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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KI Dec 29. 2019

2019년의 마지막 글

아무것도 당연하지 않은 2020년일 것이다  

2019년은 2018년에 비해 꽤 만족스러운 한 해였다. [2018년 마지막글 보러가기]


마침내 나에게 가장 적합한 운동방식을 찾았고, 그 것을 꾸준히 했다. 그 덕분인지 올해는 거의 한 번도 아프지 않았으며 근육도 생겼고 체형교정도 꽤나 되었다. 3년 전에 휴직을 생각해야 할 만큼 한 해 내내 온갖 병을 달고 살았던 적이 있었고, 그 때에 건강의 중요성에 대해서 몸소 체감한 이후로 꽤 자주,다양한 운동을 시도해왔는데 어느 하나 꾸준히 하지 못했었다. 운동 자체가 싫었다기 보다는 운동을 하기 위해 누군가와 1:1로  인터랙션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인 거 같다는 자체판단(!) 아래, 홈트레이닝을 시도했는데 꽤나 효과적이었다. 이제는 꽤 자신감이 붙어서 덤벨, 런닝머신, 밴드 등 이것저것을 집에 갖춰놓고 일주일에 3번 정도씩 하는 중. 여성은 30대 중반부터 체력저하가 크게 온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었는데, 3년 전 크게 아팠던 경험이 전화위복이 되어 미리미리 체력을 키워놓을 수 있도록 해준 것 같아 내 스스로 기특함.  


한 달간 멜버른에서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다. 매 년 이렇게 한 달 원격근무를 하면 어떨까 싶을 정도로 만족스러웠다(근데 한 달 재충전하고 안 만족스러운게 더 이상하잖아ㅋㅋ) 나는 혼자서 생각하고 읽고 보고 정리하는 시간이 매우 행복하고 필요한 사람인데 그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었던 한 달이었다. 지금의 일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항상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그들에게 (내가 슬플 때나 기쁠 때나 기복없이) '좋은 사람'이어야 하고 긍정적인 인상을 심어줘야 한다는 것이 꽤나 스트레스 였는데 한 달 동안 누군가를 대면해서 미팅하지 않고 내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던 것, 그리고 급한 것들을 쳐내느라 미뤄왔던 정작 중요한 일들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이 매우 좋았다. 거기에 더해 다른 나라/도시에서의 경험이 시야를 넓혀주고 지금의 일을 하는데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그리고 멜버른에서 결심했던 것들을 하나씩 실행에 옮기면서 마음도 한결 차분해졌다. 


끊어내야 함에도 그러지 못했던 무언가들을 끊어낸 한 해이고, 결정을 유예했던 무언가를 결정한 한 해이기도 했기에 작년에 비해서 조금은 뿌듯한 마음으로 마감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개인적인 소회는 여기까지로 하고. 사실 나는 2019년이 매크로적으로도 전세계에 굉장히 큰 의미를 지니는 한 해로 기억될 것이라 생각한다. 2019년에 여러가지 의미에서 전세계가 disrupted 되는 시작점에 있다고 느꼈으며 전세계가 얼마나 복잡하게 얽혀 있는지 다시금 체감하게 된 해이기도 했다. 세월이 지난 후 역사가들이 2019년을 돌아본다면 아마 많은 변화의 시작이었던 한 해, 당연했던 많은 것들이 당연하지 않게 된 그 시작점으로 기록하지 않을까 한다. (와, 나 감히 이런 말 막 해도 되냐ㅋㅋ) 두서없이 그렇게 생각한 이유들을 펼쳐보자면.. 


- 기존의 원탑 미국과 원탑 워너비 중국이 서로 가시를 드러내며 부딪히기 시작하면서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가 바뀔 수 있는 가능성'을 처음으로 느끼기 시작한 해.  


- 금융의 중심지 런던과 홍콩이 각각 보리스존슨(대표적인 브렉시트 강경론자)총리당선과 대규모 시위로 인하여 정세가 불안해졌고 두 도시를 '허브'로 하는 국제금융질서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시작된 해


- 시총 2000조가 훌쩍 넘는 사우디 국영기업 아람코가 상장(전세계 시총1위). 이는 폐쇄적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가 전세계에서 영향력을 드러내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으며, 실제 확보된 자금을 통해 '비전2030' 프로젝트를 실행하겠다고 선포함


- 중국은 짱짱한 인구수와 '까라면 까' 스타일의 국가운영 덕분(?)으로 '전국민 데이터화 프로젝트'(실제 이런 프로젝트를 명명하고 진행한 건 아니지만..뭐..)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전세계를 선두하는 글로벌 AI강국이 되어가고 있음 (특히 안면인식분야에선 이미 독보적 원탑)  


등등...

