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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고 병든 강아지도 가족입니다

아주 특별한 사진 한 장 #1

by 글짓는 사진장이

동네 산책길에 저 앞에서 강아지 한 마리를 끌고 유난히 느릿느릿 걸어가는 두 사람을 봤습니다.

'느리게 살기 뭐 그런걸 실천하는 사람들인가?' 하고 생각하며 빠르게 걷다 보니 순식간에 바로 뒤까지 따라가게 됐죠.


그리고 그때 나는 알게 됐습니다. 왜 그들이 그렇게 느리게 걸어 갔는지를...

일행 중 하나인 강아지 걷는 모습이 좀 불편해 보여 유심히 살펴보니 오른쪽 뒷다리 하나가 없었던 겁니다.

성치않은 다리로 뒤뚱거리며 걷다보니 자연 느리게 걸을 수밖에 없었던 거죠.


성치않은 다리에도 불구하고 제 발로 산책에 나선 강아지 녀석도 기특하고,

그런 강아지를 일반 강아지와 똑같이 대해주는 주인도 대단하게 느껴져 한참을 지켜 봤습니다.

그리고 결론은 이 인상 깊은 장면을 한 장 남겨두지 않으면 분명 나중에 후회할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BAK02220-1.jpg


혹시 기분 나빠하지 않을까 싶어 조심스럽게 사진 한 장 찍어도 되겠느냐고 부탁했습니다.

그러자 강아지 주인은 오히려 관심 가져주는게 기쁘다는듯 흔쾌하게 승락을 해주더군요.

"Very special dog!"이라 내가 엄지를 치켜세워 보이자 아주 뛸듯이 기뻐했습니다.


그렇게 사진 한 장을 찍고 나서 계속 지켜보고 있노라니 좀 더 많은 것들이 보였습니다.

밸런스 잡기가 쉽지 않아 뒤뚱거리며 걷는 모습이 힘들어 보였지만, 강아지는 낑낑거리는 기색 하나 없이 잘 걸었습니다.

그런 그를 바라보는 강아지 주인의 태도는 더 느리게 걸어도 상관없다는듯 한없이 여유로웠고, 눈빛은 마냥 따뜻했습니다.


반려동물 인구 1천만이 넘는 시대가 됐다는 말이 실감날 만큼 동네 산책을 하다보면 강아지를 끌고 다니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그런데 예의 강아지가 유독 내 눈을 끈 이유는 늙고 병든 개를 끌고 다니는 사람은 한번도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늙고 병들었단 이유 등으로 한 해 길거리에 버려지는 반려동물 숫자가 13만마리나 된다고 하더군요.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흔히들 반려동물을 가리켜 '가족'이라는 표현을 쓰곤 합니다.

그러나 가족이라는 표현을 쓸려면 최소한 그가 예쁘고 건강할 때만 가족이어선 안 되는 겁니다.

가족은 잠깐 쓰다가 버리는 소모품이 아니라 늙고 병들어도 죽는 날까지 함께 부둥켜 안고 가야 하평생 동반자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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