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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취한 아버지가 군것질거리를 사들고 오는 이유
자식놈일 땐 미처 알지 못했던 아버지 이야기 #27
by
글짓는 사진장이
Jun 23. 2021
가족들을 위해 뭔가를 사들고 들어가는 아버지들 얼굴에는 행복감이 묻어있다
나이가 들어 직장생활을 시작한 뒤 우연한 기회를 통해
평소 군것질은 질색이라던 아버지가 가끔씩
과자며 아이스크림을 사들고 들어오곤 하던 마음을
이해하게 됐노라는 어떤 이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회사에서 무척이나 힘들었던 어느날,
그 역시 집에 돌아가던 중 자신도 모르게
좋아하지도 않는 빵을 한 보따리 사들고 들어갔는데
가족들이 맛나게 먹는 걸 보니 묘하게도 위안이 되더라는 것.
글쓴이는 그때서야 비로소 아버지가 군것질거리를 사오신 그날들은
평소보다 밖에서 많이 힘드셨던 날이라는 걸 이해하게 됐다고 한다.
당신이 힘드신 걸 표내지 않으려 오버액션을 한 것이고,
맛난 걸 먹으며 좋아하는 가족들을 보며 상처난 가슴을 달래셨던 것이다.
젊은 시절 우리 아버지 역시 밖에서 술 한 잔 하고 얼큰하게 취하신 날이면
군고구마니 붕어빵이니 하는 군것질거리들을 한 봉지씩 사들고 오시곤 했다.
평소 손에 뭔가 들고 다니는 걸 남자답지 못하다 생각하는 아버지인지라
그런 날은 무슨 잔칫날이나 만난 것처럼 우리 형제들은 신바람을 내곤 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렇게 뭔가를 사들고 들어오시던 날이면
아버지 표정과 몸짓 어딘가에서 헛헛한 느낌 같은 걸 받았었다.
그래서인지 군것질거리에 꽂혀 형들과 아귀다툼하듯 허겁지겁 집어 먹는 와중에도
왠지 모르게 한번씩 아버지를 힐끗힐끗 돌아보게 되곤 했었다.
이버지라는 이름 때문에, 혹은 집안의 기둥이라는 책임감 때문에
아프다는 비명 한번 마음껏 내지르지 못한 채 인고의 세월을 살아오신 우리 아버지들...
아버지,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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