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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May 20. 2023

누가 꽃님들 아니랄까 봐...


"나? 장미!

자타가 공인하는 5월의 여왕이지"

붉게 상기된 얼굴로

장미가 뻐기듯 말했다.


"나? 찔레꽃!

흰 저고리를 입은 전설의 그 꽃이야"

고려 소녀 찔레의 환생 전설을 간직한

찔레꽃이 맞받았다.


"자 자 그만들 다투시게나.

누가 꽃님들 아니랄까 봐"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난 햇님이

둘 사이에 끼어 들었다.


"화무십일홍이라 했거늘

다투는 시간도 아깝지 않으신가?"

햇님의 이어지는 말에 장미와 찔레꽃은

움찔해 입을 다물었다.


영겁이나 다름없는

끝간데 모를 생명력으로

수십만 년인지 수백만 년인지 모를

긴 세월 동안

온 우주를 밝혀온 햇님이었다.

5월의 여왕이니 전설의 꽃이니 해봐야

그 앞에선

고작해야 하루살이요

반딧불이 정도에 불과했다.

이를 깨닫는 순간 둘은

문득 부끄러워졌다.


이때 햇님이 축원하듯 말했다.

"나는 이제 나의 세상을 밝히러

가야만 하네.

자네들은 어서 자네들 세상을

아름답게 빛내게나.

아름답게 꽃만 피우기에도

시간이 충분치 않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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