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만큼 어려운 핸드폰 제조사 옮기기
최근에 핸드폰을 아이폰으로 바꾸었다. 제일 처음 애플에서 스마트폰이 나온 뒤 아직 삼성이 스마트폰계에서 자리를 잡지 못해서 딱히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때 애플 3gs를 썼었던 것 빼고는 엘지까지 포함해서 쭉 안드로이드폰만 써왔었다. 아마 10년 넘었지 싶다. 그러다가 최근에 출시된 아이폰 15 시리즈가 드디어 C타입으로 충전단자가 바뀌었다는 얘기를 듣고 이것으로 안드로이드와 드디어 약간의 접점이 생겼다는 생각을 핑계 삼아 갤럭시 노트 10에서 애플로 넘어왔다. 스마트폰계의 양대산맥 중 한 산맥에서 다른 산맥으로 넘어가는 것은 참으로 떨리는 경험이다. 단순하게 기기 제조사가 바뀌는 문제가 아니라 나의 인생 패턴이 바뀌는 문제라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해 줄 것으로 믿는다.
애플 홈페이지에서는 안드로이드에서 아이폰으로 넘어오는 과정이 마치 강남에서 스타벅스 찾기만큼 쉬운 것 같이 광고를 해놨다. (https://www.apple.com/sg/iphone/switch/) 그래, AI가 논문도 써준다는 시대인데 고작 한 제조사의 기기에 들어있는 정보를 그대로 다른 제조사의 기기로 옮겨주는 것 정도야 그들에게는 일도 아니겠지. 아이폰 15를 구입하고 나서야 깨달았다. 경쟁 업체들끼리의 원활한 정보 교환은 AI가 명령 한마디에 논문을 술술 써 주는 것보다 백만 배 어려운 일인 것을. 안드로이드에서 아이폰으로 데이터를 옮겨주는 앱을 다운로드하고 시키라는 대로 하는데 중간에 어딘가에서 문제가 생기고 알 수 없는 이유로 멈추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다 옮기고 나서 보니 Whatsapp 메신저 데이터가 안 옮겨져서 아이폰 공장 초기화 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서 우여곡절 끝에 데이터 전송을 완료했는데 결과물이 엉성하기 짝이 없다. 아이폰으로 내용물을 옮기는 과정에서 천재지변 수준의 피해를 본 수많은 이용자들의 포효가 앱 리뷰에 담겨 있는 것을 보면 그나마 나는 형편이 나은 축에 속하는가 보다 싶어 약간의 위로가 되었다. 기존 폰에 있던 앱들은 약 10퍼센트 정도밖에 안 옮겨져서 결국 대부분 처음부터 하나하나 다시 설치를 했고 어떤 기준인지는 모르나 일부 사진들과 카테고리가 제멋대로 날아가고 기존에 분류해 놓았던 사진들은 다 "최근" 사진 앨범으로 집결되었으며 연락처의 성과 이름들도 여기저기 뒤바뀌어 있어서 알파벳 기준으로 찾기가 힘들어졌다. 그나마 구글에 있었던 정보들은 클라우드에 있는 정보가 그대로 구글 관련 앱에 투영되는 것이라 타격이 조금 덜했다. 고맙습니다 구글.
핸드폰 제조사를 옮기고 사용을 하다 보면 중간중간 시스템 설정을 바꾸어야 한다던가 수정 및 보완을 해야 하는 정보나 데이터들이 여기저기 튀어나와서 고쳐줘야 하는데 이게 또 은근히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제일 난감했던 문제는 전화가 안 된다는 것이었는데 이때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핸드폰 제조사를 바꿨을까 잠깐 후회를 했다. 절박한 마음으로 구글 검색을 해보니 VoLTE 설정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답을 얻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다시 한번 고맙습니다 구글.
