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잡썰(小笑雜說)
"00씨가 LH에 들어간다던데, 혹시 들었어요?"
함께 일하는 고참직원 한 명이 이렇게 말하자 사무실 안엔 일순 긴장감이 흘렀다.
하이닉스 등 회사들이 공정한 성과분배를 요구하는 MZ세대 반란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성과급을 풀었다는 뉴스가 연일 언론지상에 오르내린 직후여서 더 그랬다.
그렇다곤 해도 입사한지 겨우 두어 달 밖에 안 된 새내기여서 '설마!' 했던 게 대다수 선배직원들 생각이었다.
과거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좁아진 취업관문을 뚫고 당당히 입사한 친구이니만큼 그 실력이야 익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었지만, 그래도 어떻게 입사한 회사인데 싶었다.
적어도 기성 세대인 우리 눈높이에선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파격적인 행보였다고나 할까?
더군다나 "최종 합격했다"내지 "LH 입사가 결정됐다"가 아니라 "들어간다더라"는 일종의 '카더라' 통신이었다.
굳이 해석하자면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내지 '들어가려 한다' 정도라고나 할까.
스펙으로 보나 뭘로 보나 충분히 실력은 뒷받침되는 친구니 그렇게 맘을 먹었다면 시간문제일 뿐이긴 했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직원들이 놀란 이유는 MZ세대라 그런진 몰라도 최종합격도 안한 상태에서 스스럼없이 이직 의사를 밝혔다는 것 때문이었다.
'강을 다 건널 때까지는 절대로 악어를 찝적대지 말라'는 금언을 금과옥조처럼 여기며 살아온 우리 기성세대 입장에선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천에 하나, 만에 하나 이직에 실패라도 하게 되면 남은 직장생활이 심적으로 얼마나 힘들지 잘 알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어쩌랴, 그 이름도 찬란한 MZ세대인 것을...
애당초 다른 사람 눈치 따위보다는 자기중심적으로 모든 것을 생각하고 판단하는 새로운 인류이니 우리 기성세대 사고방식으론 애당초 이해하기 힘든 존재였다.
그래서 우리 선배직원들은 00씨가 LH로 가는 게 우리 탓만은 아니기를, 그가 퇴직 사유를 묻는 인사팀 면담 과정에서 살생부(?)를 작성하는 일만큼은 없기를 간절히 바랐다.
선배직원들의 이같은 놀람과 내적 갈등을 아는지 모르는지 00씨는 그저 제자리에서 해맑게 웃고 있을 뿐이었다.
"언제 가느냐?", "일이 힘들어서 그만두는 건 아니지?" 등 선배직원들의 중구난방 이어지는 질문에도 그는 가타부타 대꾸를 하지 않았다.
'떠날 땐 말없이 떠나가세요, 날 울리지 말아요' 하는 노래 가사를 흉내내기라도 하듯이 말이다.
이렇게 사무실에서 한바탕 소동이 일고 있는 가운데, 처음 말을 꺼냈던 고참직원이 다시 무심한 어투로 한 마디 툭 던졌다.
"근데 00씨, LH 들어가려면 청약부금 넣어놨어야 할 건데 몇 개월이나 납입한 거야?" 하고...
순간 잠시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 하던 선배직원들은 'LH, 청약부금?... 이런 된장할!!!' 하며 일제히 고참직원을 째려봤다.
그랬다. 우리는 그 고참직원의 '기레기식 제목 뽑기' 농담에 된통 속은 것이었다.
그는 분명히 00씨가 'LH에 들어간다'고만 했지 입사한다거나 혹은 이직한다고는 한 적이 없었다.
평소에도 싱거운 농담 잘 하기로 소문난 사람이긴 했지만, 이런 식으로 우리 뒷통수를 후두려 팰 줄은 미처 몰랐다.
말없는 웃음으로 고참직원의 장단을 맞춰주던 00씨는 그제서야 "죄송합니다 ㅋㅋ" 하며 사과인듯 사과 아닌 사과 같은 멘트를 날려왔다.
'라때'였으면 고참 능멸죄로 "내 밑으로 다 옥상 집합!!!" 하고도 남을 일이었지만, 지금은 '라때'가 아니었다.
집합은 고사하고 그저 00씨가 선배들 때문에 LH로 가는 게 아닌 것에, 인사팀 면담 과정에서 살생부를 작성하지 않게 된 것에 감사할 따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