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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KI Jan 17. 2017

결혼은 늦어지고 수명은 늘어나고 정년은 변함없다

우리의 시대는 쉽지 않다 

    6개월 전 서점이 드디어 문을 닫았다. 그리고 부모님은 은퇴, 혹은 단기(라고 주장하시는) 백수상태를 맞이하게 되었다. 당시 구리시 최대규모로 멋지게 출발했던 우리의 서점은 Yes24,알라딘 등의 온라인서점의 등장으로 1차 타격을 입어 절반규모로 쪼그라들었고, 2010년 이후 시작된 스마트폰시대에 사람들이 책을 이전보다 덜 읽게 되면서(혹은 굳이 책이 아니더라도 언제 어디서든 텍스트를 접할 수 있는 기기를 갖게 되면서) Knock-out 되어 링 아래로 끌려내려오게 되었다. 

                                                          안녕 서점

    

    나에게 많은 기회를 만들어준 그 스마트폰이 부모님에게는 치명타였다. 옳지 못하다, 세상이 잘못 돌아가고 있다라고 말할 수는 없다. 세상은 변화하고, 그 전 시대에 맞게 적응되어 온 기존세대는 새로운 세대에게 자리를 내어준다. 지금껏 그래왔고 앞으로도 같을 것이다. #모바일 #온라인 과 같은 새로운 키워드에서 나, 혹은 우리 세대가 기회를 발견하고 세력을 넓혀나갈 때 그 반대편에서는 나의 부모님, 그리고 우리들의 부모님들은 기회를 잃어가는 중이다. 그렇다고, 나쁘거나 잘못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 


    부모님이 은퇴하신지 6개월이 지났다. 1년 정도는 충분히 쉬시길 바랬으나, 6개월 즈음 쉬시다 보니 몸이 근질근질 하셨나보다. 일자리를 알아보시기 시작했다. 아니, 사실은 넘치는 시간을 충분히 즐기려면 그만큼의 경제적 자원이 필요한데, 앞으로 얼마나 더 긴 세월을 살게될 지 모르는 마당에 쉽게 돈을 쓸 수는 없으셨던 거다. 그래서 아쉬운 수준의 돈벌이일 지라도 '돈을 쓸 수 있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면' 해볼만하다고 생각하셨던 것.최소 2-3년 정도는 충분히 쉬시면서 취미생활만 가지셔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그 시간들을 즐기실 수 있는 돈을 내가 충분히 드릴 수 있는 것도 아니기에 일단 어떤 일들이 가능하고 얼마나 주는지 여쭤보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정말 적은 임금을 주는, 거의 단순노동에 가까운 일들 뿐이었고 그래도 사무직이라고 경쟁률이 어마어마했다. 얼마 전까지 당신들이 한 달에 얼마를 벌던 사람들인데 굳이 이 일을 얻기 위해 이렇게 자기소개서까지 써야 하나, 하는 생각에 꽤나 당황했으나 부모님은 주변에 먼저 은퇴한 지인들을 통해 '은퇴 이후의 삶'을 들은 터라 이미 어느 정도는 예상하신 상황인 듯 했다. 


    새로운 시대를 맞이한 젊은 세대는 그들의 시대를 열어감과 동시에 자신들의 부모님을 일정 정도 부양한다. 소득수준이 정점을 찍는 나이, 그러니까 40-50대 중후반까지의 기간 동안 아래로는 10-20대의 자녀를 양육하고 위로는 60-70대 중후반의 부모님을 부양하며 10-20년 정도 더 열심히 일한다. 부담스럽긴 해도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받쳐주고 있으니 불가능한 미션은 아니다. 그러다 어느 즈음엔가 부모님을 떠나보내게 되고, 자녀들에게 다음 세대를 물려주고 자연스럽게 은퇴한다. 그리고 또 다시 자녀에게 일정 정도의 재정적 지원과 보살핌을 받는다. 


    한데 상황이 달라졌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2% 초반대로 예상되면서, 대한민국은 사상 처음으로 3년 연속 경제성장률 2% 수준을 기록하며 저성장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평균초혼연령(31세)은 점점 늦어진다. 평균수명(85세)은 감당되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늘어났고, 그러나 규정된 정년은(60세) 달라지지 않았다. 게다가 실제 기업들의 평균정년퇴직 시기는 이보다 빠른 55.7세라고 한다. 결국 이런 시나리오를 예상해볼 수 있다. 55세의 나는 아직 살 날이 30년이나 남았으나 곧 정년이다. 30년을 무직으로 살아가기엔 모아놓은 돈은 턱없이 부족하다. 아직 충분히 건강한 신체와 정신이지만 정년퇴직한 이를 받아주는 곳은 거의 없고 나를 부양해주기를 기대했던 자녀들은 아직 자기 한 몸 건사하기 힘든 20대 후반 미혼의 사회초년생일 뿐이다. 그리고 나의 자녀들이 살아갈 시대는 나의 시대보다 어둡다. 안되겠다 싶어 장사라도 해볼까 하고 뛰어든다. 이제 당신은 OECD평균보다 두 배 이상의 비율인, 국내생산가능인구의 25%에 달하는 '자영업자'가 되었다. 2015년 말 기준으로 자영업자의 21%는 월소득 100만원 미만이다. (세금신고 누락의 의심해보더라도 절대적으로 적은 수치다) 그리고 매일 3천 명의 자영업자가 새로이 생기고 2천 명의 자영업자가 망한다. 


확실히, 이건 나쁘고 잘못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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