온갖 과정을 거쳐 온전하게 새 아이폰을 쓸 수 있게 될 때까지 거의 일주일은 소요되었던 것 같다. 스마트폰 제조사를 바꾸는 것은 더 이상 그저 단순한 기기 변경이 아니다. 이사다. 이사를 간 뒤의 집 정리작업만큼이나 데이터 정리 작업도 고되다. 새 집으로 가는 것은 일반적으로 신이 나는 일이건만 이사를 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스트레스부터 받는 일이다. 핸드폰도 그렇다. 새 핸드폰이 생기는 것은 신이 나야 하는 일일진대 신이 나기보다는 스트레스부터 받는다. 왜 사진들이 그대로 안 옮겨지는 거야. 문자는 그대로 있나? 메신저 데이터는 그대로 옮겨졌나? 백업은 잘 되었나? 아 왜 연락처 성명이 뒤죽박죽이야? 이 수많은 앱들은 어느 세월에 다 설치하며 계정 연결은 언제 다 해? 본인 인증도 다 새로 받아야 하네? 아이폰은 왜 이렇게 위젯이 없는 거야? 끝이 없다. 핸드폰에 컴퓨터 한 대가 들어가 있는 (심지어 요즘은 컴퓨터가 스마트폰보다 싸다.) 놀라운 문명의 혜택을 누리고 있는 시대에 아이러니하게도 그것 때문에 더 스트레스를 받는다.
‘라떼‘의 시점에서 보면 과거의 핸드폰 변경 작업은 매우 단순했고 그 때문에 딱히 스트레스도 없었다. 가능하다면 사진은 컴퓨터에 옮기고 (그마저도 시간이 지나서 컴퓨터를 교체하다 보면 다 잃어버리기 일쑤다.) 연락처 정보만 중요한 사람들 위주로 수작업으로 옮기면 기기변경 작업은 끝이다. 전에 쓰던 핸드폰 문자는 그대로 과거에 묻어두고 이 또한 사진들처럼 시간이 지나면 어느 시점에서 자연스럽게 잃어버리기 마련이다. 한 마디로 과거에 핸드폰을 새로 장만하는 것은 곧 새로운 기기의 시작이었고 그랬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일도 없었다. 하지만 이제 핸드폰 정보들은 내 인생의 기록이며 새로운 집을 찾을 때마다 바리바리 싸서 옮겨야 되는 이삿짐들이다. 고생스러운 작업이다. 이삿짐을 다 버리고 아예 새롭게 시작하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그것은 아무것도 없이 다른 나라로 이민을 가서 새로운 시작을 하는 것만큼이나 용단 있는 행동일 것이다. 그렇기에 다들 스트레스를 감수하고 사는 만큼 불어 가는 이삿짐을 열심히 나르는 것이리라. 어찌 됐건 웬만한 핸드폰 이사 작업은 끝났으니 내일은 엉망이 되어버린 사진 앨범 정리 작업에 들어가야겠다.
상단의 글은 2023년 12월에 작성되었으며 3개월이 지난 지금 지난한 핸드폰 이사는 잘 마무리되었습니다. 가장 큰 과제였던 사진첩 정리 작업은 안드로이드폰의 저장소인 원드라이브와 아이폰의 저장소인 아이클라우드를 넘나들며 이루어졌고 이제는 완전히 애플의 세계에 정착한 상태입니다. 심지어 스마트워치도 기존의 갤럭시워치에서 애플워치로 바꿨답니다. 짠순이의 마인드로 스마트워치는 단순히 시계로 보겠다는 일념 하에 최대한 버텨보려 했으나 스마트폰과 스마트워치의 정보가 완벽한 일체화가 되지 않는 상태로 일상생활을 하는 것은 현대인에게 다소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것을 깨달아서 결국 교체를 하였습니다. 안드로이드에서 제공되던 편의기능이 너무나 그리운 경우가 번번이 있으나 언젠가 다시 안드로이드 핸드폰으로 돌아가겠느냐 누군가 물으신다면 현재로선 단호하게 "놉!"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핸드폰 이사는 집 이사만큼이나 고생스럽습니다.