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서 아이유가 1인2역을 맡았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부터 이미 예견된 일이긴 했지만, 16부작 마지막편까지 모두 마무리가 되고 보니 이 드라마는 '폭싹' 아이유를 위한 아이유에 의한 아이유의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몇 가지 이유에서다.
그 첫 번째 이유는 1인2역을 비롯해 극 전반에 걸쳐 아이유 출연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거다. 극 초반부에서는 요망진 애순이 역으로, 후반부에서는 엄마 못잖게 요망진 딸 금명이 역으로 가장 많은 출연 비중을 차지했다. 심지어 아이유가 등장하지 않는 씬들에서조차도 어딘가 그녀의 그림자가 느껴졌을 정도.
오죽하면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선 '아이유는 애순이 딸 금명이 역할을 맡아 후반부에서도 꾸준히 등장하는데, 박보검은 왜 관식이 아들 역할 은명이로 등장시켜주지 않았느냐?'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을 정도다. 아마도 박보검 출연씬을 조금이라도 더 보고 싶었던 그의 팬들을 중심으로 나온 불만 아닐까 싶은데, 그만큼 남녀 주인공으로서 드라마 쌍축을 맡았던 아이유와 박보검 중 한쪽 비중이 지나치게 기울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두 번째 이유는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전반에 걸쳐 극 분위기를 이끌었던 나레이션 역시 아이유가 맡았다는 거다. <폭싹 속았수다>처럼 중간중간 의미심장한 나레이션이 이어지는 드라마에선 주연배우들 연기 못잖게, 혹은 그 이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은 게 나레이션이고 보면 아이유가 1인2역이 아닌 1인3역을 하고 있다는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을 정도.
세 번째 이유는 기승전 아이유로 이어지는 드라마 스토리 전개 구조다. 전반부에서는 인생 연기를 선보인 염혜란 배우의 열연을 비롯해 그녀의 해녀 동료들 말과 행동들 대부분이, 팔불출 무쇠란 별명이 딱 어울리는 젊은날 관식의 모든 생각과 행동 역시 애순이 역할 아이유를 향해 집중됐고, 후반부에서는 딸 금명을 맡은 아이유를 중심으로 특별출연 배우 김선호까지 동원해가며 그녀의 남편은 누가 될지, 엄마 애순이 못잖게 요망진 금명이의 미래는 어떻게 전개될 지에 관심이 집중됐다.
물론 그 중간중간 엄마 아버지가 된 애순과 관식 역을 맡은 문소리와 박해준의 곰탕처럼 진한 국물맛이 우러나는 찐한 연기들 역시 큰 비중을 차지하긴 했지만, 아역 애순이부터 젊은날의 애순이, 문소리가 연기한 애순이에 이르기까지 드라마 내내 등장한 그 모든 애순이 모습 위에 아이유 그림자가 어른거려 보이는 건 나 혼자만의 착각은 아니었을 거다.
그 결과 좀 심각한 문제점이 엿보이는 장면들도 보였다. 예를 들면 극 마지막 부분에 등장한 늙은 엄마 애순이와 딸 금명이가 등장하는 장면 같은 게 바로 그것이다. 극 후반부에서 엄마 애순은 수많은 인생의 질곡을 겪고 나서 남편 관식마저 먼저 떠나버낸 뒤 70살이라는 나이로 등장하는데, 그 모습이 80~90은 돼보일 정도로 너무 늙어보였다는 것.
너무 힘들고 고단한 삶을 사느라 실제보다 더 나이가 들어보이는 설정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2020년대를 살아가는 70세 노인들 평균 외모에 비춰보면 너무 과장되게 늙은 모습이란 생각을 금하기 어려운데, 그걸 더더욱 두드러지게 보이게 만든 건 극중에서 엄마 애순이와 18~19살 차이로 51~2살은 된 딸 금명이 아이유의 너무 팽팽하게 젊어보이는 모습이다. 나이를 먹어도 동안인 얼굴이 있다곤 해도 50이 넘었다고 하기엔 좀 무리가 있어 보이는 모습.
아이유를 위한 아이유에 의한 아이유의 작품이란 생각이 더더욱 강하게 드는 건 그래서다. 시인을 꿈꾸는 열여덟 문학소녀 애순이와 초등학생 딸을 둔 엄마 애순이 역 아이유, 딸 금명이로 변신해 대학생이 되고 직장인이 되고 엄마가 되고 성공한 50대 사업가가 된 아이유 모습에서 헤어스타일과 의상, 메이크업 정도가 바뀐 걸 빼면 연기가 아닌 외모 상으로는 나이가 들었다는 걸 느끼기 힘들다.
그래서 아쉬웠다. 1인2역, 아니 1인3역을 하며 열연을 펼친 아이유의 분투에도 불구하고 헤어스타일과 의상, 메이크업 정도 바뀐 그 얼굴로 10대에서 50대까지 그 모든 나이대를 소화하는 건 무리가 있었다. 특수분장을 하든 CG를 입히든 좀 더 그 나이대에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드는 대목이다.
'산골소년의 사랑이야기'라는 노래가 계속 머리 속을 맴도는 느낌을 주는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는 아이유와 박보검, 문소리, 박해준 등 주연배우들의 명연기는 물론 염혜란의 인생연기, 이수미 등 해녀 이모들의 감칠맛 나는 연기, '학씨 아저씨' 최대훈의 코믹연기 등까지 더해져 재미와 감동, 웃음까지 두루 시청자들에게 선사했다.
한 마디로 아주 매우 많이 '폭싹' 잘 만들어진 웰메이드 명품 드라마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인데, 그래서 더더욱 아쉽게 느껴지는 게 <별에서 온 그대> 속 외계인 김수현처럼, 심지어 외계인 설정도 아니면서 나이를 먹지 않는 아이유의 모습이었다. 그 모습이 중간중간 극에 대한 몰입도를 떨어뜨리기도 했더랬는데, 이 부분에 좀 더 신경을 써줬다면 드라마 완성도가 한층 더 높아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주 매우 조금 아쉬움은 있었지만 모처럼 인생드라마라 해도 좋을 명품 드라마를 선물해준 <폭싹 속았수다> 제작진과 배우들 모두 '폭싹 수고했수다'다. 그리고 덕분에 폭싹 재밌었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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