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actice makes perfect.
가끔 하는 우스갯소리 중에 나는 무사고 20년 운전자라는 농담이 있다. 눈치 빠른 사람들은 금방 알아챘겠지만 장롱면허 보유자라는 뜻이다. 사고를 낼 상황 자체가 전혀 없다. 덕분에 면허증 갱신은 바로바로 잘 된다는 소소한 장점이 있지만 국가에서 주어진 자격이 있음에도 그 자격을 필요한 순간에 전혀 활용하지 못한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개인적으로 운전에 필요한 감각이 평균보다 다소 뒤떨어져 있다고 생각되지만 익숙해지는 데 드는 시간의 차이일 뿐 제 아무리 똥멍청이여도 운전 정도는 누구나 다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최근에 다시 운전 연수를 시작했다.
운전 연수를 받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6년 전에도 연수를 하겠다며 적지 않은 수업료를 학원에 갖다 바치며 몇 번 수업을 받았지만 직접 차를 몰 일이 전혀 없다 보니 다시 말짱 도루묵이 되었다. 다른 사람이 운전해 주는 차에 타면 "한 지점에서 출발해서 목적지에 도착한다"는 사실만 중요할 뿐 그 과정에서 교통 상황이나 주변 환경을 전혀 관찰하지 않는 덕에 기본 교통 법규마저 다 까먹어버렸다. 6년 만에 다시 호기롭게 운전대는 잡았는데 막상 차량 속에 앉아 움직여보려니 텅 비어있는 찻길과 한산한 통행량이 무색하게 운행 실력이 엉망진창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처음의 호기로움 따위는 어디에도 없고 자괴감만이 가득하다. 다행히 우리의 용감한 강사님은 온갖 위험요소들을 이리저리 헤쳐나가며 이 똥멍청이만도 못한 학생에게 화 한번 내지 않고 어느 부분을 고쳐야 하는지 차근차근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이것이 자본주의의 힘인가. 역시 운전은 돈을 주고 배워야 한다.
비록 내 인생 두 번째 연수과정이지만 아직 하루밖에 받지 않았고 몇 번 더 받다 보면 자연스럽게 늘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가지고 다음 연수 예약을 걸어놓는다.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모든 새로운 일들이 처음이다. 그 처음을 익숙의 단계로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행착오 과정과 훈련의 시간이 필요하다. 인생사 모든 첫 경험들이 그렇다. 연습, 연습만이 살 길이다.
상단의 글은 2022년 6월 경에 작성되었으며 현재 거의 2년의 시간이 흘렀다. 과연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직진 3킬로미터 거리조차 제대로 가지 못해서 본의 아니게 동승자에게 극한의 공포 체험을 선사해 주던 내가 이제는 눈 부신 발전을 거쳐 혼자서 시내 운전도 잘할 수 있게 되었다. 기본적인 운전 감각이 워낙 부족해서 아직 아주 능숙하지는 않고 주차 실력도 미흡하지만 그래도 직진 거리조차 가지 못했던 때를 생각하면 이는 상상조차 불가능했던 수준이다. 과거 시트콤 '세 친구'에서 안문숙이 차선 변경을 못 해서 정웅인을 데리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간 에피소드가 내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마냥 웃지 못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똥멍청이들도 다 하는 운전 가지고 호들갑 떤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면허를 따고서도 기본적인 교통 법규도 제대로 모르고 주행 방향에 대한 개념도 없던 내가 혼자 운전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엄청난 일인지 아마 일반적인 사람들은 알지 못할 것이다. 나 혼자 내가 세상에서 제일 대견하고 대대적인 과업이라도 이룬 듯 뿌듯한 일이다. 그러면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내가 얻은 교훈이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운전 연수는 돈을 주고 배워야 한다. 간혹 가족에게서도 잘 받아서 잘 다닌다는 이야기도 설화처럼 들리긴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이는 연수자 본인의 기본 운전 실력이 나쁘지 않거나 지도해 주는 사람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없으며 극한의 상황에서도 이성을 잃지 않는 대단한 평정심의 소유자이거나 둘 중 하나다. 운전 연수 같이 각자의 신변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대혼란을 막을 수 있는 것은 강사의 프로페셔널한 실력과 금전 거래다. 자본주의의 힘은 강력하다.
둘째, 운전은 좋은 것이다. 처음에는 나도 몰랐다. 하지만 운전으로 인해 기동력이 증폭되고 움직일 수 있는 범위가 확장된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운전을 제대로 시작하고 나서야 깨달았다. 대중교통과 뚜벅이도 좋지만 정해진 시간과 정해진 범위에서 벗어나 나의 일정에 맞춰 자유자재로 다닐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삶의 질이 훌쩍 올라가는 느낌이다. 대중교통으로 접근이 어려운 곳으로 가기 위해 운전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 아쉬운 소리를 할 필요가 없으며 에버랜드나 스키리조트를 가기 위해 셔틀버스 시간에 맞춰 지정된 장소에 나가지 않아도 되고 아쉬운 마음을 안고 정해진 시간에 맞춰 귀가할 필요가 없으며 기차 출발 시간은 다가오는데 인적이 드물고 동떨어진 장소에서 기차역으로 향하는 택시를 찾지 못해 전전긍긍해하지 않아도 된다 (경험담).
셋째, 완벽하게 준비된 상태는 없다. 엄두가 나지 않는 상황에 일단 나 자신을 던져 넣어야 헤쳐나갈 수 있는 요령이 생긴다. 연수과정을 다 마치고 나서도 나는 내가 운전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생각했다. 운전을 하면서 생길 수 있는 모든 상황들을 커버하지 않았는데 돌발 상황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할지 답이 떠오르지 않아 바로 거리로 나갈 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상한 용기가 생겨서 공유차를 타고 일단은 거리로 나가보게 되었고 목적지로의 왕복 코스를 아무런 사고 없이 마친 뒤 사지 멀쩡한 상태로 집에 돌아왔었다. 다만 몸이 내내 긴장감을 놓지 못한 상태였는지 여정이 길다거나 복잡한 경로도 전혀 아니었건만 후들거리는 다리를 끌고 집에 들어오자마자 맥없이 쓰러져서 한참을 바닥에 누워있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 경험을 계기로 용기를 얻어 계속 차도로 나갈 수 있게 되었고 다양한 상황들을 맞닥뜨리면서 점진적으로 요령들을 터득하게 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다른 차량으로부터 가차 없이 날아오는 호된 타박들을 피드백 삼아 다니다 보니 조금씩 나아지는 중이다. 초보 운전자들은 어쩔 수 없다. 다시 말하지만 인생사 모든 것들은 연습, 연습만이 살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