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 라면맛집 을지다방, BTS와 누님의 유혹 "라면 먹고 갈래?"
아는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기자 더하기 쓰레기를 합친 '기레기'라는 신조어가 있다. 이상한 제목 낚시질로 독자들로 하여금 야릇한 상상을 하게 만들거나 상황을 오인하게 만드는 행위를 일삼는 이들에게 주로 붙는 표현인데, 그런 기레기식 표현을 빌자면 서울 을지로 라면맛집 을지다방은 BTS와 누님의 유혹이 깃든 "라면 먹고 갈래?" 맛집이다.
이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들기는 소리냐 싶을 건데, 그 내막을 하나하나 풀어보자면 이렇다. 먼저 BTS 부분이다. 전 세계를 아우르는 글로벌 스타 뮤지션이요, 최근엔 군 복무를 마친 뒤 완전체로 다시 뭉친 걸 기념해 대대적인 광화문 콘서트를 열어 또 한 번 화제를 모은 이 방탄소년단 BTS님들께서 2021 시즌에 그리팅 화보라는 걸 찍은 적이 있는데, 그 촬영지가 바로 1970~80년대 갬성을 담고 있는 을지다방이었다.
그 후 이곳은 국내 팬들은 물론 전 세계 곳곳에서 아미라는 이름 아래 군대보다 더 결속력 강하게 뭉쳐있는 해외 팬들까지 줄지어 찾아오는 BTS 성지순례지가 됐다고 한다. 비록 시즌 그링팅 화보용 사진 몇 장 찍었을 뿐이지만 BTS라는 전설적인 스타들의 향취가 다방 여기저기에서 강렬한 향기를 뿜어내며 유혹해대는 까닭에 팬들은 동화 속 피리 부는 사나이 뒤를 따르는 아이들처럼 성지 순례에 나서고 있는 것.
전 세계를 아우르는 월드스타 BTS가 시즌 그리팅 화보를 찍은 명소라는 사실도 중요하지만, 사실 결정적으로 내 마음을 더 잡아끌었던 건 이곳 을지다방이 세상 마음 따뜻한 누님이 "라면 먹고 갈래?" 하며 뿌리치기 힘든 유혹을 펼치는 곳이라는 소문이었다. 기껏해야 쌍화차나 커피에 계란 노른자 하나 동동 띄워주는 게 손님들의 배고픔을 달래주는 거의 유일한 메뉴인 게 다방이라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이곳 을지다방에서는 수십 년 전부터 라면이라는 음식을 끓여주고 있다는 거였다.
엄밀한 의미에서 평가하자면 다방이라는 정체성을 벗어나는 뻘짓이라 폄하될 수도 있는 부분인데,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아하, 그랬구낫!" 하는 생각에 살짝 감동이 밀려오는 훈훈한 뒷얘기가 숨어있었다. 1985년 문을 연 이곳 을지다방 주변 골목들에 즐비하게 들어서있던 작은 공업사들과 인쇄소에서 일하는 배고픈 청춘들이 밥도 못 먹은 채 아침 일찍 출근해서는 입버릇처럼 "누님, 배고파욧!" 하는 소리를 듣다 못해 라면을 끓여먹이기 시작한 게 그 시초였기 때문이다.
특별한 재료가 들어간다거나 비법 레시피가 있는 것도 아니고, 라면 전문점이 아닌 일개 다방에서 끓여내는 비정통파 라면에 불과했지만, 을지다방 라면은 맛집 많기로 소문난 을지로 일대 공업사와 인쇄소 직원들을 중심으로 금방 맛있다고 입소문이 나버렸다. 뿐만 아니라 나중에는 라면을 파는 을지로의 특이한 다방이라는 사실 등이 더해져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도 입소문이 났으며, BTS 시즌 그리팅 화보를 찍은 뒤론 월드스타 BTS 후광효과까지 더해져 더더욱 주목받는 존재가 돼버렸다.
버뜨(But), 본업이 본업인 만큼 을지다방의 진짜배기 시그니처 메뉴는 계란 노른자를 동동 띄운 진한 쌍화차와 건강 음료로 어르신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칡즙, 마즙 등 음료들. 그중 시그니처 오브 시스니처 메뉴로 손꼽히는 쌍화차는 진한 쌍화탕에 대추, 잣, 호박씨 등 건강에 좋은 재료들을 가미하고, 그 위에 고소함을 더하는 신선한 계란 노른자 하나를 톡 띄워 마치 보약 같은 맛을 구현한 게 특징이다. 라면 한 그릇 먹은 뒤 후식으로 딱 제격.
서울 지하철 2호선과 3호선이 교차하는 을지로3가역 10번 출구 바로 앞에 자리잡고 있는 을지다방은 매일 오전 7시부터 저녁 9시까지 문을 연다. 단, 본업인 다방에 충실하기 위함인 듯 라면 메뉴는 오전 11시까지만 주문이 가능하며, 매주 일요일은 정기 휴무다.
좁은 골목길들이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을지로에 위치하고 있는 영업장 특성상 전용주차장은 따로 없으며, 그래도 꼭 차량을 갖고 방문해야 할 사정이 있는 분들이라면 인근 을지 트윈타워 주차장 등 유료주차장을 이용하는 걸 추천한다.
#을지다방 #BTS화보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