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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Aug 18. 2021

아랫층 깡패 윗층 웬수, 진짜 깡패는 따로 있었다

소소잡썰(小笑雜說)

'아랫층 깡패 윗층 웬수(https://brunch.co.kr/@bakilhong66uhji/88)' 글을 올리고 난 뒤 많은 브런치 독자분들이 댓글을 통해 자신의 경험담을 올려주셨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살면서 본인들이 겪었던 실내흡연과 층간소음 문제 관련 얘기들이다.


그 중엔 내 경험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심각한 사례들도 여럿 있었다. 독자 한 분은 "아침 5시17분 되면 담배냄새가 나기 시작해 문 닫고 환기시키고, 6시17분, 7시17분에 또 환기 시킨다. 그나마 평일엔 아침 8시~19시까진 괜찮은데, 주말엔 새벽 4시 이후 1시간 단위로 계속 피워대서 죽을 맛이다"라고 하소연을 하셨다.


그러면서 "오죽하면 의사가 폐 X레이와 CT 사진을 보더니 담배 피우시냐고 물을 정도다. 간접흡연으로 담배연기를 너무 마셔 폐가 하얗게 됐다고 하고, 가만히만 있어도 산소포화도가 97%뿐이라 한다. 그렇게 부탁을 했는데도 계속 피워대는 아랫층 흡연자가 너무 원망스럽다"고 사연을 올리셨다. 듣는 내가 다 분노가 치밀어 오를 지경이어서 나는 "그건 거의 범죄수준"이라고 위로해 드렸다.


인터넷 상에서 한때 화제가 됐던 실내흡연 문제 관련 아파트 주민들 간 날선 공방 대자보(인터넷 펌)


다른 독자 한 분은 "저희 아랫집 사는 남자는 시도 때도 없이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고, 밤 12시 넘어 개를 죽일듯이 때리고 소리 지릅니다. 또 저희 애가 뛰지도 않았는데 시도 때도 없이 올라옵니다. 정신병자인가 싶어요"라고 하소연했다. 그 분 얘기를 듣고 나니 내가 '깡패'라고 표현한 아랫층 이웃사촌은 차라리 순하디 순한 양 정도 아닐까 하는 생각조차 들었다.(아랫층 이웃사촌님아, 복에 겨운 줄도 모르고 함부로 '깡패'라고 표현해서 미안하다)


또 다른 독자 한 분은 "윗층엔 초등학교 저학년, 미취학 아이 둘이 사는데 저녁 9시만 되면 피아노를 치기 시작해 밤 11시까지, 심한 날은 12시까지 친다. 다큐를 즐겨 보는데 시끄러워 즐길 수가 없다. 아랫층엔 또 굉장히 예민한 사람들이 사는데, 아이 없이 우리 부부만 조용조용 사는데도 시끄럽다고 하도 난리를 쳐서 슬리퍼 신고 카펫까지 깔았음에도 계속 찾아와 난리를 친다. 참다못해 현재 주택을 알아보는 중이다"라고 고충을 토로하셨다.


하늘에 맹세컨대 우리 가족은 윗층 걷는 소리 기본이 발망치 수준임도 집 안에서 일상적으로 걸어다니는 걸 갖고는 불만을 가져본 적이 없다. 윗층이건 아랫층이건 직접 찾아가 얼굴을 붉힌 적도 없다. 물론 '쪼금만' 신경을 써주면 고맙겠단 생각은 늘 갖고 있지만... 


특이한 케이스도 하나 있었다. 우리가 흔히 아파트 내 최상위 포식자라 생각하는 꼭대기층 거주하는 독자 분이 올려주신 케이스다. 그분은 "저희가 층간소음 스트레스에 시달리다가 탑층으로 이사온지 일 년째인데요, 정말 거짓말처럼 바로 위에서 쿵쿵 뛰는 것처럼 들립니다. 아랫집이나 대각선집에서 시끄럽게 해도 바 위에서 뛰는 것처럼 생생하게 들리기도 합니다"라고 하소연 하셨다. 층간소음 걱정이라곤 1도 없을 줄로만 알았던 꼭대기층도 이 문제에서 자유롭진 못한 모양이었다.


하기사 층간소음 유발자로 눈총 받기도 싫고, 아이들이 맘 놓고 뛰놀 수 있게 1층으로 이사간다던 내 지인 하나도 아파트라는 공동생활 공간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긴 마찬가지였다. 1층에 거주하는 덕분에 층간소음 문제는 피했지만, 텃밭이나 미니정원을 가꾸면 좋겠다 생각한 넓직한 앞베란다 공간으로 시도 때도 없이 떨어져 내리는 담배꽁초 등 각종 쓰레기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야 했으니 말이다.


2020년 통계청이 조사해 발표한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총가구수 2,148만 가구 가운데 아파트에 거주하는 인구는 51.5%에 달한다고 한다. 평균 가구원 수는 가구당 2.34명으로 조사됐는데, 이를 기준했을 때 우리나라 아파트 거주인구는 약 2,600만 명에 달할 걸로 추산된다. 비록 아파트는 아니지만 빌라와 원룸 등 공동주택까지 포함하면 그 숫자는 3,000만 명을 가볍게 넘어설 걸로 보인다.


결국 우리나라 전체 인구 5,000만 명 중 최소 60~70%가 공동주택에 살고 있는 셈인데, 이는 곧 우리들 대다수가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 내 누군가의 층 혹은 아랫층에 살고 있단 얘기다. 공동주택에 사는 한 언뜻 최상위 포식자처럼 보이는 꼭대기층 사는 사람도 아랫층 층간소음에 시달릴수 있고, 안전해 보이는 1 사는 사람 역시  이웃사촌의 테러에 시달릴 수 있다.


거창하게 인류 평화에까지 이바지하진 못하더라도 공동주택 내 이웃사촌, 아니 전혀 아무런 관계도 없는 사돈의 팔촌쯤 되는 먼 이웃이라 할지라도 어쩔 수 없이 공존공생해야만 하는 사람들과의 평화공존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해야만 하는 도리는 다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것이 결과적으로는 나 자신과 우리 가족들을 위한, 나아가 우리 모두를 위한 좀 더 살기 좋은 세상 만드는 일의 초석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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