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대화법
빵남매의 사랑스럽지 않은 부분이 없지만
하나만 꼽자면 '발'이다.
신생아 시절부터 봐온 꼬물거리는 발이 어찌나 귀엽던지
코에 대고 킁킁 발냄새조차도 꼬수운 시절이었다.
매일 밤
자는 아이들의 발을 어루만지며
언제 이렇게 컸나 싶다.
여전히 작지만
이 작은 발로 하루 종일 동동동 뛰어다닌다.
걷는 법이 없는 아이들
거대한 세상 위 작고 소중한 친구들
넘어지고 깨지고
내가 호 해줄게
항상 곁에 있을게
두 발로 단단히 서 있을 수 있을 때까지
너를 위한 약속이자
나를 향한 다짐이다
가슴 깊이
어릴 적 나의 아버지도 그랬을 것이다.
묵묵하게
우직하게
일만 하시던 분이었다.
무뚝뚝한 아버지는 말이 없었다.
잠을 자다 깨 보면 아버지는 동생과 나의 발 밑께 앉아
우리 발을 이따금씩 쓰다듬곤 했다.
굽은 등이 하루의 고됨을 말해준다.
아마 지금의 나와 같은 심정이었을까.
잠든 우리에게
오늘도 잘 보냈니?
오늘도 이만큼이나 컸구나
내일을 위해 또 힘내야지
고된 매일을 살아내는
아버지만의 작은 의식
아버지와 잠자는 우리는 말없는 대화를 나눴다.
얼마 전 TV 채널을 돌리다
유해진 배우님이 나오길래 고정했다.
소박한 취향, 운동광이자 책과 자연을 사랑하는 사려 깊은 천상 배우님.
언어의 유희왕.
(51회 대종상영화제에서 <해적: 바다로 간 산적>으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을 때,
국립공원 북한산에 수상의 영광을 돌리기도 했다.)
어릴 적 일화를 하나 풀어낸다.
어머니가 밥을 푸실 때마다
이만하면 됐는데
한 술 더 떠 얹으셨다고 한다.
한 번 주면 정 없다고,
해진 배우님은 그게 그렇게 싫었다고 한다,
반전,
나이 들고 보니 내가 후배들에게 그러고 있더라.
'그렇게 스며들었더라고요.'
강요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는 다면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그렇게
파고든다.
스며든다.
부모의 사랑은
그렇게
시간을 타고
빼곡하게
스며든다.
어느 순간
깨닫게 된다.
사랑이구나.
2022년 11월 16일 유 퀴즈 온 더 블럭 168화 '해내야죠' 편
유해진 배우님의 '스며들게'로 쓰게 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