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파묘> 예고편에서 그토록 힘주어 강조했던 그 '나와서는 안 될 겁나 험한 거'가 무엇인지 정말 궁금했다. 단순한 악귀라면 극중 이화림(김고은 분) 같은 용한 무당 하나면 족했을 거고, 굳이 풍수사나 장의사까지 총망라된 '묘벤저스'까지는 필요없었을 거라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어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연적으로 풍수사와 장의사까지 동원돼야만 했던 그 '나와서는 안 될 겁나 험한 거'의 정체는 어떤 기운, 거기에 영화 제목이기도 한 '파묘'라는 행위가 동반된 그것은 모종의 봉인된 힘일 거라는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영화 장르가 과학적으로 설명되기 힘든 현상을 다루는 오컬트로 분류된단 사실도 그런 추측을 뒷받침했다.
뿐만 아니라 일제 강점기 억압받던 시절, 독립운동에 앞장서 불꽃같은 삶을 살았던 김상덕이나 이화림, 고영근, 윤봉길 의사 같은 독립운동가들 이름을 가져다가 묘벤저스 캐릭터들에게 입힌 것 역시 나름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을 거란 판단이 들었다.
영화 파묘가 항일 영화라는 입소문이 있다는 사실까지 감안하면 아마도 문제의 '나와서는 안될 겁나 험한 거'는 일본, 그것도 과거 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과 어떤 식으로든 연관돼 있을 거라는 연역적 추론도 가능했다.
그 '험한 거'에 맞서 싸우기 위해 김상덕, 이화림, 고영근, 윤봉길 의사 같은 독립운동가들의 이름이 필요했을 거고, 그로 인해 영화 개봉 2~3일 만에 파묘의 중심에 선 그들 4인조를 통칭해 어벤저스 사촌쯤 되는 '묘벤저스'라는 닉네임도 생겨났을 터였다.
개봉 4일차인 어제, 만사 제쳐둔 채 내가 극장을 찾은 건 그 궁금증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 '험한 거'가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존재인지 직접 확인해보고 싶었고, 묘벤저스가 과연 어떻게 그 '험한' 베이비를 해치우는지 꿀잼각을 직관하고 싶었다. 돌고 돈 소문이 마침내 내게까지 이르러 내 귀를 어지럽히기 전에.
영화 개봉 전부터 장안에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내가 좋아하는 배우 김고은의 신들린 무당굿 연기도 한 번 감상해보고 싶었다. 초대형 화면 덕분에 미세한 표정 연기까지 생생히 살아있는, 초강력 사운드 덕분에 실제 굿판 이상으로 신명이 넘쳐나는 생생한 굿판을 지켜보고 싶었다.
그리고 결과는 아주 매우 많이 만족스러웠다. 진짜 무당 싸대기 날릴 정도라는 소문마따나 이화림 역을 맡은 배우 김고은의 대살굿 연기는 그거 하나만 제대로 봐도 극장 관람료가 아깝지 않단 생각이 들만큼 씬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해주었고, 믿고 보는 배우 최민식과 유해진의 풍수사 김상덕, 장의사 고영근 연기도 영화의 재미와 몰입도를 한층 더해줬다.
개봉 3일차인 지난 24일 하룻동안만 78만명 가까운 관객들이 몰리면서 가볍게 누적관객수 100만을 돌파한 영화 <파묘>는 그로부터 하루만인 25일에는 200만 관객을 가볍게 돌파하는 파죽지세를 떨치고 있다. 1300만명 넘는 관객이 몰려 초대박이 났던 영화 <서울의 봄>이 개봉 나흘 만에 100만, 6일 만에 200만을 돌파한 것과 비교해보면 그를 뛰어넘는 메가히트를 기록할 걸로 기대가 되는 흐름이다.
내 경우 그래서 개봉 4일차인 어제 만사 제쳐놓고 영화 <파묘>를 보러갔었다. 숨겨진 이야기가 재미를 더해주는 오컬트 영화라는 장르 특성 등을 감안했을 때 관람객 수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내가 원치 않는다 하더라도 머잖아 각종 스포일러에 노출될 수밖에 없을 거란 생각이 들어서다. 지나친 스포일러는 오컬트 류 영화 관람에 해롭다.
이미지출처: 영화 파묘 홈페이지
그러니까 최근 극장가에서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이 영화에 대해 관심이 있는 분들은 나처럼 하루라도 빨리 서둘러 가서 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늦장을 부리다 보면 주변에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날 거고, 그들과 스몰토크라도 나누다 보면 원치않는 스포일러들에 노출될 가능성이 아주 매우 많이 높으므로.
내 주관적인 관점 기준 아주 매우 많이 잘 만든 웰메이드 영화 <파묘>가 누적관객수 1000만을 넘어 2000만까지 쭉쭉 파죽지세를 이어나가기를 기원하며, 이상 개봉 4일차, 200만 관객 돌파 시점 언저리에 영화 <파묘>를 관람하고 온 내돈내산 솔직한 후기 되시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