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42년 역사 전주 탑티어급 냉면맛집, 원조함흥냉면

by 글짓는 사진장이


전주객사 인근 맛집 원조함흥냉면은 쉬는날 갑자기 냉면이 땡겨 전주시내 함흥냉면 잘하는 맛집을 찾던 중 발견한 노포 맛집이다. 누군가 블로그에 올린 이 집 간판 사진을 딱 보는 순간 '어랏, 저 집 저거 분명 내가 좋아하는 노포 맛집 각인뎃!' 하는 생각이 들어 바로 찾아갔다.


원조함흥냉면은 들어가는 입구부터 아주 매우 많이 인상적이었다. 나로 하여금 사진 한 장 보자마자 그곳으로 달려가게 만든 노포 느낌 물씬나는 간판도 간판이었지만, 포도덩쿨이 지붕을 덮은 가운데 한쪽에선 장미가 예쁘게 피어있는 좁고 긴 통로와 음식점 현관 주변을 장식한 아기자기한 강아지 조형물 등 인테리어가 찾아오는 손님을 기분좋게 맞아주려는 사장님 마음을 짐작할 수 있게 해줬다.


음식점 내 실내 인테리어 역시 마찬가지였다. 노포 느낌이 물씬 풍기는 기와집을 연상시키는 천정이 높은 지붕 구조에 70~80년대 식당 혹은 학교 교실을 떠올리게 만드는 나무탁자와 의자 등이 빈티지와 레트로 쌍수겹장 느낌으로 포근하게 손님들을 감싸 안아주는 듯한 느낌적인 느낌. MZ세대 젊은 친구들 중 일부는 혹 싫어할 수도 있겠지만 나 정도 되는 중장년 세대에겐 기시감이 들 정도로 낯익고 추억을 소환하는 공간 느낌이라고나 할까.


가장 중요한 맛은 기대 이상으로 아주 매우 많이 좋았다. 전주에 있는 냉면 맛집을 다 다녀본 건 아니고, 그래서 전주에서 냉면집 운영 중인 다른 사장님들께는 대단히 죄송한 얘기지만, 우리 가족의 경우 거의 10 년 이상 함흥냉면이 먹고 싶을 때면 약 1시간은 소요되는 남원 단골집까지 달려가곤 했더랬는데, 앞으론 기름값을 좀 아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


일단 함흥냉면집에 가면 에피타이저 격으로 나오는 육수가 아주 고소하면서도 맛이 깊은 것부터 마음에 들었다. 집집마다 육수를 우려내는 재료와 방법이 달라 조금씩 차이가 나곤 하는데, 어떤 냉면집들은 이 육수에 마치 물을 탄듯 밍밍해 깊이가 떨어지는 사례가 왕왕 있어 메인디시인 냉면을 맛보기도 전부터 실망감을 안겨주곤 했던 까닭이다. 일단은 육수가 맛이 있어야만 냉면도 맛이 있다는 공식이 있는 느낌이었다.


메인디시이자 이 집 시그니처메뉴인 비빔냉면과 회냉면 역시 기대 이상으로 아주 맛있었다. 전주에 있는 함흥냉면집들 중 맛집이라고 얘기하는 곳들을 몇 곳 다녀봤지만, 우리 가족 입맛에는 그 중 단연 최고(사람마다 입맛은 다 제 각각이고 이건 순전히 내 개인적 느낌이다)라 손꼽아도 좋을 정도였다. 100% 감자전분을 사용해 반죽하고 손수 뽑아냈다는 면발은 탄력 있으면서도 부드럽게 씹히는 맛난 식감을 안겨줬고, 고추장에다가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를 비법양념은 매콤하면서도 새콤한 감칠맛으로 먹는 즐거움을 더해줬다.


여기에 단백질을 보충할 요량으로 추가한 돼지떡갈비는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 먹어도 되겠다 싶을 만큼 쫀득하면서도 부드럽게 씹혀 냉면과 환상의 조합을 이뤄줬다. 특히 그 위로 수북하게 쌓아올린 파채와 함께 먹었을 때 고기 특유의 느끼함까지 잡아주는 꿀조합을 이뤘는데, 자칫 냉면만 시켜 먹었으면 후회할뻔 했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



다만 한 가지 아쉬웠던 건 우리 아내님이 가장 애정하시는 물냉면이 이곳 전주 원조함흥냉면에는 없었다는 사실이다. 혹시 너무 당연해서 메뉴판엔 표시를 안 했나 싶어 직원에게 "여기 물냉면은 없어요?" 하고 물어봤는데, 그의 대답인즉 "여기 보시면 열무물냉면 있습니닷!"이었다. 순간 '열무물냉면과 물냉면은 완전 다른 음식 아닌가? 근데 냉면 전문점인 이곳 직원 태도를 보면 우리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건갓?' 하는 생각이 들어 어리둥절해지기도.


이건 마치 짬뽕 없는 짜장면집을 보는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그 집의 법이 '열무물냉면=물냉면이다'라고 한다면 일개 손님에 불과한 우리 입장에선 그저 따를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혹시라도 이 소개글을 보고 나서 전주 원조함흥냉면으로 냉면을 먹으러 가실 분들 중 난 곧 죽어도 물냉파라 생각하는 분들은 반드시, 꼭 참고하라는 얘기되시겠다.


1984년부터 그 자리에서 42년째 꾸준히 장사를 해오고 있는 전주객사 맛집 원조함흥냉면은 매일 오전 11시부터 밤 10시까지 연중무휴로 문을 연다. 브레이크타임도 따로 없어 아무 때나 방문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며, 주차는 음식점 입구 바로 옆 마이주차장에 주차하면 된다. 40분 무료, 초과시 추가요금을 내야 한단다.




그동안 브런치스토리에 썼던 맛집 소개글들 중 30개를 모아 <전라도 노포맛집 어디까지 가봤니>란 제목 아래 전자책을 출간했습니다. 여유되시는 분들은 아래 링크 참조하셔서 한 줄 리뷰 하나 남겨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전주객사맛집 #전주함흥냉면맛집 #전주영화의거리맛집 #전주현지인맛집 #전주냉면맛집 #전주분위기맛집 #전주노포맛집 #글짓는사진장이 #전라도찍Go팔도맛보Go


keyword
작가의 이전글전현무계획 8천원 청국장 맛집, 전주 시골가마솥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