던 거다. ​


얼마전 내가 쓴 <인절미의 진짜 이름은 뭐였을까>란 글만 예로 들어봐도 그렇다. 이 글 서두를 난 이렇게 썼어야 했다. '임금님이 떡 이름을 물으셨다. 그는 안절부절 좌불안석 대답하지 못했다. 잘못하면 그 대답 한 마디로 인해 목숨을 잃는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이렇게 쓰고 나면 독자님들 열에 일고여덟쯤은 '그깟 떡이름이 뭐라고 사람 목숨이 왔다갔다 해?' 하고 궁금해하며 자연스럽게 다음 줄을 읽어내려갔을 거였다. 그럼 나는 다시 '그는 생각했다. 임금님이 물으시는 데 그래도 사실대로 답해야 하지 않을까? 아니다. 차라리 하늘 같으신 임금님 물음을 꼭꼭 씹어먹은 죄로 곤장 몇 대 맞는 게 나을 거야!'라고 쓸 거였다.


그러면 또 독자님들은 '대관절 그놈의 떡에 무슨 출생의 비밀이 숨어 있길래 목숨을 걱정하고, 곤장 맞을 각오까지 하는 건데?' 하고 궁금해 할 거다. 이 대목에서 나는 그 옛날 개그콘서트 유행어였던 "궁금해요? 궁금하면 500원!" 하고 다소 거들먹거리는 태도로 다음 얘기를 이어나갈 거였다. 나이쓰하고 엣지있게.


하지만 앞서 나는 그렇게 <나이쓰> 하거나 <엣지> 있게 이야기를 풀어나가지 못했다. "옛날 옛날에, 재밌지?", "호랑이가 살았는데, 무섭지?", "죽었대, 슬프지?" 하는 식으로 너무 고리타분하게 이야기를 풀어갔다. 인절미라는 떡 이름의 시발점이 된 임금이 인조이든 누구든 그게 뭐시가 중요하고, 그가 1624년 이괄의 난을 피해 공주로 피난온 게 또 뭐가 중요하다고 그렇게 시시콜콜 얘기를 늘어놨는지 원...


글 쓰는 건 사실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단순히 나열하는 거 말고 <임팩트 있는 글>을 쓰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임팩트 있는 글을 독자 입장에 맞춰 쓰는 건 더더욱 쉬운 일이 아니고, 신뢰도 제고를 위해 맞춤법과 띄어쓰기까지 완벽히 맞춰 쓰는 건 더더더더더~욱 쉬운 일이 아니다. <국문학과씩이나> 전공했고, 사회에 나와서도 제법 오랜 시간 이런저런 글쓰기를 해왔지만, 아직도 내가 가야 할 길이 멀게만 느껴지는 까닭이다.



★이 글은 서평이나 리뷰를 목적으로 쓴 건 아니다. 하지만 글을 잘 쓰고 싶어 고민인 사람이 있다면 편성준 작가의 <살짝 웃기는 글이 잘 쓴 글입니다>라는 책을 추천은 한번 해주고 싶다. 아직 글이 많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내 입장에서 봤을 때 글을 잘 쓰기 위해 정말 필요한 건 뭔지를 콕 찝어 알려주는 <일타강사> 같은 책이라고 판단돼서다. 내돈내산 솔직 후기임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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