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를 통해 맛집 후기를 쓰기 시작하기 전과 후, 아내와 내겐 한 가지 달라진 행동패턴이 있다. 아주 매우 많이 맛있게 밥을 먹었던 맛집이라 하더라고 어지간해선 두 번 세 번 방문하는 일이 없어진 거다. 이미 그 이유를 짐작하는 분들도 많겠지만, 보다 많은 맛집을 두루 방문해보기 위해서다.
SNS 시작 전까지만 해도 아내와 나는 쓸만한 맛집 하나를 발견하면 주구장창 그 집만 방문을 하는 일편단심 순정파 손님이었더랬다. 하지만 요즘 들어서는 특히 내가 사는 전주시내권이 아닌 그 바깥 지역의 경우 더더욱 안 가본 맛집 위주로 가보려 노력 중이다. 한 번 가려면 나름 마음 먹고 움직여야 하는데, 한정된 시간과 비용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 계획성 있게 움직이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돼서다.
버뜨(but), 모든 일에는 예외라는 게 있는 법이다. 살다 보면 어느날 문득 '대체불가'한 어떤 맛이 그리워지는 순간들이 있는데, 그럴 땐 어쩔 수 없이 그 특유한 맛을 간직한 그 집을 찾아갈 수밖에 없는 거다. 오늘 소개하는 전북 완주군 봉동읍 봉동국수거리에 있는 아줌마국수가 아내와 내겐 그런 예외들 중 하나인 대체불가 맛집이라는 얘기 되시겠다.
지난 2017년 SBS 인기프로그램 '생활의 달인'에서 비빔국수 달인으로 선정되기도 한 여사장님이 20년 넘게 운영 중인 봉동 아줌마국수에서 아내와 내 입맛을 사로잡은 시그니처메뉴는 얼큰하면서도 칼칼한 육수 국물맛이 일품인 김치수제비.
비빔국수 달인 집에 가서 이게 도대체 뭐하는 시추에이션이냐고 의아해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그건 백문이불여일먹(百聞而不如一먹)이라고 난 자신있게 답하고 싶다. 비록 먹어본 적은 없으되 다른 손님들 주문 빈도와 표정만 봐도 비빔국수 역시 '존맛'일 거란 건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지만, 입에 착착 감겨드는 '존맛' 육수 베이스의 김치수제비를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가타부타 태클을 걸지 말라는 얘기다.
메인메뉴 격인 비빔국수 찜쪄먹을 정도로 찾는 사람이 많아 봉동 아줌마국수 시그니처메뉴 중 하나라 단연 손꼽을 수 있는 김치수제비는 앞서 잠시 언급한 바와 같이 얼큰하면서도 칼칼한 육수 국물맛이 단연 일품이다. 특히 술 마신 다음날 해장용으로는 이만한 음식이 없다 싶을 정도인데, 한 땀 한 땀 직접 손으로 뜯어낸 얇고 쫄깃한 수제비를 곁들여 그 국물을 한 사발 드링킹하고 나면 머리카락 속에서부터 땀이 콸콸콸 흘러내리면서 속이 확 풀리는 느낌이 들곤 한다.
이 같은 대체불가 맛에 더해 또 하나 손님들 마음을 사로잡는 건 이 집 여사장님의 넉넉한 인심과 남다른 장사철학이다. 내 집에 오는 손님들 배고프게 하면 안 된다는 마음가짐인 듯 국수와 수제비 등 메뉴와는 별도로 누구든 양껏 밥을 퍼다 말아먹을 수 있게 늘 큰 밥통 가득 밥을 준비해두고 있는 건 기본이요, 이곳에서 사용하는 주요 식재료들은 모두 직접 농사지은 믿을 수 있는 국내산만 사용한다는 것.
봉동 아줌마국수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5시 또는 7시라는 썰도 있다)까지 영업을 하며, 매주 일요일은 정기휴무다. 바쁘게 일하는 직원들 붙잡고 뭘 물어보는 걸 싫어하는 성격이라 직접 물어보진 못했지만, 일요일에 갑자기 김치수제비가 땡겨서 찾아갔다가 허탕친 경험이 있으니 아마도 휴무일이 일요일인 건 맞을 거다. 헛걸음하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방문 전 전화(063-261-2534)로 직접 문의해 보는 것.
주차장은 바로 옆에 맞붙어 있는 봉동생강골시장 공영주차장을 이용하거나, 짝수일엔 식당 앞 도로변에 가로주차가 허용된다. 다만 읍단위 시골 치곤 유동인구도 많고 차량 통행량도 꽤 되는 데다가, 인근에 3대 69년을 이어온 봉동할머니국수를 비롯해 봉동국수거리라는 게 있을 만큼 맛집들도 많아 도로변 주차의 경우 빈 자리 찾기가 쉽지는 않다. 특히 오일장이 열리는 5일, 10일자로 끝나는 날들은 노점상들이 그 앞에 즐비하게 늘어서 경쟁률이 더더욱 치열한 편이니 방문시 참고하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