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자신에겐 참 지독한 구두쇠였던 아버지

자식놈일땐 미처 알지 못했던 아버지 이야기 #2

by 글짓는 사진장이
다 해진 장갑도, 망가진 물건도 아버지에겐 아직 쓸모가 있는 것들이다.



석유왕으로 유명한 록펠러가 워싱턴에 갈 때면 자주 묵는 호텔이 있었다.

이곳에서 그는 늘 가장 싼 방을 달라고 요구해 호텔 관계자들을 당황하게 만들곤 했다.

한번은 이를 보다 못한 한 호텔 직원이 "아드님은 항상 제일 비싼 방을 달라 하시던데, 왜 회장님께선 싼 방을 달라 하시는지요?" 하고 물었다.

그러자 록펠러는 당연하다는듯 "그놈은 돈 많은 아비를 뒀지 않은가" 하고 껄껄 웃었다고 한다.


아버지란 그런 사람이 아닌가 싶다.

석유왕이라는 사람조차 그러했듯이 당신 자신에게는 한없이 인색하고,

자식들에게는 한없이 관대한 사람.


이를테면 당신 쓰시는 건 간신히 장갑모양만 갖춘 다 해진 장갑에

이미 수명을 다하고도 남았을 법한 물건들을 고치고 또 고쳐 쓰시면서도

자식들에겐 그게 유명 메이커가 됐건 가격이 넘사벽이 됐건

형편이 허락하는한 두말없이 선뜻 사주는 사람.


우리가 아버지가 돼

저 잘난 맛에 까부는 자식놈들 짓거리에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기 죽을까 엇 나갈까 두려워 한없이 가슴만 앓아보기 전에는

끝끝내 이해되지도, 이해할 수도 없는 큰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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