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소소잡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짓는 사진장이 Oct 15. 2023

반드시 손절해야 할 친구

친구인듯 친구 아닌 친구인 척하는 너들에 대한 단상

이미지출처 : 유튜브 화면 캡처



허성태라는 배우가 있다. 잘 아는 분들도 많을 거고, 얼굴 보면 '아, 저 친구!' 하며 알아보는 분들도 있을 거다. 영화 '범죄도시'와 넷플릭스 대박 드라마 '오징어게임' 등에 출연한 연기파 배우로, 2022년엔 KBS 연기대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금은 잘 나가지만 그에게도 무명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 그는 먹고 살기가 너무 어려워 두 친구에게 '미안하지만 30만원만 빌려달라'는 문자를 보낸 적이 있단다. 그러자 한 친구는 "현재 가진 게 15만원 밖에 없는데 이거라도 보내줄게"라고 즉시 답을 해왔고, 다른 친구는 '읽씹' 모드로 묵묵부답 답이 없었다.



그런데 나중에 허성태가 유명해지자 '읽씹' 모드로 답이 없었던 친구로부터 연락이 왔다. "내 친구가 결혼을 하는데 니가 와서 사회 좀 봐라"라고. 그러면서 덧붙여 말하기를 "한 30이면 되냐?"고 물었단다. 허성태는 그 시간부로 그 친구와 인연을 끊었단다.



신기한 게 허성태의 이 얘길 듣는 순간 나는 '읽씹' 했다가 제 친구 결혼식 사회를 봐달라 했다는 베이비의 말투와 뉘앙스가 직접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은듯 생생하게 떠올랐다는 거다. 눈에 빤히 보일 정도로 주판알을 굴리면서 좀 만만하다 싶은 상대에겐 허세를 부려대는, 사회생활 좀 하다 보면 드물지않게 마주치는 인간 부류여서다.



사회생활 좀 하다 보면 이런 '친구인 듯 친구 아닌 친구인척 하는 너'들이 적지 않은데, '이 녀석이 나한테 득이 될까?' 잔머리 굴리며 혼자 약은 척은 다하는 베이비들을 보면 솔직히 손절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지곤 한다. 계산은 나 역시 할 줄 아는데, 혼자 약은 척 하는 거 보면 속이 불편해서다.



하지만 여러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다 보면 쌀밥에 뉘 골라내듯 따로 솎아내기가 쉽지 않고, 다른 친구들로부터 모난 놈 혹은 모진 놈 소리 듣기 싫어 대충 넘어가 버리는 경우가 많다. 개꼬리 3년 묻어놔봐야 황모 되지 않는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그냥 놔두는 우를 범하는 거다.



그런데 배우 허성태 경우를 보면 역시나 손절할 베이비는 가능한 빨리 손절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제때 손절을 못하면 십중팔구 내가 성공이라도 했을 경우 "그 인간 그거 옛날엔 나한테 돈 빌려달라 애걸하고 그랬는데, 성공하더니 연락도 끊고 안면몰수하더라" 따위 뒷담화나 하고 다닐 베이비여서다.



언젠가 한 방송프로그램에서 무명배우로 고전 중인 친구 성형수술비를 지원해주기 위해 돈을 모으고 있다는 고등학교 동창들 사연을 보고 감동을 받은 적이 있다. 친구가 연기는 참 잘 하는데 코가 못 생겨서 못 뜨는 거란 생각이 들어 그런 결심을 했다는 거였다.



다행히 '그 로' 친구는 배우로서 큰 성공을 거뒀고, 성형수술비를 지원해주기 위해 돈을 모았던 친구들의 마음은 서로 웃으며 얘기 나눌 수 있는 좋은 추억거리로 남았다. 과거 배우 허성태의 친구였을지도 모르는 겨우 '30만원짜리'도 안 되는 베이비와는 차원이 다른 친구들이다.



좋은 친구는 가족보다 더 흉금을 터놓을 수 있는 고마운 존재지만, 나쁜 친구는 내 삶을 갉아먹는 기생충 혹은 하이에나 같은 존재다. 좋은 친구는 내 모든 걸 던져서라도 깊이 사귀되, 나쁜 친구는 모난 놈, 모진 놈 소리 따위 주변 사람들 입질에 구애받을 필요없이 하루라도 빨리 손절해 버려야만 하는 이유다.



#허성태 #배우허성태친구 #문자읽씹  #손절해야할친구 #좋은친구나쁜친구 #개꼬리삼년 #글짓는사진장이 #사람이있는풍경

매거진의 이전글 적반하장 큰소리 친 택시기사의 최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