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고추짜장 맛집으로 유명한 지린성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티맵랭킹 군산지역 TOP-3 안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는 노포 맛집이다. 초창기엔 군산지역 매운맛 좋아하는 현지인들만 알음알음 찾아가는 고추짬뽕 맛집이었지만, 화끈한 매운맛으로 백종원 3대천왕에 소개된 뒤부터는 고추짜장 맛집으로 소문나 전국 각지에서 여행객들이 몰려드는 핫플이 됐다.
군산 고추짜장 맛집으로 유명한 미원동 지린성은 두 번씩이나 나를 '지리게' 만든 노포 찐맛집이다. 지린성이란 음식점 이름에 사용된 '지린'이 그 지린 것과는 전혀 관계 없음을 잘 알기에 쓸데없이 또 아재개그 한다는 퉁을 맞을까 살짝 겁이 나기도 하지만, 솔직한 심정으로 '지리다'는 표현 만큼 잘 어울리는 다른 말을 찾아내기 힘들 정도.
군산 지린성이 첫 번째로 나를 지리게 만든 건 다들 이미 예상했겠지만 불맛이라는 표현으로는 아주 매우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 만큼 매운맛이다. 내 경우 밥 한 끼 먹는 동안에 일반 음식점은 2~3장, 좀 매운 음식점은 평균적으로 5~10장 정도 냅킨을 사용하는 편인데, 이 집에선 대략 20~30장 정도 냅킨을 사용한 것만 봐도 얼마나 매운 나머지 많은 땀을 흘렸는지 미루어 짐작이 가능할 거다.
그런데 그 매운맛이 매워서 죽겠을 거 같으면 적당히 본전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만 먹다가 그쳤을 건데, 문제는 땀을 비오듯 흘리면서도 계속해서 젓가락질을 멈출 수 없는 '졸라' 맛있는 매운맛이었다는 거다. 인근 학교 학생인 걸로 추정되는 단골 티 나는 옆자리 손님의 경우 아예 처음부터 간짜장 스타일로 따로 나온 소스를 반너머 남긴 채 반만 넣어 비벼먹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발견하곤 '내가 너무 겁이 없었낫?'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을 정도.
나중에야 관련 영상을 찾아본 뒤 알게 된 사실이지만 10여 년 전쯤 아주 매우 잘 나가던 백종원도 3대천왕 촬영차 이곳 군산 지린성을 방문한 적이 있었더랬는데, 지까짓 게 매우면 얼마나 맵겠냐며 맵부심을 부리다가 결국 나중엔 기권을 선언하며 다급하게 우유를 찾아 벌컥벌컥 마셨을 정도다. 방송국 스튜디오에서 나중에 해당 자료영상을 보며 비웃음(?)을 날리던 개그맨 김준현의 경우 "저는 평생 면을 끊어 먹어본 적이 없습니닷!" 하고 먹부심 맵부심을 부리며 특유의 면치기를 시전하다가 너무 매운 나머지 면을 끊어먹는 바람에 망신 아닌 망신을 당했다는 건 안 비밀이다.
한 가지 재밌는 건 내 경우 백종원이나 허영만이 소개하는 맛집을 아주 매우 많이 좋아하는 편이라 그동안 일부러 찾아다니는 경우가 많았는데, 군산 지린성의 경우 전혀 모르고 갔다가 3대천왕에 나왔던 집이란 사실을 전해듣고는 '하여간에 이놈의 방송국놈들은 좀 괜찮다 싶은 곳들은 그냥 놔두는 법이 없구만!' 하는 생각을 했다는 것. 최근 이어지고 있는 백종원 관련 안 좋은 소식들 때문에 일부러 찾아갈 생각은 없었건만 세상 참 좁고 사람 인연이라는 게 참 어디서 어떻게 얽힐지 모른단 생각이 들었던 대목이기도 하다.
군산 지린성이 두 번째로 나를 '지리게' 만든 건 번갯불에 콩 구워먹고도 남겠다 싶을 만큼 빠른 음식 나오는 속도였다. 마침 그 시간이 점심시간 직후라 빈 자리가 몇 개쯤 보일 만큼 좀 한가한 시간대라 그랬는지는 몰라도 "여기 고추짜장 하나 주세욧!" 하고 자리에 앉은 지 채 30초도 안 됐는데 주문한 음식이 내 앞에 놓여졌기 때문이다. 만일 면이 불어 있었거나 간짜장 스타일로 따로 그릇에 담겨나온 양념이 미지근하게 식어 있었다면 주문취소된 다른 손님 음식을 대신 내온 걸로 오해했을 정도다.
