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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Feb 24. 2024

영화 <파묘>는 항일 독립운동 영화다?

이미지출처 : 영화 파묘 홈페이지


배우 김고은의 신들린 무당 연기로 개봉 전부터 큰 화제가 되고 있는 오컬트 영화 <파묘>. 그런데 극장 개봉이 되자마자 영화 내용과는 별개로 누리꾼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는 소문이 하나 있다.



<파묘>는 오컬트의 형식을 빈 항일 독립운동 영화라는 게 그것이다. 과학적으로 해명할 수 없는 신비적, 초자연적 현상을 다룬 오컬트 영화가 항일 독립운동 영화라니 이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인가 싶었다. 귀신이 일본놈들과 맞서 독립운동이라도 한단 얘긴가?



버뜨(but), 그 내용을 파고 들어가보니 영화 <파묘>에는 정말 뜻깊은 깨알 설정들이 숨어 있었으니, 그 첫번째는 '묘벤저스'란 닉네임까지 얻은 등장 인물들의 이름이었다.



먼저 영화 속에서 풍수사로 등장하는 배우 최민식이다. 극중 그의 이름은 상덕인데, 이 이름은 일제 강점기 민족반역자들을 처단하기 위해 결성된 반민특위 위원장까지 역임한 바 있는 독립운동가 김상덕과 일치한다.



우리나라에 흔해빠진 게 김씨요 동명이인 아니냐구? 맞다. 3명 중 한 명은 김씨란 말이 있을 정도로 흔해빠진 게 그 성씨요, 상덕이란 이름도 전화번호부만 좀 뒤적거려 봐도 몇백 몇천 명은 족히 나올 거였다.



버뜨(but), 대한민국 누리꾼들이란 존재가 일견 가벼워 보이긴 하지만, 집단지성으로 발전하면 슈퍼컴퓨터를 뛰어넘는 놀라운 분석력을 보여주는 상상을 초월하는 집단이란 사실을 알아야 한다. 김상덕이란 이름 하나 정도로 항일 독립운동 영화 운운할 정도로 무모하진 않단 얘기 되시겠다.



영화 <파묘>에서 각각 장의사와 무당으로 등장하는 배우 유해진과 김고은의 경우만 봐도 그렇다. 장의사의 극중 이름 고영근은 개항기 때 만민공동회와 독립협회에서 활동하며 정부에 개혁을 요구했던 독립운동가이며, 무당의 극중 이름 이화림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조선의용군에서 활약한 독립운동가와 일치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배우 김고은과 함께 무당으로 등장하는 이도현의 극중 이름은 봉길이다. 도시락 폭탄으로 식민 지배에 억압받는 조선인들의 울분을 만천하에 널리 알렸던 의사 윤봉길 그분의 이름이니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치 않을 거다.



김고은, 이도현과 함께 무당으로 등장하는 김선영과 김지안의 극중 이름 오광심, 박자혜 역시 일제 강점기 시절 독립운동에 헌신했던 분들의 이름과 일치하며, 그 중 박자혜는 간호사이자 단재 신채호 선생의 부인으로도 유명하다.



영화 속 등장 인물들의 이름 속에 숨어있는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들 면면을 찾아보는 것도 재밌지만, 두번째로 눈여겨 봐야 할 건 영화 속 곳곳에 숨어있는 항일 독립운동 관련 깨알 같은 설정들이다.



이를테면 장의사 고영근의 가게 이름은 1920년대 일본 고관 암살과 관공서 폭파 등 활동을 전개했던 항일 무력독립운동단체 의열단 이름에서 따온 걸로 보이는 <의열장의사>이고, 의열단 단장을 역임한 독립운동가 김원봉의 이름을 딴듯 법명을 원봉으로 지은 스님이 창건한 사찰 이름은 '나라를 지키는 절'이란 의미를 담은 보국사(保國寺)다.



도굴꾼으로 위장해 말뚝을 제거하는 조직의 이름은 철혈단으로, 일제 강점기인 1920년대 중국 상하이에서 조직됐다는 독립운동 단체의 그것과 일치하며, 무당 이화림과 풍수사 김상덕의 차 번호는 각각 삼일독립만세일, 8.15 광복절과 일치하는 0301, 0815이다. 이에 더해 장의사 운구차 번호는 일제 강점기가 끝난 역사적인 바로 그 해를 의미하는 1945다.


이미지출처: 영화 파묘 홈페이지



단순한 오컬트 영화인 줄만 알았는데 그 속내를 들여다 보니 뜻밖의 항일 독립운동 역사가 숨겨져 있는 영화 <파묘>. 배우 김고은의 신들린 무당 연기 소문과 흡인력 넘치는 예고 영상 때문에 아주 매우 많이 꼭 보고 싶은 영화였는데, 이번 주말엔 만사 제쳐놓고 달려가 반드시 봐주고 말아야 할 이유가 한 가지 더 보태졌다.



그나저나 개봉 첫날부터 대박이 났다던데, 주말에 표나 제대로 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일단 예매부터 질르러 가야겠다.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장재현 감독은 “외세에 당한 역사와 그 잔재가 곪아 지금도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며 “그걸 '파묘' 해버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우리 과거의 아픈 상처와 두려움 같은 걸 뽑아버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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