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마 전광판을 못보는 그, 오직 그만 바라보는 그녀

아주 특별한 사진 한 장 #3

by 글짓는 사진장이

갓 스무 살이 되던 1998년, 어리다면 어린 나이에 일약 프로축구 선수로 등용됐고,

그 해 열린 아시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와 프랑스 월드컵에선 당당히 국가대표로 발탁돼

일찌감치 축구계에서 재능을 인정받았던 이동국 선수.


하지만 '게으른 천재'라는 불명예스런 별명과 부상이 뒤따라 다니는 바람에

우리나라가 4강 신화를 창출한 2002년 월드컵 대회에선 국가대표에 발탁되지 못했고,

해외 리그에도 잠시 진출했었으나 이렇다 할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다가 2009년 전북현대에 둥지를 틀면서 그를 알아주는 좋은 감독을 만나 제2의 전성기를 맞기 시작했다.

덕분에 2009년부터 2020년까지 12년 간은 전북현대 간판 스트라이커로서 팀 컬러인 '닥공'을 선도하며

K리그 4년 연속 우승을 비롯해 팀을 10여 차례나 우승시키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또 꾸준한 자기관리를 바탕으로 체력적으로 힘든 최전방 공격수임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불혹을 넘겨서까지 주전 공격수로 그라운드를 누비며 노익장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래서였을까?

그의 은퇴식에는 수많은 팬들이 관중석을 가득 메운 채 유난히 아쉬운 작별인사를 고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끈 건 그의 1호 팬이자 찐팬이라 할 수 있는 아내였다.

평소 외부 노출을 꺼린다는 그녀가 이날만큼은 스포트라이트 한 가운데 서서

23년 간의 프로축구 선수 생활을 마감하는 그를 묵묵히 지켜보고 있었다.


특히 은퇴 기념으로 특별 제작된 그의 축구인생 영상이 경기장 대형스크린을 통해 방영되고 있는 동안

모두의 시선이 그곳으로 향하고 있는 가운데 이동국 혼자만은 차마 그쪽으론 고개도 못 돌리고 있을 때

그런 모습이 못내 안스러운듯 전광판이 아닌 그만 뚫어져라 바라보는 단 한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그녀였다.



나는 운 좋게도 바로 코 앞에서 이들을 지켜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덕분에 이 특별한 사진 한 장을 담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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