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진안간 교통 불편하던 시절, 배고픈 이들에 두부 대접한게 발단
전북 완주군 소양면 화심리 일명 '화심순두부촌' 혹은 '화심순두부마을'로 불리는 두부특화거리 내 터줏대감이자 원조 맛집으로 유명한 원조화심두부는 1957년부터 70년 가까운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전설적인 노포 두부 맛집이다.
원래 이곳은 음식점이 아니라 방앗간으로 시작됐다. 창업주인 권영선 할머니가 두부 좋아하던 남편을 위해 틈만 나면 두부를 만들곤 했는데, 전라북도 내에서도 가장 오지를 뜻하는 '무진장', 즉 무주 진안 장수 중 한 곳인 진안과 전주 사이를 잇는 유일한 길 한 중간이다 보니 교통 편이 불편해 걸어서 넘나드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던 모양이다.
1950~60년 대는 보릿고개가 있을 정도로 다들 배고프고 힘든 시절이었고, 그 결과 험준한 진안 고개를 넘어 전주를 오가는 사람들 중엔 너무 힘들고 지쳐 고소한 냄새가 진동하는 권 할머니 방앗간을 기웃거리는 이들도 있었다. 인심 좋은 권 할머니는 그들에게 기꺼이 두부를 나눠줬고, 이게 소문이가 나면서 점점 찾는 이들이 많아지더니만 나중엔 그 맛에 반해 "이러지 말고 제발 음식점이라도 하나 차려달라"고 간청하는 이들도 늘어났다.
그런 인연으로 권 할머니는 화심집이라는 상호 아래 처음으로 음식점을 개업했다. 처음엔 두부에 양념을 더해 전주와 진안을 오가는 손님들 허기나 면해주는데 주력하다가 기왕에 돈 받고 음식 파는 거 좀 더 맛나게 만들어 보자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래서 이것저것 시도해 보던 중 언젠가부터 '화심'이라는 지역 이름을 들으면 '순두부'라는 단어가 자연스레 떠오르게 만들 정도로 이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 화심순두부를 탄생시켰다.
문제는 이 화심집이 장사가 좀 된다 싶자 주변에 비슷한 상호에 메뉴까지 판박이인 음식점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했다는 거다. 장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낸다는 속담도 있듯이 오히려 후발주자들이 더 적극적으로 파생메뉴를 개발하는 한편 방송 등을 통한 홍보에 앞장서면서 손님들 사이엔 어느 집이 원조냐, 어디가 더 맛있냐 등 논란이 일어나고 있을 지경이다.
하지만 묵은 생강이 맵다는 말이 공연히 있는게 아니다. 원조화심두부는 주변에서 누가 뭐라 하거나 말거나 묵묵히 창업주인 권 할머니가 해오시던 방식 그대로 천연재료만을 사용한 전통적인 방식으로 꾸준히 두부를 만들어오고 있고, 덕분에 순간적으로 오감을 혹하게 만드는 자극적인 맛이 아닌 시골 할머니 댁에 가면 먹을 수 있음직한 수수하되 깊은 맛으로 원조의 자부심을 이어나가고 있다.
아내와 내 경우 각각 이 집 시그니처메뉴인 버섯순두부와 화심순두부를 시켜 먹어 봤는데, "어랏, 국물맛이 담백하면서도 깊은 데다가 두부가 정말 고소하고 좋은뎃!" 하는 감탄사가 절로 튀어나왔을 만큼 맛이 아주 매우 많이 좋았다. 알고 보니 이 집은 매일 아침 국산 콩을 정성스럽게 불린 뒤 전통방식 그대로 맷돌로 갈아내고, 간수 대신 천일염을 사용해 두부를 만들고 있다고 하는데, 이렇듯 기본에 충실한 덕분에 다른 음식점들과는 차별화된 맛을 낼 수 있는게 아닌가 싶다.
비과학적이고 비논리적인 해석이긴 하겠지만 처음 방앗간을 할 때 전주와 진안 사이를 오가던 지치고 배고픈 사람들에게 기꺼이 두부를 나누주던 권 할머니의 인정 어린 마음에 그 뿌리를 두고 있어 원조화심두부는 더 맛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음식의 기본은 정성이고, 권 할머니로부터 비롯돼 70년 세월을 이어져 내려오는 데는 맛있는 두부 만드는 비법뿐 아니라 사람을 향한 따뜻한 마음 씀씀이도 은연중 함께 전해내려 왔을 거란 믿음이 들어서다.
원조화심두부는 매일 오전 8시30분부터 저녁 8시까지 거의 연중무휴로 문을 연다. 추석과 설날에 한해 명절 당일과 이튿날 이틀 간씩 문을 닫으며, 요즘 맛집들 대다수가 운영하고 있는 브레이크타임도 없다. 주차장도 꽤 넓은 편이어서 차를 갖고 방문하더라도 어렵지 않게 주차를 할 수 있다.
#완주맛집 #화심순두부맛집 #원조화심두부 #완주70년노포맛집 #완주화심순두부원조맛집 #화심순두부역사 #글짓는사진장이 #전라도찍Go팔도맛보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