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떠나시던 그날은 비가 내렸다
자식놈일 땐 미처 알지 못했던 아버지 이야기 #30
MZ세대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좋아하는 노래 중 '그대 떠나는 날에 비가 오는가'라는 곡이 있다.
70~80년대 인기를 끈 산울림이란 그룹이 부른 애잔한 느낌의 곡이다.
'그대 떠나는 날에 비가 오는가. 하늘도 이별을 우는데 눈물이 흐르지 않네' 하는 가사로 시작되는데,
가만히 듣다 보면 어느덧 내 가슴 속에도 촉촉한 빗망울이 적셔지는듯한 느낌을 주는 노래다.
4년 전 오늘 우리 아버지가 돌아가시던 그날은 마치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듯 장대비가 쏟아져 내렸다.
마치 하늘도 우리 아버지의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을 슬퍼하는 느낌이었다.
아버지 장례식장에 앉아 빗소리를 듣는 내내 내 머릿 속엔 이 '그대 떠나는 날에 비가 오는가'가
끊어질듯 이어지며 슬로우 비디오처럼 느린 속도로 계속해서 맴돌았다.
아버지의 장례식을 치루는 3일 내내 장대비는 쉼없이 계속 쏟아졌다.
그 빗줄기가 어찌나 거셌던지 장례식을 제대로 치룰 수 있을지가 걱정될 지경이었다.
화장장으로 이동할 때도, 대전현충원에서 영결식을 마칠 때까지도 빗줄기는 그칠 줄을 몰랐다.
그러더니 마지막 안장을 위해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할 무렵 거짓말처럼 비가 뚝 그쳤다.
장례식을 치루는 3일 내내 지칠 줄도 모르고 계속 쏟아지던 비였는데 정말 고마운 일이었다.
자칫 물에 빠진 생쥐꼴로 치룰뻔 했는데, 덕분에 아버지 장례식은 무사히 잘 마칠 수 있었다.
장례식을 모두 마친 뒤 어머니와 함께 부모님 댁으로 이동하는데, 잠시 그쳤던 비가 다시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걸 보며 우리 가족은 힘들고 지친 와중에도 "나랏일 하시느라 애썼다고 하느님이 좀 봐주신 모양"이라며 웃었다.
어머니는 "성미 급한 양반이 자식들 고생할까 봐 그새 하느님께 쫓아가 담판을 지으신 모양"이라고도 하셨다.
어찌됐든 저찌됐든, 하느님 덕분이 됐든 아버지 덕분이 됐든
덕분에 아버지의 마지막 가시는 길은 비온 뒤 맑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