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의 고장 전주에는 맛난 음식들이 이루 헤아라기조차 힘들 만큼 수두룩빽빽하다. 그런데 그 안에서도 어지간한 사람들이라면 다 고개를 끄덕거리게 만드는 세 손가락 안에 꼽는 음식들이 있으니, 전주비빔밥과 전주한정식, 콩나물국밥이 그것이다.
왱이집은 이 전주를 대표하는 세 가지 음식들 가운데 콩나물국밥 부문에서 3대 천왕쯤 되는 확고한 명성을 얻고 있는 맛집이다. 전주한옥마을 바로 옆 동문예술거리 도로변에 자리잡고 있는데, 1986년 창업한 이래 40여년 가까이 오직 한 가지 콩나물국밥'만' 주구장창 팔고 있는 고집있는 음식점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삼백집 등 다른 3대 천왕 콩나물국밥집들은 너도 나도 체인점을 내 외연을 확장해 나가기 바쁜 반면, 이 왱이집만은 한사코 그걸 마다하고 있어 한 번 더 눈길이 가는 맛집이다. 막말로 '우리집 콩나물국밥을 먹고 싶으면 너님이 직접 전주 동문예술거리 우리 가게까지 오세욧!' 하는 똥배짱마저 느껴질 정도다.
아마도 체인점 사업을 통해 여기저기 무분별하게 분점들을 내줄 경우 내 맘 같지 않은 가맹점주들이 성의 부족하게 밥상을 차려내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들기도 하고, 드물게는 똥손질로 손님 이맛살 찡그리게 만드는 음식을 팔아 본점 이미지까지 깎아 먹는 게 싫어 그러는거 아닌가 싶다. 집앞에 체인점이 있더라도 가급적 본점을 찾아가는 내 스타일로 봤을 땐 콩나물국밥 한 가지 메뉴만 고수하는 고집 못잖게 아주 매우 많이 마음에 드는 태도다.
그렇다면 음식점의 본질인 맛은 어떨까? 그 답은 왱이집 정문 바로 위에 큰지막한 글씨로 새겨넣은 '손님이 주무시는 시간에도 육수는 끓고 있습니다'라는 한 문장 안에 다 들어있다. 무농약 콩나물 등 좋은 재료들에 인공조미료는 절대 사용 않는다는 철학으로 오랜 시간 정성을 들여 끓여내는 단순한 방식이다. 며느리한테도 안 알려준다는 무슨 특별한 비법 같은 게 있는 것도 아니라는데 그 국물맛이 그렇게 시원하고 구수할 수가 없다.
여기서 한 가지 특기할 만한 왱이집 콩나물국밥 만의 특징은 국물을 펄펄 끓이지 않는 조리 방식을 통해 콩나물 본연의 아삭한 맛과 식감을 잘 살리고 있다는 것. 덕분에 숨이 죽은 채 상에 오르는 일반 국밥집 콩나물들과는 달리 이곳에선 펄펄 살아서 밭으로 다시 걸어들어갈 것 같은 생기 넘치는 콩나물을 마주할 수 있는데, 시원한 국물을 곁들여 아삭하게 씹어삼키는 식감이 정말 일품이다.
창업 초창기부터 음식 양이 부족해 손님들이 배곯는 일은 절대 없도록 하겠다며 인심 좋게 양껏 퍼주는 영업 방식을 견지해 온 것도 왱이집 만의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평소 '밥상에서 인심 난다'는 장사철학을 갖고 있다는 이 집 사장님이 콩나물국밥 한 그릇 값만 내면 거의 무한리필 수준으로 밥과 반찬을 제공해 온 덕분에 배고픈 이들이 싼값에 배를 채울 수 있었고, 장사해서 남은 이익은 배고픈 초등학교 결식아동들을 위해 아낌없이 베풀어오고 있으시단다.
왱이집을 방문하게 되면 또 한 가지 눈에 크게 두드러지는 게 있으니, 다름 아닌 어마무시한 주차장 면적이다. 전주시내 중심가다 보니 주변 음식점들의 경우 아무리 장사가 잘 되는 집이라 하더라도 전용주차장은 대개 몇 대 분량이 고작이고, 부족분은 인근 유료주차장을 이용토록 하고 있는데 반해 왱이집은 음식점 건물 몇 배쯤은 되는 넓은 부지를 전용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사정 모르는 사람이 보면 보다 많은 손님을 받고 싶어 장삿속으로 그러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앞설 건데, 알고 보면 그건 찾아오는 손님들 불편하시지 않게 하고픈 이 집 사장님의 남다른 배려심 때문이란다. 전주한옥마을 바로 옆 시내 중심권이다 보니 주차할 곳이 마땅찮아 고생하는 손님들이 많은 걸 알고는 주머니 사정이 허락할 때마다 조금씩 음식점 주변 땅들을 사들여 주차장으로 만든 거다.
덕분에 이 집에 콩나물국밥 먹으러 갈 때는 주차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아도 될 정도인데, 한 가지 주의할 건 그렇게 넓어보이는 주차공간에도 불구하고 밥시간 등 손님들 몰리는 시간대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하니 식사를 마친 뒤에는 차를 빼주는 매너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얘기하자면, 왱이집이라는 음식점 이름을 듣고 '엥?' 하는 물음표 하나를 떠올린 사람들이 많을 거다. 나 역시 그런 사람 중 하나였다. 오십 몇 년 간 살아오면서 숱한 음식점을 들락거렸고, 그보다 더 많은 음식점 이름들을 접해왔지만, 왱이집 같은 이름은 그 비슷한 것조차 들어본 적이 없어서다.
그래서 여기저기 알아본 결과 왱이집이란 이름 중 '왱'은 '엥엥 왱왱' 하는 벌떼 소리에서 따온 것으로 음식점이 늘 벌떼처럼 많은 사람들로 왱왱 대길 바라는 의미에서, '이'는 그 왱왱 대는 손님들이 주인장 가족 성씨인 경주 이씨 가문으로 몰려오라는 의미에서 그렇게 지으셨단다. 그리고 그 일견 유니크한 상호가 다른 이들에 의해 도용되는 걸 막기 위해 왱이는 물론 '엥이, 욍이, 웽이, 앵이, 왕이'까지 유사한 발음나는 모든 이름을 특허청에 상표로 등록까지 해뒀다고 하니, 그 이름에 대한 애착이 얼마나 큰지 느낄 수 있다.
개업 후 몇 년 동안은 연중무휴 하루 24시간 영업방식을 고수하며 언제 어느 때든 콩나물국밥이 고픈 자들은 모두 나에게 오라는 식으로 빡세게 장사를 해온 왱이집은 현재는 매일 아침 7시부터 밤 9시까지 문을 열고 있다. 그럼에도 당신이 주무시는 시간 역시 육수는 끓고 있다니까 전주 여행 계획이 있다면 오로지 전주 동문예술거리 본점에 가야만 맛을 볼 수 있는 왱이집 콩나물국밥 한 그릇 드링킹하고 오면 입이 한층 즐거워질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