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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를 구하기 위해 내 차 앞으로 뛰어들었던 어미 개
아주 특별한 사진 한 장 #4
by
글짓는 사진장이
Jul 19. 2021
어미 개가 깊은 상념에 잠긴 표정으로 물끄러미 바라본 그곳은 바로 사고 현장이었다.
불과 10~20분 전쯤 사랑하는 새끼 한 마리를 로드킬 사고로 어이없이 잃은 곳이었다.
아마도 어미 개는 갓난 새끼가 찻길까지 나가도록 미리 막지 못한 자신을 원망하는 눈치였다.
내가 예의 어미 개를 만난 곳은 전남 강진의 어느 한적한 시골도로 위에서였다.
바닷바람을 쐬러 갔던 길이라 여유롭게 드라이브를 즐기며 가고 있는데, 웬 개 한 마리가 저 앞에서부터 도로 한 가운데로 걸어왔다.
간혹 개들 중에는 달려오는 차를 보고도 피하지 않는 녀석이 있는지라 그 역시 그런 부류인 줄만 알았다.
그런데 뭔가 눈치가 이상했다.
차가 가까이 다가갈수록 이 녀석은 일부러 그런단 느낌이 들 정도로 정확히 차를 향해 달려 들었다.
이러다간 개를 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어 나는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그때 다른 뭔가가 내 눈에 들어왔다.
코앞까지 다가온
녀석
뒤로 20여미터쯤 떨어진 도로 중간
에 새끼 강아지 두 마리가 서있는게
보였
다.
이어 그들과 비슷한 털 색깔을 가진 무언가가 도로 한복판에 놓여 있는게 보였다.
자세히 보니 그 역시 새끼 강아지인듯 했다.
그때 운전석 창문 옆까지 다가든
녀석은 절박한 눈빛으로 나와 새끼 강아지들 있는 곳을 번갈아 바라봤다.
알고 보니 그는 도로변에서 놀다가 누군가의 차에 치여 쓰러진 새끼 강아지를 살려달라고
내게
도움을 청하러 온 거였다.
목숨을 도외시한 채 달리는 차 앞으로 뛰어든 어미 개의 절박한 마음이 느껴져 순간 감동이 밀려왔다.
차를 한 쪽에 세운 채 쓰러져 있는 새끼 강아지에게 다가가 살펴봤다.
하지만 새끼 강아지는 맥도 느껴지지 않고 미동도 없는 게 이미 숨이 끊어진 걸로 보였다.
더 이상 어떻게 해줄 방법이 없어 트렁크에 있던 수건 하나를 꺼내 죽은 새끼 강아지를 감싼 뒤
도로변에 있는 집
보금자리에 눕혀줬다.
그러고 나오는데 어미 개가 자책이라도 하듯 자꾸만 사고 현장 쪽과 죽은 새끼를 번갈아 보며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이 눈에 밟혔다.
그 와중에 남은 새끼 강아지들은 죽은 제 형제 곁을 맴돌며 "장난 그만 치고 어서 일어나라"는듯 채근하고 있었다.
그동안 운전하면서 봐온 로드킬 당한 강아지와 고양이, 고라니 등 수많은 주검들이 문득 그 위로 오버랩되며 세상에 안 슬프거나 안 아픈 죽음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우리가 그들에게도 감정이 있다거나 가족이 있다는 것까진 생각하지 않다 보니 모르고 못
느꼈을 뿐이었다.
다시 차에 올라 그곳을 지나오는데 새끼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던 어미 개의 진한 모성애와 슬픔이 느껴져 가슴이 아려왔다.
부디 잠시 집을 비웠던 견주가 돌아와 어미 개와 두 새끼 강아지들을 잘 다독여주고,
태어난지 얼마 안돼 안타까운 죽음을 맞은 새끼 강아지는 양지 바른 좋은 곳에 잘 묻어줬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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