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송천동 주택가 한적한 뒷골목에 숨어있는 현지인맛집 비상식량은 '혜자로운' 음식가격과 그 범상치 않은 음식점 이름에 끌려 찾아간 가성비 맛집이다. 가장 먼저 내 관심을 끌었던 건 불과 6천원이면 먹을 수 있는 김치찌개백반과 청국장백반.
냉면 한 그릇에 만원 넘는 집들이 수두룩한 요즘 같은 고물가시대에 고작 6천원으로 라면도 아닌 밥을, 그것도 맛난 김치찌개 혹은 청국장을 곁들여 먹을 수 있다는 건 주머니 가벼운 손님들 입장에선 정말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비상식량이라는 음식점 이름에 숨은 사장님의 남다른 장사 마인드도 주목해봐야 할 매력포인트다. 비상(非常)식량이란 원래 전쟁, 재난 같은 뜻밖의 긴급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 쓰기 위해 준비해 둔 먹거리를 의미하는데, 이 집은 그 비상이 아닌 높이 날아오른다는 의미의 비상(飛上)을 사용하고 있어서다.
굳이 해석하자면 '이곳에서 맛나게 밥 잘 먹고 힘내서 바깥세상을 향해 힘차게 날아오르라'는 의미쯤 되지 않을까 싶다. 밥 한 끼에 이런 응원하는 마음을 살포시 담아 내놓으니 그 마음이 정말 감사하고 따숩기 그지없다.
전주 송천동 현지인맛집 비상식량의 시그니처 메뉴는 김치찌개와 청국장 백반이다. 6천원이라는 가성비 넘치는 가격이 매력적이라 단골 손님들은 물론 소문을 듣고 알음알음 찾아오는 전주 현지인 손님들이 줄을 잇고 있는 중이다.
6천원이라는 가격도 가격이지만 더 매력적인 건 가심비까지 사로잡는 음식 퀄리티다. 라면이나 국수 한 그릇 값밖엔 안 된다고 음식 퀄리티도 딱 그 수준일 거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텐데, 요즘 같은 고물가시대에 이렇게 팔아도 남는게 있을까 걱정될 정도로 퀄리티가 좋다.
김치찌개의 경우 잘 묵힌 묵은지를 국내산 돼지고기와 함께 맛나게 잘 끓여내 국물맛이 깊고도 칼칼한 게 안 먹은 술까지 해장을 시켜주는 느낌이었고, 청국장은 이 음식 특유의 깊고 그윽한 국물맛으로 목구멍을 즐겁게 해줬다.
전주 송천동 현지인맛집 비상식량은 올해로 13년째 장사를 이어오고 있는 노포 맛집이다. 지금도 음식 가격이 '혜자로운' 가성비 가심비 맛집이지만, 몇 년 전까지는 김치찌개 청국장 가격이 4,500원에 불과해 손님들의 가벼운 주머니 부담을 아주 매우 많이 덜어줘왔다.
가격과 맛 모두를 만족시키는 맛집임에도 불구하고 이 집이 별로 널리 알려지지 않은 건 사장님이 손님이 너무 많아지는 걸 싫어하기 때문. 과거 전북도청 앞에서 추어탕과 청국장을 주메뉴로 하는 음식점을 20여 년간 운영한 적이 있는데, 전북도청을 중심으로 서부신시가지 개발공사가 시작되며 손님들이 너무 많이 몰려오는 바람에 힘들어서 장사를 접은 트라우마(?)가 있어서다.
지금도 서빙하는 직원 하나 없는 1인 사업장을 고집하고 있을 만큼 단골 손님들 중심으로 작은 가게를 지향하고 있는 중이어서 이런 소개글이 나가는 걸 싫어하실 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아임 쏘리다.
전주 송천동 비상식량 단골 손님들은 다들 아는 일이지만, 이 집은 손님들이 음식점 안에 들어서는 순간 주방쪽 음식 창구를 통해 선불로 계산부터 하는 게 국룰이다. 사장님 혼자 이것저것 챙겨야 하다 보니 계산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어서다.
메뉴 주문과 동시에 계산을 하고 난 뒤에는 자리에 앉아 얌전히 기다리는 것 역시 국룰이다. 사장님 스스로 "제 손이 별로 빠른 편은 아니라 답답한 분들은 다른 집 가시라고 추천하곤 한다"고 말할 정도. 그러니 조급해하거나 재촉하는 건 절대, 네버 금물이다.
주문한 음식이 나올 때, 음식을 다 먹고 났을 때 직접 주방 창구에서 음식을 받아오거나 식판을 반납하는 것도 이곳의 국룰이다. 단골 손님들의 경우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알아서 행동하곤 하는데, 처음 간 손님은 살짝 당황할 수도 있으니 국룰 정도는 숙지하고 방문하는 걸 추천한다.
전주 송천동 비상식량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하루에 단 4시간만 영업을 한다. 앞서 한 차례 얘기한 바와 같이 전북도청 앞에서 손님들이 너무 많이 몰려와 힘들어서 그만둔 전력이 있다 보니 "놀기 심심해서" 다시 장사를 시작하긴 했지만 가볍게 점심장사만 하기로 마음먹어서다.
많이 팔아 많이 남길 욕심이 없으니 놀멍쉬멍 여유롭게 장사를 하고 있는데, 그래서 천지창조 후 하느님도 쉬셨다는 일요일은 얄짤없이 정기휴무다. 주차장은 가게 앞에 몇 대 분량 가로주차가 가능하며, 주변이 한적한 골목길이라 비교적 여유롭게 주차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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