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이발소 몰락과 함께 저물어가는 아버지들의 전성시대

자식놈일 땐 미처 알지 못했던 아버지 이야기 #36

by 글짓는 사진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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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동네에 하나 있을까 말까 할 정도로 보기가 힘들어졌지만

예전에는 동네마다 이발소가 몇 개씩은 성업을 했었다.

중장년층 아버지들부터 까까머리 중고생들, 예닐곱 먹은 꼬맹이들까지

남자라면 당연하다는듯 이발소로만 머리를 자르러 다니곤 했다.


심지어 키 작은 꼬맹이들은 이발소 의자 팔걸이 사이에 나무 판자를 걸쳐놓은 뒤

그 위에 엉거주춤 올라앉아 머리를 자르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높낮이가 조절되는 요즘 미용실 의자들과는 달리 앉고 뒤로 젖히는 기능밖에 없는,

어른 체형에 맞춘 옛날 이발소 의자들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발소가 성업을 하면서 경쟁 역시 아주, 매우, 많이 치열했다.

그 결과 이발소에 가면 이발과 면도는 기본이요, 뜨거운 수건 등을 이용해

얼굴 찜질과 안마 같은 부대 서비스까지 곁들여 해주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 아버지들 입장에선 나름 대접을 '누렸던' 전성시대라 할 수 있었다.


그러다가 시대 흐름에 따라 미용실들이 하나 둘 이발소 자리를 꿰차고 들어서면서

아버지들은 갈 곳을 잃기 시작했다.

또 서비스 경쟁이 막장까지 치달으면서 하나둘 등장한 퇴폐 이발소들로 인해

이발소에 들락거리는 아버지들에 대한 부정적 색안경이 덧씌워졌고

결국 아버지들은 어정쩡한 발걸음으로 미용실 문을 노크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불과 1~20년 사이에 동네마다 몇 개씩은 있던 이발소들이 줄을 이어 사라졌고,

언젠가부터 몇 집 건너 하나씩 우후죽순 미용실들이 들어서며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최신 이미용 기계들을 갖춘 미용실과 시대 변화에 밀려 동네 이발소들이 전성기를 마치면서

아버지들의 전성시대 또한 시나브로 저물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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