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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Jun 28. 2023

부영 회장님의 1억원 나눔이 껄쩍지근한 까닭

이미지출처 : 픽사베이


"혹시 너님 고향이 전남 순천 아니세요?"

오늘 아침 직원들 사이에 오고 간 인사말이다.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이 고향인 순천 운평리 마을 주민들에게 1억원씩 나눠줬다는 뉴스 때문이었다. 순천 쪽이 고향인 직원들에겐 예외없이 관심의 눈길이 쏠렸다.


어느날 갑자기 돈벼락을 맞은 고향 사람들은 지금쯤 대부분 입이 찢어지고 있을 거였다. 특히 형편이 어려워 영농자금 대출이다 뭐다 해서 은행 빚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가뭄에 소나기라도 만난 듯 1억원 나눔 소식이 많이 반가울 터였다.


이 회장의 이 같은 나눔은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한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동창생들에게도 앞서 1억원씩 나눠줬었고, 고등학교 동창들에겐 5천만원씩을 나눠줬다는 거다. 또 친척들에게도 1억원에서 10억원까지 나눔을 베풀었다고 한다.


이렇게 주변 사람들에게 나눔을 베푼 돈만 지금까지 무려 1,400억원에 달한다는 소식이다. 뿐만 아니라 선물세트, 공구세트 등 그가 각종 물품 구매를 통해 한 나눔까지 더하면 총 2,40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그야말로 <억> 소리 나는 통 큰 나눔이다.


그런데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맞는 걸까? 처음엔 "와~아!" 소리가 나오던 이 나눔이 뭔가 껄쩍지근하게 느껴지기 시작한 거다. 나누고자 하는 마음도 좋고, 그걸 행동으로 옮기는 실천력도 존경스럽지만, 그 대상 선정이 개운치 않은 느낌을 줘서다.


고향인 순천 운평리 주민들에겐 "고향을 지켜줘서 고마워"란 그닥 석연치 않은 이유로 1억원씩 나눠줬다고 하는 걸 보면 중고등학교 동창생들이나 다른 사람들에게도 딱히 그럴듯한 이유가 있어 나눠준 건 아닐 거란 판단이 들어서 더 그렇다. 그 큰 돈을 그렇게 기분 내키는대로 써도 좋은 걸까 하는 생각이 든다.


돈 가진 사람이 자기 돈 자기 맘대로 쓰겠다는데 웬 태클질이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그런 재미와 재량도 없으면 사람들이 뭐덜러 쎄 빠지게 돈을 버냐고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거다. 충분히 일리가 있고 이리, 삼리도 있는 말이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단순히 여윳돈 혹은 가욋돈 1억에 불과한 존재가 다른 누군가에겐 인생이나 생명을 좌우하는 엄청난 돈일 수도 있다. 기왕 쓸 거면 그런 사람들을 위해 좀 더 가치있게 쓰면 좋지 않겠냐는 얘기 되시겠다. 최소 몇 천 명의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는 큰 돈이라면 더더우기 허투로 쓰여선 안 된다는 말씀도 되시겠다.


자고로 돈은 버는 것보다 쓰는 게 더 중요하다고 했다. 잘 버는 것보다 잘 쓰는 게 더 어렵다는 말도 있다. 물은 목마른 자에게 줬을 때 가장 가치가 있는 것처럼 돈도 정말 절실히 필요한 자에게 줘야 <돈값>을 제대로 하는 거다. 가난은 나랏님도 못 구한다고는 하지만, 구할 수 있는 만큼이라도 구하기 위해 노력 정도 해볼 수는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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