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 등 젊은이들에게 "회사에서 연봉은 얼마나 받니?" 하는 따위 꼰대스런 질문을 던지려면 50만원을 물어야 한다는 <설연휴 잔소리 메뉴판>이 MZ세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취업준비는 아직도 하고 있니?'는 15만원, '결혼 슬슬 해야지?'는 30만원, '애 가질 때 되지 않았니?'는 50만원, '둘째는? 외동은 외롭대'는 무려 100만원의 서비스(?) 요금을 물어야만 한단다.
설 연휴 때 같은 가족친지들이 모처럼 한 자리에 모일 때면 딴엔 걱정을 해준답시고 남의 제사상에 감 놔라 대추 놔라 훈수를 두려 들기 일쑤인 꼰대들에게 보내는 MZ세대의 준엄한 경고 같은 걸거다.
너님들께선 장난 삼아 혹은 소일거리 삼아 던지는 돌에 맞는 개구리는 대가리가 터져 죽을 지경이라는 비명이기도 할 거다. 더 나아가 가뜩이나 취업이다, 결혼이다, 육아다 뭐 하나 만만한 게 없어 당사자 입장에선 스트레스 받아 돌아가실 지경인데, 도와줄 것도 아니면서 그 위에 뭘 더 얹지는 말아달라는 호소이기도 할 거다.
평소 조카 등 남의 일에 쉰소리 하기 좋아하는 '으르신들' 잘 보이는 집안 어딘가에다가 문제의 <설연휴 잔소리 메뉴판>을 걸어놓으면 어떤 그림이 나올까 잠시 생각해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치라곤 쌈 싸 먹은 '으르신들'들이 취업이니 결혼이니 하는 문제를 입에 올리며 꼰대짓을 일삼을 때 조용히 <설연휴 잔소리 메뉴판>을 눈앞으로 들이밀면 과연 어떤 그림이 그려질까?
"어디서 배워먹은 버르장머리냐?"며 버럭 화를 내는 으르신들도 있을 거고, 아차 싶어 겸연쩍은 듯 헛기침을 내뱉는 으르신들도 있을 거다. 어느 쪽이 됐든 더 이상은 그런 류의 꼰댓소리를 함부로 내뱉으며 젊은 조카들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짓은 하기 힘들어질 거라고 생각된다.
아주 매우 많이 진심으로 어린 조카와 조카뻘쯤 되는 젊은이들이 걱정된다면 "요즘 힘들진 않니?" 하며 가만히 어깨 한번 두드려 주거나, "얼마 안 되지만 이걸로 맛있는 거 사먹으며 스트레스 풀고 살거라" 하며 슬그머니 용돈 얼마쯤 주머니에 찔러넣어주면 족할 일이다, 어른들의 역할은.
물론 웃자고 만든 거긴 하겠지만 <설연휴 잔소리 메뉴판>을 보노라면 명절이랍시고 고향집에 가봐야 남의 제사상에 감 놔라 대추 놔라 꼰대짓하는 친척들만 득시글거려 차라리 어디 도서관에 처박혀 있든가 단기 알바나 하고 말겠다는 젊은이들이 더 이상은 나오지 않도록 어른들이 어른 노릇을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만 먹는다고 해서 저절로 어른이 되는 건 아니다. "요즘 애들은 버릇이 없어" 하며 혀만 끌끌 찰게 아니라 그런 애들한테 어른 대접 받을 수 있도록 제대로 어른답게 살아야 비로소 어른이 되는 거다. 어른 대접 받고 싶으면 먼저 너님께서 어른부터 돼야 한다는 얘기 되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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