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는 어머니가 살아 계시지?"

소소잡썰(小笑雜說)

by 글짓는 사진장이


몇 년 전 교외에 볼 일이 있어 가던 길이었다. 인적이 거의 없는 한적한 길을 따라 가던 중 신호등에 걸려 잠시 정차하고 있을 때였다. 길 건너편 쪽에서 거동이 불편해 보이는 할머니 한 분이 서두르는 기색으로 길을 건너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런데 이 할머니 길을 건너오기가 무섭게 다짜고짜 횡단보도에 바로 면해 있던 내 앞차 차창에 매달리더니만 뭐라고 뭐라고 말씀을 하셨다. 혹시 아는 사이인가 싶을 정도로 천연덕스런 태도였다.


그러나 알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할머니는 앞차 운전자가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자 막 바로 뒤에 서 있던 내 차로 다가와 "요 앞 읍내까지만 좀 태워다 줄 수 없느냐?"고 부탁했다. 할머니는 바로 히치하이크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마침 가는 방향이었던 터라 나는 그러마고 순순히 응낙했다. 올해 90세라는 그 할머니는 연신 고맙다며 내 차에 올라탔고, 나는 그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읍내까지 몇 km거리를 할머니와 동행하게 됐다.


할머니는 관절염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거동이 불편하고, 사정이 이렇다 보니 드문드문 다니는 노선버스를 기다리기보다는 지나가는 차를 얻어 타는 일이 잦다고 했다. 그런저런 얘기 끝이었다. 뜬금없이 할머니가 "젊은이는 어머니가 살아 계시지?"하고 물어 왔다. 영문도 모르는 채 내가 그렇다고 하자 할머니는 "그럴 줄 알았어"하시는 것이었다.


무엇 때문에 그러느냐고 여쭙자 이 할머니는 "내가 이렇게 차를 얻어 타고 다니다 보니까 태워주는 사람들은 백이면 백 나이 드신 어머니가 있더라구. 아마 제 엄마 생각해서 나 같은 늙은이한테도 잘해주는 거 아닌가 싶어"라고 말씀하셨다. 순간 '아,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할머니를 최종 목적지인 읍내 병원 앞까지 태워다 드리고 돌아오는 길, 내 가슴엔 좋은 일을 했다는 뿌듯함보다는 부끄러움이 가득했다. 바쁘다는 핑계로 고작 한 달에 한 번 정도 부모님을 찾아뵙는 일조차 걸핏하면 게으름을 피우곤 하는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이번 주말에는 만사 제쳐놓고 부모님을 찾아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불과 몇 km거리를 태워준 대가로 내게 그 몇 십 몇 백 배나 되는 큰 깨우침을 주신 이름 모를 할머니께 감사드린다. 할머니의 히치하이킹이 앞으로도 내내 순탄하시기를, 그리고 할머니를 태운 운 좋은 운전자들이 나처럼 잠시나마 어머니를 생각하며 작은 깨달음이나마 얻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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