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에 이어 8월까지 쌍으로 31일이 된 이유
소소잡썰(小笑雜說)
어린 시절, 달력을 볼 때면 나를 헷갈리게 만드는 게 하나 있었다. 7월에 이어 8월도 31일까지 있는 이유다. 2월을 제외한 다른 달들은 한 달 걸러 30일과 31일씩으로 구성돼 있는데, 왜 7~8월은 예외적으로 두 달 연속 31일인지 몹시도 궁금했다.
그래서 그 이유를 찾아봤었는데, 알고 보니 그 이유란 게 정말 어이가 없었다. 난 그 안에 무슨 대단한 비밀이라도 있을 줄 알았는데, 고작 아우구스투스라는 로마 황제 한 사람의 개인욕심 때문에 그렇게 된 거라고 하니 말이다.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달력의 원형이 처음 만들어진 것은 기원전 46년 로마제국 시절이었다고 한다. 달의 공전주기에 맞춰 1년을 365일로 정했고, 이를 12개월로 나누었더니 평균 30.4일이 나와 한 달은 30일, 다음 달은 31일 하는 식으로 분배했다.
그런데 그렇게 나눴더니 하루가 부족했다. 그러자 당시 짝수를 불길하게 생각했던 로마 사람들은 2월에서 하루를 빼 짝수달 다섯, 홀수달을 그보다 많은 일곱으로 만들었다. 그 결과 1, 3, 5, 7, 9, 11 홀수인 달은 홀수달이 됐고, 2월을 제외한 4, 6, 8, 10, 12 짝수인 달은 짝수달이 됐다.
내가 궁금해마지 않았던 7~8월이 연속으로 31일씩이 된 건 다음 대 황제인 아우구스투스 때였다. 자신이 태어난 달인 8월을 엄청 아끼고 사랑했던 아우구스투스 황제는 해당 월 이름을 'August'로 바꿀만큼 달력에 집착했는데, 그러다 보니 사랑하는 8월이 다른 달보다 하루 적은 30일인 게 불만이었다. 그래서 고심 끝에 기왕 망가진(?) 2월에서 하루를 뺏어와 8월을 31일로 만들어 버렸고, 이로 인해 2월은 29일에서 28일로 하루 더 짧아졌다.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이같은 사리사욕 때문에 한 달 걸러 30일과 31일이 반복되도록 구성됐던 달력의 질서가 깨짐으로써 그 뒤 2천년 넘는 긴 세월동안 수많은 사람들을 헷갈리게 만들었으니 참 어이없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어린 시절, 나는 그 7~8월 때문에 큰 달 작은 달이 너무 헷갈려 고생했었는데, 어느날 선생님으로부터 주먹을 쥔 손가락 골을 이용해 검지부터 1, 2, 3 짚어나가되 새끼손가락 부분에서 턴할 때 거길 2번 찍어주면 된다는 비법을 배운 뒤부터 그 고생에서 겨우 벗어나기도 했었다.
길어야 고작 100년 정도를 살뿐인 한 인간의 헛된 욕심이 2천년 넘는 긴 세월 동안 후대를 괴롭히고 있다는 건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우리가열심히 역사를 배우는 이유도 이같은 어리석음과 잘못들을 잘 살펴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는 일이 없도록 교훈으로 삼고, 우리 후대에게 누를 끼치는 일이 없도록 현재를 잘 살아가기 위해서다.
자기애가 너무 강한 나머지 태어난 달 8월의 명칭까지 August로 바꾼 아우구스투스 황제는 그 행위가 2천년 뒤 후손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거라는걸 알기는 한 걸까 싶다. 그로 인해 그 긴 세월 동안 수많은 후손들이 달력 앞에서 헷갈려하고, 7~8월이 쌍으로 31일씩 있게 된 이유를 궁금해 한 후손들에 의해 두고두고 자신의 사리사욕이 비웃음 받게 될 거란 걸 그는 과연 짐작이나 했을지 궁금하다.
좀 뜬금없는 비유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우리의 세종대왕께선 한글을 창제해 대대로 후손들에게 도움이 되는 자랑스런 유산을 남겼건만, 아우구스투스 황제는 개인욕심을 위해 질서가 무너진 달력만 남겼으니 리더 한 사람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