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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Aug 25. 2021

공자는 죽이든말든 아버지들은 살려야 한다

자식놈일 땐 미처 알지 못했던 아버지 이야기 #45

한때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제목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적이 있었다.

조선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유교적 잔재가 나라 발전을 가로막는다는 주장이었다.


그 유교적 잔재 중 하나로 거론되는게 가부장적 권위에 찌든 아버지들이란 존재였다.

가족들과 수평관계를 이루지 못하는 아버지들의 뿌리 깊은 가부장 의식 때문에

가정 내 민주적 대화라든가 의사결정이 이뤄지지 못했고,

사회나 국가적으로도 그런 비민주적 권력구조가 고착화됐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편향된 이데올로기의 문제일뿐 아버지들의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유교가 잘못했기로서니, 그 편향된 이데올로기에 취해 갈 짓자 걸음을 걸었기로서니

그래서 가부장적인 태도가 잘못인 줄도 미처 모른채 한 세상 살아왔기로서니

그게 그렇게 일방적으로 비난 받고 매도 당할 일까지는 아니지 않은가.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논리로 아버지들을 죽일 일까지는 아니지 않은가.



세상 모든 종교나 이데올로기가 다 그러하듯이 유교 역시 찬찬히 들여다 보면

분명 그 당시엔 나름 존재의 이유가 있었을 것이고, 나름 긍정적인 면 또한 갖고 있었을 거였다.

의도했건 안했건 그 유교라는 이데올리기에 편승해서 한 삶을 살아오신 아버지들 역시

혜택을 누린 측면도 있었겠지만 그 대신 혼자서 가족들 몫까지 끌어안고 짊어지느라 희생하고 헌신하며 살아오신 측면도 봐야 한다.


그런 저간의 상황이나 사정은 다 외면하고 무시한채

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같은 요즘 시대 잣대 하나 들이밀며 

잣대에 맞지 않는단 이유로 다리를 자르거나 몸을 늘려 죽이려 들게 아니라

우리 아버지들이 살아온 시대와 세월을 찬찬히 돌아보고 좀 애정 어린 눈길로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지금 기준으론 별로 좋은 아버지가 아닐지 몰라도 그때 그 시절 기준으론

그래도 나름 좋은 아버지였고, 누구보다 자식들에게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해 늘 최선을 다해오셨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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