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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소소잡썰

세상에 공짜 저작물은 없다

by 글짓는 사진장이


"어랏, 저거 어디서 많이 보던 사진인뎃?"

몇 년 전, 즐겨보는 TV프로그램 중 하나였던 <김영철의 동네 한바퀴>를 보던 중 부지불식 간에 내 입에서 튀어나온 외침이다. 진행자인 배우 김영철이 전남 구례에 있는 구례오일장 내 한 뻥튀기집을 방문한 대목에서였다. 그 중 한 장면에서 몇 년 전 내가 찍었던 사진 한 장이 화면 가득 클로즈업돼 나왔기 때문이다.


까닭모를 내 외침에 같이 TV를 보고 있던 아내는 "왜요? 뭐가?" 하고 물어왔다. 이에 나는 "방금 전 나왔던 뻥튀기집에서 뻥 튀기는 사진, 몇 년 전에 내가 찍은 거하고 똑같아 보여서욧" 하고 대답을 했다. 찰나지간에 스쳐 지나간 터라 느낌은 분명 맞는 듯했어도 확신까지는 하기가 힘들었던 까닭이다.


궁금한 건 또 못 참는 성격이라 그래서 나는 즉시 검색 모드에 돌입했다. 방송 다시보기 기능을 활용해 문제의 장면을 찾아낸 다음 화면캡처를 했고, 그런 다음 내 컴퓨터 안에 저장돼 있는 구례오일장 사진 폴더 안에 고이 잠들어있던 해당 사진을 찾아내 대조해봤다. 그랬더니 TV 막장드라마에서 종종 등장하는 유전자검사 결과 99.9% 친자 확률보다 더 높은 100% 확률로 같은 사진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후 나는 잠시 갈등에 사로잡혔다. 변호사까진 아니더라도 법 좀 아는 누군가에게 자문을 구해 방송국놈들이 무단으로 내 사진을 사용한 거에 대해 항의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하나, 아니면 오일장 촬영 나갔을 때 흔쾌하게 모델이 돼주신 뻥튀기집 어머니를 위한 방송에 쓴 거니까 그냥 못본 척 넘어가야 하나 싶어서다.


그 결과 나는 좀 괘씸한 감이 없지않아 있긴 하지만 그냥 넘어가기로 결정을 내렸다. 방송국놈들이 최소한 자막에 '이름 모를 작가님 작품을 뻥튀기 어머니 제공으로 사용했다' 같은 표시라도 해줬음 덜 화가 났을 거 같긴 했지만, 3대 50년에 걸쳐 가업으로 뻥튀기 장사를 이어나가고 계신 가족들 얘기를 소개하는 공익적인 내용인 만큼 용서해주자 하는 마음이 들었다고나 할까.


하지만 절대 그렇게 가볍게 넘어가선 안 됐던 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요즘 들어 간간이 들고 있다. 최근 2~3년 사이 새롭게 시작한 인스타그램 등 SNS 활동을 하다 보니 방송국놈들이 그랬던 것처럼 사진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이라는 권리를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서다. 적절한 비유일지는 모르겠지만 SNS에 올린 사진 저작물 정도는 대형마트에 가면 시식용으로 제공하는 맛뵈기 음식처럼 공짜로 얻어먹을 수 있는 것 정도로 여긴다고나 할까.


이를테면 이런 거다. 내 경우 인스타그램 등 SNS에 사진과 글을 올리다 보면 '○○시 SNS 담당입니다. ○○님이 올린 사진을 홍보 목적으로 사용하고 싶은데 허락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하는 류의 댓글들을 종종 마주하게 되는데,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몰라도 나는 이게 아주 매우 많이 무례하게 느껴지곤 한다. 까칠한 사람으로 소문나는 게 싫어 정중히 거절하곤 하지만, 솔직한 심정으론 똑같이 무례하게 대꾸해주고 싶을 정도다.


왜냐하면 자격지심인지는 몰라도 그런 식으로 내 사진을 사용하고 싶다 요청해 오는 자체가 얼마간 나를 우습게 보거나 깔보는 느낌이 들어서다. '만일 내가 유명 사진작가였다면 그래도 저렇게 어줍잖은 댓글 몇 줄 따위로 사진 좀 공짜로 갖다 쓰자고 제안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유명 사진작가에게 그런 식의 제안을 들이댄다면 십중팔구 누구에게건 "미친놈!"이라고 욕을 얻어먹기 딱 알맞았을 거다.


유명작가 무명작가를 떠나, 작품 가치의 고하나 경중을 떠나 세상 모든 저작물들은 누군가의 적잖은 노력과 귀한 시간들이 녹아들어가 있는 값진 재산이다. 아무리 공익적인 용도라 하더라도 그런 값진 남의 재산을 가져다 쓰려면 최소한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값을 치루든가, 일반적인 경우 많든 적든 간에 그에 상응하는 합당한 가격을 지불한 뒤 사용해야 하는 게 상식이다. 그렇지 않고 "어차피 SNS에 공개적으로 올린 거니 우리도 좀 공짜로 갖다 씁시닷!" 하고 요구하는 건 몰상식한 짓이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공짜 점심은커녕 공짜 간식도 없다. 하다못해 대형마트에서 맛뵈기용이라며 공짜로 제공하는 음식조차도 사실은 공짜가 아니라 누군가 해당 제품을 구매할 때마다 엠분의 일만큼 비용을 다른 이에게 전가하는 행위에 불과할 뿐이다. 하물며 누군가 적잖은 노력과 귀한 시간을 들여 만든 저작물을 공짜로 사용하려 드는 건 엄밀히 말해 예비 범죄행위에 다름 아니다.


#저작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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