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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Jun 06. 2024

리뷰만 8700개, 방송엔 소개 안된 맛집 <고창면옥>

요즘 핫한 성심당 대전역점보다 많은 리뷰수라니...





SNS를 시작하면서 내겐 새로운 버릇이 하나 생겼다. 여행갈 지역 맛집을 찾을 때 SNS 리뷰부터 먼저 들여다보게 된 거다. 그중엔 리뷰 전문업체들 의뢰를 받아 가보지도 않은 채 작성한 가짜 리뷰들도 적지않음을 잘 알지만, 괜찮은 맛집일수록 많은 SNS 리뷰가 달리는 것 역시 사실이기 때문이다.


고창면옥은 그 기준으로 봤을 때 아주 매우 많이 흥미를 불러일으켰던 맛집이다. 고창 쪽으로 여행갈 계획이 있어 중간에 들를 맛집을 물색하던 중 우연히 발견했는데, SNS 리뷰 수가 무려 8,700개가 넘었기 때문이다. 맛집 리뷰에 조금이라도 관심있는 분들은 잘 알겠지만, 이 정도면 정말 어마무시한 수준.


한 예로 내가 사는 동네이자 '맛의 고장'이란 별명까지 갖고 있는 전주, 그 안에서도 일반 맛집들과는 차원이 다른 별격의 존재로 취급받는 78년 역사 콩나물국밥 전문점 삼백집이 SNS 리뷰 수 1,800여개, 53년 역사 조점례남문피순대가 5,600여개에 불과하단 사실에 비춰보면 딱 느낌이 올 거다.


월 4억원 넘는 천문학적인 월세 때문에 요즘 한창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는 성심당 대전역점 SNS 리뷰조차도 고작(?) 4,200여개에 불과하다는 사실과 비교해도 그렇다. 대전역을 오가는 하루 수천, 수만에 달하는 여행객들이 참새가 방앗간 드나들듯 하는 덕분에 월평균 매출 26억원, 연매출 300억을 찍는다는 그곳이 그럴진대 전체 인구라고 해봐야 51,000명대에 불과한 고창군 작은 동네 냉면집 리뷰 수가 8,700개라는 건 어떤 면에선 불가사의하단 생각조차 들 정도다.





이 대목에서 한 가지 더 놀라운 사실은 고창면옥이 식당 안팎을 아무리 둘러봐도 그 흔해빠진(?) 방송출연 이력 하나 안 보이는 오리지널 동네 맛집이라는 거다. 맛객들을 몰고 다니는 백종원이나 허영만 같은 이들이 방문했다는 기록 같은 것도 전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정도 리뷰가 주렁주렁 매달린다는 건 결국 순수하게, 오리지낼리티 맛 하나가 모든 걸 다 했다고 밖엔 달리 판단할 도리가 없다.


고창면옥의 시그니처 메뉴는 불고기냉면과 불고기불냉면, 불고기비빔냉면이다. 찾는 이에 따라서는 갈비탕이나 매운 갈비찜을 꼽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식당 이름에 '면옥'이 붙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냉면이 주력상품이라 볼 수 있고, 실제로 냉면 먹으러 오는 손님들이 가장 많은 음식점이기도 하다.


이 집 냉면은 탄탄하고 쫄깃한 식감이 일품인 칡냉면 면발을 사용하고 있는데, '물냉파'인 아내 걸 몇 숟가락 슬쩍 뺏어먹어본 결과 16시간 동안 온갖 정성을 들여 만들어낸다는 냉육수 덕분인 듯 시원함은 기본이요 감칠맛까지 깊이 우러나 온몸이 냉면 속으로 풍덩 다이빙해 들어가는 쾌감이 느껴질 만큼 '존맛'이었다.



'비냉파'인 내 몫으로는 비빔냉면보다 한 차원 더 매운맛인 불냉면을 선택했는데, 과일과 매운 고추를 듬뿍 갈아넣었다고 하더니만 한 입 베어무는 순간 입은 물론 위 속까지 화끈한 기운이 확 불타오르면서 이마에서 육수가 한 웅큼 뽑아져 나왔다. 캡사이신 류의 인공적인 매운맛을 싫어하는 내 입맛에는 아주 매우 많이 제대로 된 매운맛이어서 정말 좋았다.


면 요리만으로는 아무래도 부족하다 싶은 손님들을 위해 단백질을 보충해 주겠다는 의도로 개발한 메뉴인 듯 냉면과 함께 세트로 묶어져 나오는 불고기는 불맛이 잘 입혀져 은은한 불향으로 한 번, 달콤하면서도 부드러운 육질로 또 한 번 먹는 재미를 만끽하게 만들어줬다. 원래 아내와 나 둘 다 불향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평소 즐겨먹지 않는 편인데, 이 고창면옥 불고기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부감이 전혀 안들 만큼 맛이가 있었다.


한 가지 아쉬웠던 건 다소 불친절한(?) 영업 스타일이었다. 사장님이나 직원들 응대 태도야 더없이 친절했지만, 기본으로 제공되는 열무김치 말고도 셀프바에서 맛난 깍두기와 육수를 가져다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을 정확히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불냉면을 시켜먹은 내 경우 '육수가 있음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느꼈더랬는데, 알고 보니 셀프바에 가면 양껏 가져다 먹을 수 있었던 걸 미처 알지 못했던 거였다. 나같은 초보 방문자들을 위해 각 테이블마다 안내문을 비치해주면 좋지 않을까 싶다.






'또 먹고 싶은 음식을 만듭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갖고 있다는 고창면옥은 쉬는날 없이 매일 오전 10시30분부터 저녁 8시까지 문을 연다. 오후 3시30분(토~일요일은 오후 4시)부터 5시까지는 브레이크 타임이며, 20~30대쯤 주차할 수 있는 전용주차장도 갖고 있다. 하지만 점심시간이나 주말에는 손님이 너~~~~어무 많아서 주차하기가 쉽지 않은 편인데, 다행히 차량통행이 그리 많지 않은 지역이라서 음식점 앞 도로 주변이나 골목길에 눈치껏 주차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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