사라예보가 1차 세계대전의 시발점이 될 줄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듯이, 홍콩남성이 여자친구를 대만에서 살해한 사건이 홍콩 대규모 시위의 촉발제가 될 줄 몰랐듯이, 2020년에 어떤 무언가가 방아쇠를 당겨 전세계가 예상하지 못했던 소용돌이에 빠져들수도 있다는 생각을 종종 했던 한 해다. 세상은 그 어느 때보다 서로 복잡하고 긴밀하게 얽혀있어서 예측하기 점점 더 어렵고 한 도시의 작은 사건이 전세계를 패닉에 빠뜨릴 가능성이 충분히 있지 않나 생각..

조금 더 나의 일과 직접적으로 관련있는 세상으로 좁혀보아도 많은 변화들이 시작되고 있는 2019년이었다. 몇 개 적어보자면.. 


- 기존의 은행/금융질서가 흔들렸고 이들과 IT회사들의 경쟁 및 합종연횡의 움직임이 시작됨(리서치부서 축소 및 폐쇄, 라인과 야후의 통합, 네이버 파이낸셜과 미래에셋의 합종연횡, 토스의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및 LG유플러스 PG인수 등) 


- 글로벌감각과 IT이해도가 높은 젊은 재벌 3세,4세들이 경영전선에 뛰어들기 시작. 아이폰이 국내 상륙한 2009년 이후 지금까지 국내에서 스타트업들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면에는 기존 레거시를 벗어나지 못하고 (IT를 중심으로 한) 시장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한 대기업들과의 시간격차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 그런데 이제 그 격차 benefit 이 점점 줄어들 것이라 생각함. 풍부한 해외 경험과 IT/금융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가진 재벌 3세,4세들이 주도적으로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했고 현대차, 한화, LG 등의 기업에서 이미 그 변화의 움직임이 보이기 시작함. 약간 희망적인 생각을 가져보자면..젋고 선진적인 마인드를 갖춘 3,4세 경영진들의 등장으로 'Corporate governance' 가 건강하게 자리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그리고 조금은 더 국내 M&A가 (건강하게) 활성화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살짝.   


- 크래프톤, BTS, 핑크퐁, 배달의민족 등 국내의 창업자/스타트업들이 글로벌시장에서의 존재감을 크게 드러내기 시작했던 한 해. 이와 같은 가능성들을 본 한국의 다른 창업자들도 자신감을 가지고 조금 더 큰 목표와 과감한 도전을 하게될 것이고, 해외에서도 한국의 스타트업들을 예전보다 더 큰 관심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그 시작의 해. 


이 밖에도, 아직은 주춤하지만 잠자는 사자일지도 모르는 가상화폐, 벌어지는 빈부격차, 20-30대의 이해를 대변할 젊은 국회의원의 부재(+정치를 하는게 매우 uncool해보이는 문제), 궁서체로 이제 모든 회사의 생존에 가장 중요한 덕목이 분명한 Digitalization, 수입보다 지출이 커지는 연금, 부동산의 고공행진.. 이런 것들이 2020년에도 굉장히 중요한 화두가 되고 내가 하는 일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당연하다고 생각한 모든 것을 의심하고 두들겨 보아야 하는 2020년이라 생각한다. 이런 격변하는 시대를 사는 내가 딱히 그렇다고 뭘 예측하고 준비할 수 있는 건 아니겠지만.. '바키, 니가 발 붙이고 있는 그 땅이 언제건 단단하게 그 자리에 붙어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마' 라고 스스로 계속 되뇌이면서, 올해 쌓은 정신적/육체적 체력을활용하여 집중하고 또 집중하는 한 해를 보내자고 다짐한다.


너무 거창해졌는데.. 사실 2019년을 마감하며 가장 하고 싶은 말은 '감사한다, 나의 친구들!' 이거다ㅎ 언제나 챙겨주고 지지해주고 또 내가 헛짓하면 지적해줘서 2019년 너무나 고마웠다. 생각해보니 이게 제일 중요한 말이다! ㅎㅎ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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