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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Jan 12. 2024

<경성크리처>를 꼭 봐줘야 하는 이유


<'엄마는 얼마나 아파야 아기를 버리나’ 실험한 731부대... '경성크리처' 비극, 이렇게 나왔다> 제하에 실린 한 기사를 보던 중 내 눈길을 잡아끈 대목이 하나 있다. 드라마 <경성크리처> 주연을 맡은 두 배우 박서준과 한소희 캐스팅 관련 짤막한 인터뷰 내용이 그것이다.


언젠가부터 우리나라엔 '일본 한류'라는 무시할 수 없는 기류가 생겨났고, 이 때문에 2012년 독립운동가 청년 얘기를 다룬 허영만 원작 드라마 <각시탈> 제작 시 7명이나 되는 배우들이 주연 캐스팅을 거절했다고 한다. 한 마디로 '돈 좀 되는' 일본 시장에서 배척당할 수 있는 반(反) 일본적인 작품엔 출연하고 싶지 않단 얘기다.


식민 통치 시절, 죄없는 우리나라 사람들을 대상으로 끔찍한 생체실험을 자행한 731부대를 소재로 다룬 <경성크리처> 역시 이 '일본 한류'가 큰 걸림돌이 됐다고 한다. 일제시대 독립운동보다야 아주 많이 훨씬 덜 위험하지만, '일본 한류' 정서에 역행해 유탄이라도 맞는 날엔 돈 좀 되는 시장을 놓칠 수도 있다는 우려를 가진 배우들이 적지 않아서다.


<경성크리처>를 집필한 강성은 작가는 이와 관련해 드라마 대본을 받은 뒤 하겠다고 나선 배우들이 없었다고 안타까워 했다. 선뜻 투자에 나서겠다는 제작사 찾기가 어려웠던 것도 문제였지만, 캐스팅 제안을 보낸 '한류 배우'들이 출연 결정을 내리지 못하면서 여러 차례 드라마 제작이 무산됐다는 거다.


그러던 중 박서준과 한소희에게 출연 의견을 물어봤더니 "한류 배우니까 해야죠"라고 말을 했다는 것. 한쪽에선 '한류 배우라서' 캐스팅 제안을 죽어라 고사하고 있는 판국에 박서준과 한소희는 오히려 '한류 배우니까' 해야 한다며 기꺼이 일제시대 생체실험을 자행한 731부대 소재 드라마 <경성크리처> 주연을 자처하고 나선 거였다.


이 뉴스를 접하며 나는 그동안 그저 키 좀 크고 멀끔하게 잘 생긴 배우쯤으로 알고 있던 박서준이라는 배우와, 이름은 좀 낯이 익되 어디 드라마 혹은 영화에서 어떤 연기를 보여줬는지 잘 알지조차 못했던 한소희라는 배우에 대해 아주 매우 많이 호감을 갖게 됐다. 일본 한류에 편승해 돈 몇 푼 더 벌어보겠다며 '한류 배우라서' 못하겠다는 배우들이 판을 치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 '한류 배우니까' 해야 한다는 올곧은 역사관을 가진 배우가 참 귀하디 귀하게 느껴졌다고나 할까.


그 연장선상에서 한소희는 <경성크리처> 스틸컷과 함께 안중근 의사 사진을 SNS에 올렸다가 일본 네티즌들로부터 '반일'이니 '혐일'이니 하는 악의적인 댓글 세례를 받기도 했다. 역사 왜곡을 일삼는 나라에서 사느라 제대로 된 역사교육을 못 받은 탓이긴 하겠지만, 36년이나 되는 긴 세월 동안 식민통치를 일삼으며 죄없는 숱한 우리 국민들을 군대로 정신대로, 심지어는 생체실험용으로까지 끌고가 억울하게 목숨을 잃게 만들어놓곤 양심도 없이 도그 껌씹는 소리들을 잘도 지껄여대고 있다.


​'한류 배우니까' 해야 한다는 두 배우가 혼신의 힘을 다한 작품이라는 걸 뒤늦게나마 알게 됐으니 이제부터라도 드라마 <경성크리처>를 관심있게, 열심히 한번 정주행 해봐야겠단 생각이 든다. '한류 배우'가 '일본 한류' 따위에 영향받지 않고 진정한 한류 배우로 성장하게 만들려면 본토인 이곳 대한민국이 그 굳건한 뿌리가 돼줘야 하고, '한국인이니까' 우리가 그 든든한 뒷배경이 돼줘야 하지 않겠는가. 참 드물게 올곧은 역사관, 배우관을 가진 박서진, 한소희 두 배우가 열연한 <경성크리처>를 다 같이 열심히 봐주잔 얘기 되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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