'라때' 운운하면 꼰대 소리 듣는 세상이라 가급적 내 젊은 시절 얘기는 하고 싶지 않지만, '라때' 서울하고도 안암동에 자리잡은 고려대학교에는 전설처럼 전해오는 '번개'라는 배달맨이 하나 있었다. '번개에게 주문했을 땐 절대 담배를 피우지 마랏!'이란 캐치프레이즈를 달고 다니는 사람이었는데, 그 이유는 5분도 채 안 돼 배달을 완료하기 때문에 그 아까운 담배 한 대를 낭비하는 꼴이 될 수도 있다는 충고내지 경고였다. 군산 지린성의 '지리는' 음식 나오는 속도를 보는 순간 정말 오랜 만에 그 '번개' 전설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번개는 배달 속도가 빠른 반면 군산 지린성은 사장님 손이 좀 더 빠르다는 차이만 있을뿐.
또 한 가지 재밌었던 건 이곳 군산 지린성 시그니처메뉴가 원래는 고추짜장이 아니라 고추짬뽕이었다는 사실이다. 관련 자료를 찾던 중 <군산투데이>와 이 집 사장님이 인터뷰한 내용을 보게 됐는데,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열아홉 어린 나이부터 사촌형네 중화요리집에서 일을 배우기 시작한 지린성 사장님은 20여 년간 남의 음식점에서 요리를 배우고 익히는 한편 손님들 트랜드를 연구한 끝에 1998년 군산 어디메에선가 첫 자기 가게인 '흑룡각'을 열었단다.
마침 그 시기가 수많은 기업들이 부도가 나 실직자가 넘쳐나고 자영업자들 역시 존폐의 위기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았던 IMF 때라 전 사회적으로 스트레스 지수가 극히 높았고, 군산 사람들 입맛 취향은 예로부터 강한 맛, 센 맛을 좋아하는 걸로 정평이 나있는 터라 시그니처메뉴로 남들 안 하는 고추짬뽕을 개발해 내놓았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술을 찾는 경우가 많고, 술을 많이 먹고 나면 다음날 해장할 얼큰한 음식을 찾는 게 우리나라 사람들 성향임을 고려한 거였다.
그로부터 3년 뒤인 2001년 현재 위치인 군산시 미원동으로 자리를 옮겨 지린성이란 간판 아래 새롭게 장사를 시작했고, 고추짬뽕 자매품쯤 되는 고추짜장을 개발해 매운맛 좋아하는 매니아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이 집은 서서히 맛집으로 소문이가 나기 시작했다. 덕분에 방송국놈들도 이 집에 주목하게 됐고, 결국 백종원의 3대천왕 맛집으로까지 소개되면서 지역 맛집에서 전국구 맛집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이 대목에서 또또 한 가지 더 재밌는 건 이곳 군산 지린성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고추짜장을 맛나게 먹다 보면 어느 순간 웬 그림자 하나가 슬며시 다가와서는 내 테이블 위에 명함 크기 광고지 하나를 놓고 간다는 거다. 그 내용인즉 인근에서 아이스크림을 파는 집 광고를 담은 건데, 고추짜장 먹느라 매워 죽겠는 속을 달콤한 아이스크림으로 달래주라고 유혹하는 거다. 그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당당한 태도로 미루어 보건대 아마 같은 동네 가게들끼리 서로 상생하자는 차원에서 지린성 사장님이 묵인내지 협력하는 관계로 추정되는데, 대박난 가게와 그 이웃 가게가 서로 돕고 사는 듯한 이 모습에서 따뜻한 인간미가 느껴져 좋았다.
군산 맛집 지린성은 평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토요일과 일요일은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영업을 하며, 매주 화요일은 정기휴무다. 손님들이 많이 몰리는 주말이나 휴일에는 재료 소진 시 조기에 영업이 종료될 수도 있다니까 가급적 일찍 찾아가는 걸 추천하며, 전용주차장은 따로 없지만 음식점 바로 맞은편 공영주차장이 제법 넓은 편이니 이곳을 이용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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