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 년 역사를 자랑하는 순천 아랫장 먹거리장터 내 맛집으로 소문난 61호 명태전은 허영만이 그 남다른 맛에 반한 나머지 이 집 사장님을 '전의 명인으로 임명'까지 한 노포 맛집이다. 인기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서 씬스틸러로 등장했던 학씨 아저씨 유행어를 떠올리며 "너 뭐 돼?", "너님이 뭔데 감히 임명을 하니 마니얏?" 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그의 별명이 자그마치 '식객'이시다.
나중에 영화화까지 된 히트작 만화 <식객>을 통해 팔도 맛집을 돌아다니며 그 지역 특산물 소개를 곁들여 이런저런 맛집들을 어지간한 음식전문가들 정도는 싸대기 날릴 수준으로 디테일하게 소개해준 덕분에 그런 별명까지 얻은 건데. 방송국놈들이 뜬금없이 만화가 하나를 데려다가 그의 이름까지 붙여가며 <허영만의 백반기행>이란 프로그램을 만든 건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거라는 얘기되시겠다.
약 3년 전 허영만은 '게미진(맛있다는 의미의 전라도 사투리) 순천밥상'이란 타이틀 아래 이 지역 출신 인기가수 양수경과 함께 순천을 찾아갔었는데, 이때 소개됐던 음식점들 중 하나가 바로 이곳 아랫장 먹거리장터 맛집으로 유명한 61호 명태전. 고무신도 튀기면 맛있다는 말도 있을 정도라 어지간히 해갖고는 맛집 소리 듣기 힘든 분야가 바로 전집 튀김집인데, 소문이가 서울 방송국놈들 귀에까지 들어갔을 정도면 이미 지역에선 알만한 이들은 다 아는 맛집이었던 거 아닌가 싶다.
이날 허영만이 먹은 음식은 이 집 상호이자 시그니처메뉴인 명태전. 잘 발라낸 부드러운 명태 살코기로 부쳐내는 일반 전과는 달리 명태 머리로 만든 명태머리전이 그 주인공이었는데, 주문 즉시 바로 부쳐내 전 특유의 뜨끈한 맛까지 더해진 예의 명태머리전은 살이 쫄깃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어서 허영만으로 하여금 "서울에서 영업하고 싶은 메뉴"라느니 "(사장님을) 전 명인에 임명한다'느니 하는 감탄사를 연발하게 만들었더랬다.
그래서 최근 순천 여행길에 한 번 찾아가봤다. 마침 인근 풍덕동 장미터널에 장미꽃이 만개했다는 소식이 들려왔고, 그곳 꽃길을 걷다 보면 불과 몇백 미터 거리에 순천 아랫장이 있으며, 내가 찾아가기로 계획한 그날은 또 마침 100여 년 역사를 자랑하는 전국구급 오일장 아랫장이 열리는 끝자리 2, 7일로 끝나는 날인지라 정말 기가 막힌 안성맞춤 코스였기에 마침 잘 됐다 싶었다.
오일장 구경을 좋아해서 과거에도 몇 차례 방문한 적이 있는 이곳 순천 아랫장은 장날이면 인근 도로 차선까지 장꾼들이 앞다퉈 자리를 잡을 만큼 성황을 이루는 곳. 더군다나 내가 찾은 이날은 유동인구가 많아지는 토요일이기까지 해서 시장은 입구부터 사람들로 바글바글했다. 이를 헤집으며 대충 눈치껏 먹거리장터 쪽으로 짐작되는 곳을 향했고, 주말 저녁이면 야시장 먹거리장터가 열린다는 넓직한 실내 광장으로 들어서는 순간 나는 바로 한눈에 61호 명태전을 찾을 수 있었다.
오전 10시도 채 안 된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그 넓은 실내광장 한편에 유독 손님들이 많이 앉아있는 전집 하나가 딱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여기가 맞지 싶어 어슬렁어슬렁 다가가보니 역시나 가게 앞에 '61호 명태전'이라는 상호가 큼지막하게 붙어 있었고, 그 밑으로는 식객 허영만이 반한 명태머리전을 비롯해 호박전, 부추전, 버섯전 등 종류도 다양한 각종 전들 이름이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주기를' 간절히 기다리며 목을 길게 빼고 있었다.
한 가지 재밌었던 건 오전 10시도 채 안 된 이른 시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손님들 대부분이 권커니 자커니 막걸리 한 잔씩들 기울이고 있었다는 것. 나 역시 전 하면 막걸리부터 생각나는 술꾼인지라 '좀 이른 시간이긴 하지만 한두 잔 정도야 뭐 괜찮겠짓!' 하는 생각이 들면서 살짝 유혹을 느꼈었는데, 차를 끌고 혼자 간 길이라 눈물을 머금고 참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곳에서 늦은 아침식사를 대신해 내 최애 전 가운데 하나인 고추전을 시켜 한 입 베어먹는 순간, 그 맛이 얼마나 혀에 착착 감기던지 영혼의 단짝 막걸리 한 잔이 정말정말 간절히 그리워 몸서리를 쳤다는 건 안 비밀이다. 그러니까 혹시라도 나중에 이곳을 찾을 계획이 있는 분들은 막걸리 한 잔 하게 될 가능성이 아주 매우 많이 높음을 감안해 게임을 해 벌칙자를 정하든 어쩌든 운전할 사람 하나를 미리 정해 분쟁을 미리 예방하는 지혜를 발휘하실 것을 추천한다.
허영만이 '전의 명인으로 임명'해버린 순천 아랫장 61호 명태전집은 그렇게 전 하나를 집어먹는 순간 조건반사적으로 막걸리 한 잔을 땡기게 만드는 맛집이었다. 특히나 나처럼 평소 전을 안주 삼아 술 한 잔 하기를 즐기는 술꾼들에게는 정말 치명적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유혹적인 전맛(NO 존맛)을 선사함으로써 막걸리 한 잔을 땡기게 만드는 술집이기도 했다. 만일 그날 평소처럼 아내만 옆에 있었더라면 다음 일정이고 뭐고 다 제쳐놓고 기어이 막걸리 한 잔을 마셔버리고야 말지 않았을까 싶었을 정도.
순천 아랫장 맛집 61호 명태전은 영업시간이나 휴무일에 대해 이렇다 하게 공개된 정보는 없다. 평상시엔 사장님 혼자, 장날이나 주말엔 도와주는 아주머니와 두 분이서 장사를 하는 걸로 보이는데,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문을 연다고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긴 하지만 시장이라는 장소 특성상 그때그때 손님들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하지 싶다. 따라서 먼길 가 헛걸음하고 싶지 않다면 사전에 전화 문의(가게 전화는 없고 휴대폰번호뿐이라 여기에 올리긴 어렵고, '순천 61호 명태전 전화번호'란 키워드로 인터넷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다)를 하든가 끝자리 2, 7일로 끝나는 오일장 장날 맞춰 저녁 8~9시 이전까지 방문하면 허탕칠 일이 없을 거다. 주차장은 순천 아랫장 공영주차장 이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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