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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버지들도 Z세대 못지않은 '신세대'였다
자식놈일 땐 미처 알지 못했던 아버지 이야기 #37
by
글짓는 사진장이
Jul 21. 2021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급전환된 우리 아버지 세대에서는
'기술을 배워야 먹고 산다'는 생각이 사회 전반을 휩쓸었다.
몸뚱아리 하나가 거의 전 재산인 공장이나 공사판 일을 하더라도
기술이 있고 없고에 따라 몸값 차이가 컸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없는 집 아이들은 국민학교도 채 마치지 못한 채
한 살이라도 더 어렸을 때 기술을 배운답시고 생활전선에 뛰어들곤 했었다.
그러다 보니 어려서 만만하단 이유로, 혹은 손놀림이 야물지 못하단 이유로
주방 쇠국자나 스패너 같은 온갖
도구들로 '대갈통'을 얻어맞는 일도 다반사였다.
그렇게 온갖 구박과 설움을 견뎌내며 배운 기술로 우리 아버지들은
한 시대를 열심히, 정말 열심히 살아내셨다.
비록 지금은 찾는 사람이 없어 먼지만 뒤집어쓰고 있는 오래된 '자전차포'처럼 세상의 중심에서 바깥 쪽으로 많이 밀려나 버렸지만
젊은 시절엔 신기술로 무장한 덕에
지금의 Z세대쯤 되는 '신세대'로 각광받으며 세상 변화에 앞장서 오셨더랬다.
나이 열여섯에 자전거 기술을 배우기 시작해 서른 전에 어엿한 자전거포 사장님이 됐고
60년 넘는 긴 세월동안 외길인생을 걸으며 1남5녀나 되는 자식들을 잘 키워내신,
전북 익산 망성면에 마지막 남은 '자전거포' 주인 이영옥 어르신도
그런 아버지들 중 한 분이었다.
마침 돌아가신 우리 아버지도 한 때 자전거 기술자를 꿈꿨던 시절이 있으신지라
아버지를 추억하며 이런저런 얘기들을 좀 나눴더랬는데, 정말 아쉬움이 크다 하셨다.
아버지 세대가 어렵고 힘들게 배우고 익힌 기술들이 너무 쉽게 버려지고
너무 쉽게 잊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자전거 하나만 예로 들더라도 예전엔 자전거가 고장났는데 부품이 없을 경우
바이스와 각종 공구들을 동원해 직접 부품을 깎아 만들기까지 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요즘은 제조사에서 공급하는 부품을 단순히 교체해 끼워넣기만 할뿐
그걸로 문제 해결이 안 되면 자전거를 아예 버리는 경우가 대다수란다.
대충 알바만 하고 살아도 삼시세끼 먹고 사는 건 어렵지 않은 풍요의 시대가 되다 보니
아껴 쓰고 고쳐 쓰기보다는 새로 바꾸는 걸 미덕으로 여기는 풍토가 됐고,
우리 아버지들처럼 '절박하게' 기술을 배우려는 사람도 귀하다 보니
어렵고 힘든 기술일수록 전수자를 찾기 힘든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쇠국자며 스패너 같은 무지막지한 도구들로 대갈통을 맞아가며 어렵게 기술을 배우신
우리 아버지들 입장에선 안타깝기도 하고, 일견 억울할 수도 있는 시대 변화긴 하지만,
당신들 덕분에 우리 자식들이 '기술을 배워야 먹고 산다'는 절박함 없이도 먹고 살수 있게 됐으니
한편으론 죄송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감사하달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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