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알고리즘과 세계관

정보의 확장인가 관점의 뫼비우스인가

by 박양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일을 같이 하던 때가 있었다. 동료 중에 미국인이 있었는데 어느 날 내가 질문을 하나 던졌다.


"미국에서는 아시안의 운전 실력이 형편없다는 선입견이 있다던데 진짜야?"


이는 내가 본 미국 스탠딩 코미디 영상 중에 신은 공평해서 아시안들에게 우수한 두뇌와 학구열을 주는 대신 거지 같은 운전실력도 같이 주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였다. 혹시나 영상이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해당 유튜브 링크를 걸어 놓겠다. 유감스럽게도 자막은 없고 운전 실력이 언급되는 부분은 1분 30초부터다.


https://youtu.be/esKwU3BrUfM?si=xfvbNmkLC8JDVbsK&t=90

이제 보니 자그마치 17년 전 영상이다.


그때까지 미국에 가본 적도 없었고 서양인과 아시안의 운전실력 차이를 평가할 정도로 남의 운전을 관찰하는 감이 있지도, 나만의 공고한 데이터가 쌓일 정도로 충분한 수의 서양인들의 운전 실력을 보지도 못했기 때문에 실제 미국인의 생각이 궁금했다. 그는 듣자마자 대답 없이 웃었다. 인종차별성 발언의 소지가 있기에 대놓고 말하지는 못하지만 맞다는 눈치다. 그리고는 잠깐 생각을 하더니 본인의 의견을 덧붙였다.


"그 편견이 정말로 서양인과 아시안의 운전 실력이 차이가 나서 그러는 건지 그 편견이 이미 존재하기 때문에 계속 편견이 강화되는 건지도 좀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 예를 들어서 내가 다른 운전자와 시비가 붙었는데 상대방이 백인이라면 '저 놈 성격이 더럽군.' 내지는 '오늘 일진이 사납군.'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게 아니라 아시안이라면 반사적으로 '역시 아시안이라 운전실력이 형편없어!'라고 생각할 테니까."


요즘 유튜브의 알고리즘을 보면 그때의 대화가 생각이 난다. 내가 처음 유튜브라는 플랫폼을 접하게 된 것이 2006년이었는데 당시 알던 친구가 본인 친구 중에 영화감독이 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영화를 만들어서 올리는 곳이 있다며 알려준 곳이었다. 아무래도 아마추어가 제작한 영상인만큼 해당 '영화'의 품질이 그다지 훌륭하지 않았었고 (여담으로 현재 이 친구는 꽤나 성공적인 영화감독으로 자리를 잡았다.) 당시 유튜브 외에도 User Created Contents(UCC)라며 개인이 영상 창작물을 제작하여 올리는 플랫폼들이 이미 꽤 존재해서 크게 새롭지는 않았기에 그저 그런 곳이 있다는 정도로 크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


시간이 흘러 거진 20년이 지난 지금, 유튜브는 엄청난 성장을 거쳐 동영상 플랫폼계의 일인자가 되어 있으며 만약 어느 날 사라진다면 전 세계적으로 대혼란을 일으킬 수 있을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배경에는 천문학적인 동영상 수도 있지만 (2024년 기준으로 39억 개의 동영상이 올라와있다고 한다. 맙소사.)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는 유튜브 알고리즘의 힘이 더 크다고 본다. 유튜브의 알고리즘이 제시하는 동영상 목록을 보고 단 한 번도 놀라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단순히 한 개인의 시청기록을 분석하는 수준이 아니라 개인이 속한 단체가 보는 동영상의 성향까지 분석한다. 특정 영상들을 시청하는 움직임이 자주 겹치는 개인들을 자연스럽게 하나의 단체로 엮어서 알고리즘을 이루는 식인데 나는 이 점에서 유튜브의 위험성이 잠재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특정한 패턴이 단순한 흥미와 사실 위주의 정보 탐색이 아닌 믿음이나 신념에 관련된 것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영상 출처: 피식대학 유튜브채널] 여러분들은 어느 쪽인가요.


얼마 전에 영화 '나폴레옹'이 개봉을 했었다. 남편은 전쟁의 역사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고 '글레디에이터'를 인생 최고의 영화 중 하나로 꼽기에 리들리 스콧이 감독한 '나폴레옹'에도 자연스럽게 기대를 가졌었던 것 같다. 언제나 그렇듯 관람에 앞서 남편은 유튜브로 수많은 나폴레옹 리뷰들을 찾아보았고 거치는 리뷰마다 칭찬 일색이었기에 설레는 마음으로 영화관에 들어섰다. 실제로 관람한 '나폴레옹'은 정말이지 너무너무 실망스러운 영화였다. 왜인지는 이미 우리의 생각을 대변하는 수많은 혹평들이 올라와 있으므로 생략하겠다. 어떻게 이런 영화를 칭찬하는 영상들이 그렇게 많은지 믿을 수 없던 남편은 다시 유튜브에 들어가 '나폴레옹' 리뷰들을 찾아보기 시작했고 놀랍게도 이번에는 부정적인 리뷰 동영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마 관람 전에는 영화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기에 긍정적인 리뷰들 위주로 보다 보니 지속적으로 그에 부합하는 동영상들이 제시되었고 관람 후에서야 부정적인 리뷰가 눈에 보이기 시작해서 하나둘씩 보다 보니 이 또한 그에 부합하는 동영상들이 제시되기 시작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이 부정적인 리뷰들은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라 항상 그곳에 있었다. 단지 알고리즘의 명령에 따라 '제시'되지 않았던 것뿐이다.


알고리즘 정보를 바탕으로 사용자의 생각과 성향에 부합하는 동영상들을 끊임없이 들이미는 것은 사업자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이다. 사용자가 동영상을 지속적으로 클릭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구미에 맞는 콘텐츠를 꾸준하게 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 이러한 움직임이 단순한 흥미 위주라면 개인의 관심사로 그치겠지만 특정한 신념과 맹목적인 믿음에 기반을 둔 콘텐츠라면 이는 곧 특정 사고의 단체화로 연결되기에 궁극적으로 사회의 분열을 야기할 수 있다.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사용자에게 유튜브는 "지금까지 너무 보수 쪽만 보지 않았니? 이번에는 이런 진보주의 콘텐츠 어때?"라며 반대 성향의 영상을 제시하지 않는다. 제시하는 순간 사용자는 썸네일을 보자마자 불같이 화를 낼 것이 뻔하다. 이는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개인이 경각심을 가지고 능동적으로 반대 의견을 찾아서 균형적인 사고를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반대의 관점은 곧 불편함이고 스트레스 유발요인이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외면해 버리고 본인의 생각에 부합하는 의견 위주로 찾아 나서며 결과적으로 기존의 세계관을 점점 더 굳건하게 형성해 나간다. 이는 정치관뿐 아니라, 지역감정, 젠더 의식, 인종, 종교 등 전 세계적으로 사회 분열을 일으키는 사안들 모두에 해당한다. 도로에서 시비가 붙은 백인은 '재수 없는 놈'이고 아시안은 '역시 운전을 못하는 인종'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처럼.


유튜브는 정보를 확장시키는 배움터일까 관점의 뫼비우스 감옥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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