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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Jul 25. 2024

40년간 콩나물국밥 하나만 팔아온 전주 왱이집

체인점 거부한채 '먹고 싶은 너님이 직접 전주로 오세욧!' 똥배짱





맛의 고장 전주에는 맛난 음식들이 이루 헤아라기조차 힘들 만큼 수두룩빽빽하다. 그런데 그 안에서도 어지간한 사람들이라면 다 고개를 끄덕거리게 만드는 세 손가락 안에 꼽는 음식들이 있으니, 전주비빔밥과 전주한정식, 콩나물국밥이 그것이다.


왱이집은 이 전주를 대표하는 세 가지 음식들 가운데 콩나물국밥 부문에서 3대 천왕쯤 되는 확고한 명성을 얻고 있는 맛집이다. 전주한옥마을 바로 옆 동문예술거리 도로변에 자리잡고 있는데, 1986년 창업한 이래 40여년 가까이 오직 한 가지 콩나물국밥'만' 주구장창 팔고 있는 고집있는 음식점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삼백집 등 다른 3대 천왕 콩나물국밥집들은 너도 나도 체인점을 내 외연을 확장해 나가기 바쁜 반면, 이 왱이집만은 한사코 그걸 마다하고 있어 한 번 더 눈길이 가는 맛집이다. 막말로 '우리집 콩나물국밥을 먹고 싶으면 너님이 직접 전주 동문예술거리 우리 가게까지 오세욧!' 하는 똥배짱마저 느껴질 정도다.


아마도 체인점 사업을 통해 여기저기 무분별하게 분점들을 내줄 경우 내 맘 같지 않은 가맹점주들이 성의 부족하게 밥상을 차려내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들기도 하고, 드물게는 똥손질로 손님 이맛살 찡그리게 만드는 음식을 팔아 본점 이미지까지 깎아 먹는 게 싫어 그러는거 아닌가 싶다. 집앞에 체인점이 있더라도 가급적 본점을 찾아가는 내 스타일로 봤을 땐 콩나물국밥 한 가지 메뉴만 고수하는 고집 못잖게 아주 매우 많이 마음에 드는 태도다.



그렇다면 음식점의 본질인 맛은 어떨까? 그 답은 왱이집 정문 바로 위에 큰지막한 글씨로 새겨넣은 '손님이 주무시는 시간에도 육수는 끓고 있습니다'라는 한 문장 안에 다 들어있다. 무농약 콩나물 등 좋은 재료들에 인공조미료는 절대 사용 않는다는 철학으로 오랜 시간 정성을 들여 끓여내는 단순한 방식이다. 며느리한테도 안 알려준다는 무슨 특별한 비법 같은 게 있는 것도 아니라는데 그 국물맛이 그렇게 시원하고 구수할 수가 없다.





여기서 한 가지 특기할 만한 왱이집 콩나물국밥 만의 특징은 국물을 펄펄 끓이지 않는 조리 방식을 통해 콩나물 본연의 아삭한 맛과 식감을 잘 살리고 있다는 것. 덕분에 숨이 죽은 채 상에 오르는 일반 국밥집 콩나물들과는 달리 이곳에선 펄펄 살아서 밭으로 다시 걸어들어갈 것 같은 생기 넘치는 콩나물을 마주할 수 있는데, 시원한 국물을 곁들여 아삭하게 씹어삼키는 식감이 정말 일품이다.


창업 초창기부터 음식 양이 부족해 손님들이 배곯는 일은 절대 없도록 하겠다며 인심 좋게 양껏 퍼주는 영업 방식을 견지해 온 것도 왱이집 만의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평소 '밥상에서 인심 난다'는 장사철학을 갖고 있다는 이 집 사장님이 콩나물국밥 한 그릇 값만 내면 거의 무한리필 수준으로 밥과 반찬을 제공해 온 덕분에 배고픈 이들이 싼값에 배를 채울 수 있었고, 장사해서 남은 이익은 배고픈 초등학교 결식아동들을 위해 아낌없이 베풀어오고 있으시단다.


왱이집을 방문하게 되면 또 한 가지 눈에 크게 두드러지는 게 있으니, 다름 아닌 어마무시한 주차장 면적이다. 전주시내 중심가다 보니 주변 음식점들의 경우 아무리 장사가 잘 되는 집이라 하더라도 전용주차장은 대개 몇 대 분량이 고작이고, 부족분은 인근 유료주차장을 이용토록 하고 있는데 반해 왱이집은 음식점 건물 몇 배쯤은 되는 넓은 부지를 전용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사정 모르는 사람이 보면 보다 많은 손님을 받고 싶어 장삿속으로 그러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앞설 건데, 알고 보면 그건 찾아오는 손님들 불편하시지 않게 하고픈 이 집 사장님의 남다른 배려심 때문이란다. 전주한옥마을 바로 옆 시내 중심권이다 보니 주차할 곳이 마땅찮아 고생하는 손님들이 많은 걸 알고는 주머니 사정이 허락할 때마다 조금씩 음식점 주변 땅들을 사들여 주차장으로 만든 거다.







덕분에 이 집에 콩나물국밥 먹으러 갈 때는 주차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아도 될 정도인데, 한 가지 주의할 건 그렇게 넓어보이는 주차공간에도 불구하고 밥시간 등 손님들 몰리는 시간대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하니 식사를 마친 뒤에는 차를 빼주는 매너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얘기하자면, 왱이집이라는 음식점 이름을 듣고 '엥?' 하는 물음표 하나를 떠올린 사람들이 많을 거다. 나 역시 그런 사람 중 하나였다. 오십 몇 년 간 살아오면서 숱한 음식점을 들락거렸고, 그보다 더 많은 음식점 이름들을 접해왔지만, 왱이집 같은 이름은 그 비슷한 것조차 들어본 적이 없어서다.


그래서 여기저기 알아본 결과 왱이집이란 이름 중 '왱'은 '엥엥 왱왱' 하는 벌떼 소리에서 따온 것으로 음식점이 늘 벌떼처럼 많은 사람들로 왱왱 대길 바라는 의미에서, '이'는 그 왱왱 대는 손님들이 주인장 가족 성씨인 경주 이씨 가문으로 몰려오라는 의미에서 그렇게 지으셨단다. 그리고 그 일견 유니크한 상호가 다른 이들에 의해 도용되는 걸 막기 위해 왱이는 물론 '엥이, 욍이, 웽이, 앵이, 왕이'까지 유사한 발음나는 모든 이름을 특허청에 상표로 등록까지 해뒀다고 하니, 그 이름에 대한 애착이 얼마나 큰지 느낄 수 있다.


개업 후 몇 년 동안은 연중무휴 하루 24시간 영업방식을 고수하며 언제 어느 때든 콩나물국밥이 고픈 자들은 모두 나에게 오라는 식으로 빡세게 장사를 해온 왱이집은 현재는 매일 아침 7시부터 밤 9시까지 문을 열고 있다. 그럼에도 당신이 주무시는 시간 역시 육수는 끓고 있다니까 전주 여행 계획이 있다면 오로지 전주 동문예술거리 본점에 가야만 맛을 볼 수 있는 왱이집 콩나물국밥 한 그릇 드링킹하고 오면 입이 한층 즐거워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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