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하면 생각나는 황당한 사건
소소잡썰(小笑雜說)
6월이면 한번씩 떠오르는 황당한 사건이 있다. 요즘은 그런 일이 없을 거라 생각하지만, 17~8년 전 우리 딸들이 7살 되던 해 벌어진 일이다.
여느날처럼 그날도 퇴근 후 거실 소파에서 쉬고 있었는데, 딸들이 내게로 쪼르르 달려오더니 "아빠 아빠, 이 노래 알아요?"하고 물었다. “무슨 노랜데?” 하고 물었더니 딸들은 합창단 자세를 잡은 뒤 "아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 날을 조국을 원수들이 짓밟아 오던 날을…" 하고 유치원에서 새로 배운 노래를 신바람을 내며 내게 들려줬다. 어린 시절 나 또한 익히 배운 바 있는 6·25 노래였다.
딸들이 이 노래를 부르는 걸 듣는 순간 나는 '아직도 교육현장에서 이런 노래를 가르치고 있나?'하는 생각과 함께 아찔한 느낌에 사로잡혔다. 아무 것도 모르던 어린 시절, '원수'를 향한 까닭 모를 적대감을 불태우며 내가 이 노래를 자못 비장하게 따라 부르던 게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특히 '맨 주먹 붉은 피로 원수를 막아내어', '쫓기는 적의 무리 쫓고 또 쫓아' 하는 대목에 이르면 당시 북한 사람들을 무슨 뿔 달린 붉은 도깨비쯤으로 알고 있던 어린 나는 '그들을 때려잡아야 한다'는 맹목적 충동에 사로잡히곤 했었다. 어린아이답지 않게 일종의 살심 같은 것까지 품었었던 걸로 기억한다.
좀 나이를 먹은 뒤 우연히 이 노래를 다시 한 번 돌아볼 기회가 있었다. 이때 내가 얻은 결론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어린아이들에게 이 따위 노래를 가르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이 노래가 한창 사랑과 꿈을 먹고 자라야 할 아이들에게 미움과 증오를 가르치기 때문이다.
내가 이런 생각들에 잠시 한눈 팔고 있는 사이 딸들은 열심히 노래를 부르다가 노래 가사를 잊어 먹은 모양이었다. 나보고 다음 가사가 뭔지 가르쳐 달라고 졸라댔다. 하지만 나는 이를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아무리 교과과정의 일환으로 가르친 거라 하더라도 그런 노래는 배우지 않는 편이 좋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남과 북이 어떤 연유로 갈라졌고, 그동안 서로 어떤 관계를 유지해 왔으며, 현재는 남북이 어떤 관계인지를 먼저 이해한 뒤 이 노래를 배우건 부르건 해야 한다는 게 내 판단이었다.
역사적 사건이자 다시는 반복하지 말아야 할 민족의 비극이란 의미에서 6·25를 기억하는 것은 필요하고 중요한 일이다. 그런 만큼 교육 과정에서 아이들에게 6.25의 역사적 배경과 의미를 가르치는 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창 사랑과 꿈만 먹고 자라도 부족한 우리 아이들에게 누군지도 모르는 상대에 대한 맹목적 증오를 심어주는 6.25 노래 같은 건 가르치지도, 아이들 입에서 불려지지도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