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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Aug 21. 2021

5G시대는 우리 아버지들에게 너무 숨차다

자식놈일 땐 미처 알지 못했던 아버지 이야기 #44

우리 아버지 세대가 즐겨 찾았던 옛날 이발소에는

요즘 세대들이 즐겨찾는 미용실에선 볼 수 없는 진풍경들이 여럿 있었다.

이발이 끝나고 나면 세면대 앞에 머리를 숙이고 앉아

머리를 감겨주는 모습도 그 중 하나였다.


이때 등장하는 이채로운 머리감기 도구도 하나 있었다.

정원용 물뿌리개가 그것이었다.

바가지를 사용하는 곳들도 있었지만

물뿌리개 쪽이 물 조절에 좀 더 용이했기 때문에 많이들 사용했다.


앞으로 숙인채 머리를 감다보면 웃옷이 젖는 일도 종종 생겼기 때문에

고무나 비닐 재질로 만든 물튀김 방지용 망토 같은 것도 필수였다.

옷 위로 두른 뒤 물이 옷에 스며들지 않도록 빨래집개로 콕 집는 것도

진풍경이라면 진풍경이었다.


그렇게 몇 십 년 간을 이발소 문화에 길들여진채 살아오신 아버지들에게

미용실 문화의 등장은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문화충격이었다.

머리 감는 것 하나만 해도 엎드리다시피 머리를 숙여 감던 게

180도 몸을 뒤집어 천정을 바라보는 걸로 바뀌었으니 상전벽해라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10대 땐 시속 10킬로, 60대엔 시속 60킬로로 나이를 먹는단 얘기가 있다.

그래서인지 아버지들에게 요즘 세상은 너무 빨리 휙휙 지나가는 감이 있다.

자식 세대들은 삐삐에서 스마트폰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 2G에서 5G로 순식간에 갈아타며

눈부신 과학기술의 발전 덕분에 살기 좋아진 세상이라 콧노래를 부르고 있지만,  

늙고 둔해진 우리 아버지들은 눈알이 팽팽 돌아갈 정도로 빠른 그 속도를 따라잡을 수가 없어

고작 뒷꽁무니만 쫓아갈 뿐인데도 하루하루 세상살이가 숨이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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