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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Aug 01. 2024

현지 주민들이 즐겨찾는 매운탕 맛집, 부안 줄포식당



맛집을 가리는 방법은 많고 많지만 그 중 내가 즐겨 사용하는 방법 하나는 음식점 안 손님들 구성비를 살펴보는 거다. 현지 주민들이 많은지 여행객들이 많은지를 눈짐작으로 어림해 보는 건데, 현지 주민들이 많은 곳일수록 맛집일 확률이 높기 때문.


현지 주민들이 많다는 건 곧 그 지역에서 인정받는 맛집이라는 의미여서다. 여행객들이야 방송에 나온 맛집이라거나 SNS 인플루언서들 추천을 토대로 어쩌다 한 번 방문하는 뜨내기 손님이 많은 반면, 현지 주민들은 본인 혹은 주변 지인들에 의해 검증된 맛집이 아니면 두 번 다시 발길을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다.


부안줄포만노을빛정원을 찾았던 길에 주변 맛집을 찾다가 어찌어찌 인연이 닿아 방문한 줄포식당은 언뜻 잠시 지켜본 것만으로도 현지 주민들이, 그것도 단골손님들이 아주 매우 많이 즐겨찾는 노포 맛집이었다. 손님이 들고 날 때마다 사람 좋아보이는 사장님과 희떠운 농지꺼리를 주고 받으며 서로 알은척하는 모습에서 남다른 친밀감이 묻어나는 건 기본이요, 남의 집안 사정까지 줄줄이 꿰며 시시콜콜 묻고 답할 정도면 더 말할 나위도 없었다.






덕분에 음식점 안은 시종일관 가족적인 편안함과 정겨움이 감돌았다. 너무 가족적인 나머지 일하는 중간중간 사장님과 직원들끼리도 서로 농담을 주고 받으며 거리낌없이 하하깔깔 대는 모습조차 드물잖게 보였을 정도다. 이에 힘입어 외지 여행객으로 짐작되는 이들이 중간중간 이 흐름 속으로 끼어들어도 이내 전체적인 분위기에 휩쓸려 내집 같은 편안함 속에 기분이가 좋게 식사하는 모습들이 이어졌다.


부안 줄포식당의 시그니처 메뉴는 홍어탕과 생선매운탕, 복탕 3가지. 그 중 우리는 복어매운탕을 시켜 먹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음식점 직원이 달려와 기본반찬 세팅하는 걸 보며 살짝 놀라고야 말았다. 2인분용 소짜 3만5천원짜리 매운탕 한 그릇을 시켰을 뿐인데 자그마치 열네다섯 가지나 되는 반찬들로 밥상을 가득 채우는 진수성찬이 차려져 나왔기 때문.


심지어 그 반찬들 하나하나가 가짓수 채우느라 허투루 대충 차려낸 게 없다 싶을 만큼 제대로 손맛이 녹아있는 존맛이었다는 건 절대, 네버 안 비밀이다. 뿐만 아니라 일반 음식점이었으면 한 접시당 돈 만원쯤은 받아도 되지 싶은 병어회를 손님이 원하는 만큼 거의 무한리필로 제공해 줬는데, 아주 매우 많이 감사한 마음 한편으로 이거 이래도 되나 싶어 미안한 마음조차 들었을 정도.


메인 음식인 복어매운탕은 국물을 한 숟갈 떠서 입 안에 넣는 순간 심봉사 눈 뜨듯이 눈이 번쩍 떠질 만큼 '대존맛'이었다. 매콤하면서도 시원한 국물맛이 일단 입 안을 아주 매우 많이 즐겁게 해주었고, 넉넉하게 때려넣은 복어살은 특유의 쫀득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으로 씹는 재미를 선사해줬다. 한 마디로 말해 이 외진 곳에 위치한 시골 음식점에 왜 그리도 손님 발길이 끊이질 않는지 단박에 이해가 되는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부안 줄포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과정에서 또 하나 놀랐던 건 정말 외지디 외진 시골동네 골목 안길 쪽에 위치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손님들이 끊임없이 밀려들었다는 거다. 어찌나 많이들 오는지 2시가 좀 넘어가자 사장님이 도저히 감당이 안 되겠다 싶었던지 브레이크 타임인 3시까진 여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30~40분 전부터 손님들을 돌려보내기 시작했다는 것.


특유의 사람 좋아보이는 웃는 얼굴에 서글서글한 말투로 진심어린 마음을 담아 "정말 죄송합니다. 브레이크 타임에 걸려서 이 시간부터는 더 이상 손님을 받을 수가 없습니닷!" 하고 이제 막 들어서는 손님들 등을 떠밀었는데, "30분 안에 후딱 먹고 갈게욧!" 하는 일부 손님들의 볼멘 소리도 있었지만 기분 상하지 않게 잘 달래 돌려보내는 장사 내공이 보통이 아니셨다. 어림잡아 몇십 년쯤은 장사를 해야 우러나오는 노포 운영 관록이 깃든 듯싶은 느낌적인 느낌.


번외편 얘기이긴 하지만 이 글을 쓰기 위해 관련 자료를 찾던 중 우연히 발견한 것도 하나 있다. 부안 줄포식당이 지난 2021년 줄포면 지역 착한가게 1호점으로 지정됐다는 언론기사가 그것이다. 코로나 시국으로 인해 다들 장사가 안돼 악전고투를 하고 있던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정기적으로 꾸준히 이웃사랑을 실천해 왔다는 얘기였는데, 내 경험에 비춰볼 때 확률적으로 착한 가게 사장님이 좋은 재료를 써 맛난 요리를 만드는 경우가 많았던 만큼 참고하란 얘기 되시겠다.




부안 줄포식당은 매일 오전 11시부터 저녁 8시30분까지 문을 연다. 일요일은 영업시간이 유동적이라니 전화로 미리 확인 후 방문하는 게 좋으며, 오후 3시부터 5시까지는 브레이크타임이다. 반주 한 잔 곁들여 먹는 경우가 많은 매운탕 등 음식메뉴 특성상 2시30분 전후로는 일찌감치 브레이크타임 모드에 들어가는 경우도 종종 있는 듯하니 안전하게 밥 한 끼 즐기려면 2시 전까지는 방문하는 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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